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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형 팝니다"…100번 떨어진 남자의 '셀프경매' 취업기

28세 유태형씨 "청년취업난 메시지 던지고 싶었다"…억대연봉 취업 성공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15-12-24 08:10 송고 | 2015-12-24 16:44 최종수정
'유태형 팝니다' 셀프경매로 취업에 성공한 유태형씨 © News1
'유태형 팝니다' 셀프경매로 취업에 성공한 유태형씨 © News1


"마케팅과 브랜딩은 가장 자신있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예요. 계급장 떼고,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승부하고 싶었죠."
'유태형 팝니다'로 자기 자신을 경매에 붙여 취업에 성공한 젊은이가 있어 화제다. 기업 100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모두 떨어지고 사업도 두번씩 실패한 그는 벼랑끝에 선 심정으로 자신을 팔겠다고 경매에 붙인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무엇보다 '셀프경매'라는 기발함으로 취업에 도전한 그의 아이디어가 높이 평가받았다. 유태형(28)씨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1년 근무조건'을 내걸고 '유태형 팝니다'라는 문구로 자신을 경매에 붙였다. 그 결과 경매마감된 지난 18일까지 15군데 기업이 경매에 참여했다. 그 가운데 한 곳이 1억원의 연봉을 제시하기도 했다. 100번 떨어진 그가 아이디어 하나에 몸값이 단번에 '1억'으로 뛴 셈이다.

셀프경매에 나선 동기를 묻자 유태형씨는 "평소 유능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하루만에 5개 기업에서 불합격 소식을 듣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청년취업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당시 나도 서류를 넣은 100여개 기업에서 모두 탈락한 터라,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이런 일을 벌였다"며 멋쩍게 웃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유씨는 "마케팅과 브랜딩은 내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라며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승부하고 싶어 일반 기업 서류에 쓰이는 정보는 하나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의 홈페이지에는 학점과 토익점수 등을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유씨의 셀프경매는 어느날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는 평일에 광화문과 테헤란로, 강남역 일대를 돌며 '저, 부하직원으로 어떠세요?'라고 적힌 명함과 프로젝트 판촉물 등을 직장인들에게 돌리곤 했단다. 유씨는 "난 마케팅과 브랜딩을 잘하고, 보는 사람도 재미있는 '일석삼조'가 될 것같다는 생각에 공개경매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태형씨가 직접 제작한 명함.© News1


'유태형 팝니다'라는 문구도 고민 끝에 내린 카피였다. 물론 색상도 함부로 정한 게 아니었다. 유씨는 "드라마 '미생' 포스터에 사용된 블랙핏 서체를 활용했다"면서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밝은 파란색을 나의 컬러 컨셉트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이수진 야놀자 대표 등 유명 사업가들 15명을 타깃으로 메시지를 돌리며 나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2012년 전국민 소개팅으로 화제가 된 '솔로대첩'을 기획한 경험이 있다. 유씨는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다 대규모 소개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업으로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투자를 못받아 빚을 지고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업실패는 쓰라렸지만 그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얻었단다.

유씨는 내년 1월부터 인재양성 스타트업인 '인큐'에 근무할 예정이다. 근무조건은 한달에 한번 출근하고 연봉 1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유씨는 "인재양성이란 분야가 저랑 잘 맞았다"며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아 높은 연봉보다 인큐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유씨는 '양다리 근무'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사실 또다른 스타트업에서도 연락을 받았다"며 "그곳은 한달에 한번 근무, 연봉 2000만원을 제시했는데, 나라는 사람을 직원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감동받아 함께 일해볼까 고민중"이라고 털어놨다. 어차피 한달에 한번 출근하는 조건이어서 두곳 근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거다.

유씨는 10년뒤 자신의 모습이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로 성장해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단순한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사람과 기업·국가까지 움직일 수 있는 '자이언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이미 세계를 무대로 하는 세번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색을 잃지말라"고 당부했다. 유씨는 "모두들 자신을 기업에 맞추다보니 자괴감에 빠지고 나만의 매력을 잃어버리는 것같다"며 "나는 졸업장도 없고 토익점수도 낮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는데 모두 나만의 방법을 찾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유태형 팝니다' 홈페이지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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