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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예던길 최고 절경을 자랑하는 ‘농암종택’

이현보 선생의 삶이 숨 쉬는 안동 분강촌의 고택체험

(서울=뉴스1트래블) 사효진 | 2015-12-01 11:16 송고
"굽어보면 천길 파란 물, 돌아보니 겹겹 푸른 산" 이현보 선생의 어부가의 시 구절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청량산과 건지산에 포근히 안겨 있는 농암종택이 보인다. 사진은 농암 종택의 별채, 긍구당의 모습.  © News1 사효진 기자

'아래를 굽어보니 깊고 푸른 물이 흐르고 있고, 주위를 돌아보니 겹겹이 둘러싼 푸른 산이로구나' - 이현보 '어부가' 中에서 -

농암 이현보 선생이 강호에 은둔하며 살았던 '농암종택'을 찾아가는 길이 그러하다.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마을은 좁은 강가의 시골 길을 따라 들어가면 겹겹이 둘러 싼 푸른 산과 함께 하나의 마을이 보인다. 바로 농암 이현보 선생의 후손들이 사는 집성촌이다.
본래 도산서원 근처 안동 분천마을에 있었던 분강촌은 1976년 안동댐의 건설로 모두 수몰된다. 그 후 안동 곳곳으로 흩어져 있던 종택과 농암 선생의 유적들은 1996년 17대 종손 이성원 씨에 의해 도산면 가송리 올미재 마을에 모두 복원됐다.

농암 종택은 농암의 학덕을 기린 분강서원, 그의 효심을 상징하는 애일당, 별채 긍구당, 강각 등의 유적들이 모여 분강촌을 이룬다.

◆ 농암 이현보 선생의 삶이 숨 쉬는 분강촌
옛 고택에서는 손님이 왔을 때 사랑채로 모신다. 이에 대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사랑채다.   

농암가의 사랑채에는 ‘적선(積善)’이라는 현판이 있다. 이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라는 뜻으로 선조가 농암 이현보의 ‘효’ 행에 감동해 직접 써서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농암의 ‘효’를 실천했던 건물이 바로 ‘애일당’이다. 애일당은 “부모님이 살아계신 나날을 아낀다”는 뜻으로 67세의 이현보가 아버지를 포함한 아홉 노인을 모시고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어 노인들을 즐겁게 했던 곳이다.

사랑채에서 나오면 가장 아름다운 별채 긍구당이 맞이한다. 긍구당은 “조상의 유업을 길이 잇는다”라는 뜻으로 농암 종택의 상징적인 유적으로 남아있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있는 농암종택은 조선 중기 어부가를 지은 문신 이현보의 종택으로, 현재 17대 종손 이성원 선생이 종택을 지키고 있다. 농암 종택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채의 모습이다. © News1 사효진 기자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있는 농암종택은 조선 중기 어부가를 지은 문신 이현보의 종택으로, 현재 17대 종손 이성원 선생이 종택을 지키고 있다. 농암 종택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채의 모습이다. © News1 사효진 기자
농암 종택에는 긍구당이라는 별당이 있다. 긍구당 마루에서는 청량산과 굽이치는 낙동강의 절경을 바로 내려다볼 수 있어 종택의 스위트룸이라 불린다. 사진은 긍구당의 누마루의 모습이다. © News1 사효진
농암 종택에는 긍구당이라는 별당이 있다. 긍구당 마루에서는 청량산과 굽이치는 낙동강의 절경을 바로 내려다볼 수 있어 종택의 스위트룸이라 불린다. 사진은 긍구당의 누마루의 모습이다. © News1 사효진
농암 이현보가 귀거래도를 그렸던 명농당과 농암종택의 모습이다.  명농당은 농암이 관직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 함께 생을 보내고 싶다는 ‘귀거래’의 소망을 담고 있는 곳이다. © News1 사효진 기자
농암 이현보가 귀거래도를 그렸던 명농당과 농암종택의 모습이다.  명농당은 농암이 관직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 함께 생을 보내고 싶다는 ‘귀거래’의 소망을 담고 있는 곳이다. © News1 사효진 기자
농암종택에서 낙동강이 흐르는 방향으로 길을 따라가면 분강서원이 보인다. 분강서원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1호로 농암 선생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조선 시대 사립대학이다. © News1 사효진 기자
농암종택에서 낙동강이 흐르는 방향으로 길을 따라가면 분강서원이 보인다. 분강서원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1호로 농암 선생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조선 시대 사립대학이다. © News1 사효진 기자

종택의 스위트룸이라 불리는 긍구당은 저 멀리 학소대가 보이는 청량산 벽력암과 은빛 모래사장 그리고 강변의 미루나무가 한눈에 보이는 누마루가 있어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특히 긍구당에서 내려다보이는 낙동강의 모습은 인생과 빗대어 ‘청년기’의 모습을 하고 있어, 낙동강 700리 가운데 가장 빛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고산정, 월명담, 벽력암, 학소대 등의 명소를 감싸 안고 있어 그 자체가 아름답다.

긍구당과 사랑채 너머로는 농암이 귀거래를 꿈꿨던 명농당(明農堂)이 보인다. 명농당은 시조 ‘어부가’에도 드러나 있듯이 관직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 함께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는 이현보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입신양명이 효의 극치로 여겨지던 시절, 농암 귀거래의 소망은 어버이가 돌아가시고 난 후 이뤄진다. 벼슬생활이 주는 명예, 권력을 사양하고 고향 분강촌에서 강호지락(江湖之樂)을 누리며, 이황, 이언적 등의 훌륭한 선비들과 시를 쓰며 지내고자 했다.  

명농당 뒤로는 그의 학덕을 기리고자 후손들이 지은 ‘분강서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뒤로 애일당과 강각이 있다.

◆ 고택 체험과 종부의 아침 밥상

'이날 나는 그동안 갈망하던 귀거래의 터전을 드디어 발견했던 것이다…댐의 수몰로 오랜 기간 방황하던 나의 영혼에 마치 고향 같은 안식이 한 몸에 안겨왔다. 나는 그때 몇 번이나 ‘아, 아 멋진 마을!’이라고 되뇌었는지 모른다' (17대 종손 이성원의 ‘신 귀거래사’ 일부 발췌)

종손 이성원씨는 “1994년 정자도 없고 전부 밭이었던 종택의 부지를 만나, 옛 유적을 다 복원하게 된 것은 하나하나가 다 행운이다”라며 “‘명예를 갖지 말라’라는 선조의 교훈을 본받아 도산의 아름다움과 안동의 유교문화를 알리고자 분강촌을 개방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농암 이현보의 뜻으로 개방된 분강촌에서는 숙박하면서 옛 고택을 체험하고, 주변에서 트레킹, 등산, 탁본, 다도, 천렵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안채를 제외한 사랑채, 긍구당, 명농당, 분강서원, 애일당 등의 모든 고택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숙박 요금은 2인 기준으로 7만 원부터 15만 원까지 방마다 다르며, 한 방의 인원은 영아와 어린이를 포함해 4명을 초과할 수 없다. 

붉게 물든 건지산 아래의 고택들 앞으로 한 가족이 걷고 있다. 6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농암종택을 지켜온 종손의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하다. © News1 사효진 기자
붉게 물든 건지산 아래의 고택들 앞으로 한 가족이 걷고 있다. 6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농암종택을 지켜온 종손의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하다. © News1 사효진 기자
 고택에서 하룻밤을 묵고나면 안채에 모여 종가의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간 고등어구이, 콩가루를 넣은 부추, 명태 보푸라기, 호박, 버섯볶음, 깻잎 등의 농암 종택만의 소박한 반찬들은 하나같이 고향에 온 것 같은 삼삼한 맛을 자아낸다. © News1 사효진 기자
고택에서 하룻밤을 묵고나면 안채에 모여 종가의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간 고등어구이, 콩가루를 넣은 부추, 명태 보푸라기, 호박, 버섯볶음, 깻잎 등의 농암 종택만의 소박한 반찬들은 하나같이 고향에 온 것 같은 삼삼한 맛을 자아낸다. © News1 사효진 기자
농암 종택에서는 숙박으로 고택을 체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트레킹, 등산, 탁본, 다도, 천렵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천렵은 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다.  © News1 사효진 기자
농암 종택에서는 숙박으로 고택을 체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트레킹, 등산, 탁본, 다도, 천렵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천렵은 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다.  © News1 사효진 기자

고택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면 안채에서 종가의 아침 식사를 맛볼 수 있다. “최고의 조미료는 정성”이라고 말하는 17대 농암의 종부 이원정 씨가 유기농 채소로 직접 준비한 종가음식을 제공한다.  

반찬들을 보면 간 고등어구이, 콩가루를 넣은 부추, 명태 보푸라기 등의 안동만의 음식과 호박, 버섯 볶음, 깻잎 등의 소박한 반찬들은 하나같이 고향에 온 것 같은 삼삼한 맛을 자아낸다. 또한, 종손과 종부가 직접 퍼주는 푸짐한 밥과 국은 그들의 정성까지 더해져 마음마저 든든해진다.  

아침 식사 시간은 겨울은 오전 8시부터, 여름은 7시 40분부터이며, 비용은 기본 6천 원, 미취학 아동은 3천 원이다. 특히 농암 이현보 선생의 ‘효’ 정신을 이어가고자 80세 이상의 연로한 부모를 모시고 오는 경우에는 가족 모두의 식사비를 받지 않는다.

한편, 농암종택 근처에는 조선의 학자 퇴계 이황이 당시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퇴계 오솔길(예던길)이 있다.  

이는 도산서원에서 이육사 문학관, 퇴계종택, 농암 종택을 지나 고산정까지 이어지며, 퇴계 이황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걸었던 길로 옛 선비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그중 도산구곡의 제9곡인 학소대(청량곡)와 고산정이 보이는 가송리의 농암 종택 부근이 퇴계 오솔길의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gywls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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