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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들 힘도 없다"…강도 딱한 사연에 2천만원 성금 답지

아들·딸·암투병 80대 노모 보살피던 전직 중견기업 대표, 구치소서 '감사의 편지'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6-01-05 08:33 송고 | 2016-01-05 15:40 최종수정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3팀 형사들이 이씨의 딸과 대화하며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강남경찰서 제공) 2016.1.5/뉴스1 © News1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3팀 형사들이 이씨의 딸과 대화하며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강남경찰서 제공) 2016.1.5/뉴스1 © News1
"부자가 많이 산다는 서울 강남에서 사정하면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지난해 7월5일 서울 강남구의 한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이모(53)씨가 쇼핑을 마친 A(61·여)씨를 향해 공업용 커터 칼을 들이댔다.
깜짝 놀란 A씨가 몸싸움을 벌이며 저항하자 이씨는 들고 있던 흉기를 맥없이 놓치고는 그대로 달아났다.

주차장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경찰에 의해 경기도 문산의 한 식당에 딸린 간이 숙소에서 붙잡힌 이씨는 알고보니 한때 학교 공사에 건축자재를 납품하는 연매출 100억원대의 중견사업체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로 경기도의 학교 공사가 중단돼 납품이 어려워지자 생활고에 시달렸다. 재기를 위해 빚을 내면서까지 사업을 다시 시작했지만 이번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사정이 더 어려워져 결국 회사는 부도를 맞았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범행 며칠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 흉기를 떨어뜨렸다고 고백했다. 또 딸과 아들을 키우며 암 투병중인 80대 노모까지 돌봐야 했던 자신의 가정사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이같은 사연이 한 언론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이씨를 도우려는 사람들의 손길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사업에 실패했다 재기한 한 남성은 이씨의 사연이 꼭 자기 이야기같다며 선뜻 500만원을 내놨다. 한 중년 남성은 강남경찰서 강력팀 사무실로 찾아와 3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최덕근 강력3팀장은 "강력팀이 이씨에게 직접 전달한 돈이 약 1500만원 정도"라며 "이씨의 딸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분까지 계신걸 보면 금액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씨에게 전달된 후원금은 약 2000만원으로 이는 80여명의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은것으로 알려졌다.

최 팀장은 "이씨가 구치소에서 약 10통의 편지를 보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며 "편지에는 '범죄자지만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시민들에게 출소하면 꼭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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