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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상업 가르친 고교교사 "내가 국정교과서 집필자"

한국사 가르친지 9개월…자격 논란 일자 사퇴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5-12-10 23:55 송고 | 2015-12-11 06:52 최종수정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사편찬위원회/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사편찬위원회/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9년간 상업을 가르치다 한국사를 가르친 지 9개월밖에 안 된 고교 교사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교사는 집필진 참여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격 논란이 일자 곧바로 사퇴했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와 교육부가 집필진을 비공개하면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외에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10일 밤 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김형도 교사가 올바른 역사교과서 편찬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집필진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며 "김 교사의 집필진 사퇴 의견을 존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교사는 서울지역 사립학교인 대경상업고에 10년째 재직 중이다. 김 교사가 지난 8일 이 학교 전체 교사들에게 집단 메시지를 보내면서 그가 국사교과서 집필진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교사는 A4 용지 3장 분량의 메시지에서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함께 쓰게 됐다. 46명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필진이) 모이면 (국편이) 얼마나 비밀을 강조하는지 질릴 정도"라는 취지의 글을 보냈다. 
김 교사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임명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스스로 집필진에 공모했느냐, 초빙을 받은 것이냐'는 물음에는 "(국편이) 비밀로 하라고 했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나중에 말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사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참여할 만큼 전문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김 교사는 이 학교에서 9년간 상업을 가르쳤다. 올해 처음 1학년 4개반의 한국사 교과를 함께 맡았다. 이 학교 홈페이지 '교직원 소개' 난에도 담당 교과가 '상업'으로 돼 있다.

국편은 "김 교사가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석)을 전공하고 '한국고대사' 박사과정을 수료해 이러한 전공 경력을 감안해 집필진에 선정했다"고 밝혔다.

자격 논란이 커지자 김 교사는 이날 "자신이 집필진으로 공개된 것은 괜찮지만 자신으로 인해 교과서 편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편은 오는 15일 교과서 집필기준과 편수용어 등을 포함한 편찬준거를 공개하고 교과서 집필에 들어갈 예정이다. 교과서 집필이 끝날 때까지 집필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집필기준을 심의하는 편찬심의위원회 명단 역시 집필 후 공개한다.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에 이어 김 교사마저 자격 시비로 중도 사퇴하면서 집필진 비공개 방침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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