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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입국 청소년' 방치 심각…교육 '소외'·3명 중 1명 니트족

고교 재학률 50% 미만…직업 교육은 한국 국적자만
"외국인에 문호개방한 건 우리…방치하면 큰 사회적 비용 치를 것"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5-12-01 06: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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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한국인 아버지와 재혼하는 조선족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A(22·여)씨는 중학교를 갓 졸업한 15세 소녀였다. 낯선 환경과 서툰 한국어 때문에 2년간 집 안에만 머물던 A씨가 학교에 갈 마음을 먹었을 때는 고교 입학에 필요한 서류를 고향에서 보내 줄 지인이 아무도 없었다. 학비는 물론 서류 공증에 필요한 40만원도 부담이었던 A씨는 결국 학업을 포기했다. 사설 학원에 다니면서 미용기술 자격증까지 땄지만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다.

외국에서 살다 온 중도입국청소년이 늘고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특히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는 후기 청소년들의 경우 언어·문화·경제적 장벽 앞에서 학업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등교육을 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정부에서 하는 청소년 대상 직업교육마저 한국 국적자만 참가할 수 있어 상당 수 중도입국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한 준비없이 성년이 된다. 
전문가들은 중도입국청소년들에게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 많은 청소년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학교 문턱을 낮추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청소년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도록 신청 체류 자격 기준을 완화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같이 살아간다면 그들을 게토화(Ghetto)화 시킬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다.  

◇고교 재학률 50%? 학업도 취업도 막막

중도입국청소년은 말 그대로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청소년을 말한다. 보통 한국인과 재혼하는 부모를 따라온 자녀나 외국인 근로자가 본국에서 데려온 자녀를 가리키는데 때에 따라 탈북청소년을 포함하기도 한다.
이들은 외국에서 자라 한국 문화와 언어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입국 뒤 바로 학교에 다니지 않고 6개월~1년 정도 홀로 집 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언어를 비교적 쉽게 습득하고 적응력이 빠른 만 13세 이하 아동· 청소년에 비해 십대 중후반 청소년의 교육 공백이 길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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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고교생에 해당하는 나이(만16~18세)의 중도입국청소년(한국인과 결혼하는 부모의 재혼으로 한국에 온 경우만 해당)은 모두 1765명인데 현재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880명에 불과하다. 재학률이 50%도 되지 않는다. 교육부와 달리 법무부 통계는 불법체류자, 난민 등 귀화 신청을 하지 않은 국제결혼 자녀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실제 재학률은 훨씬 더 떨어진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관계자는 "아이들이 입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업 의지를 많이 잃는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다. 한국어를 익히느라 1~2년씩 보내기도 한다. 부랴부랴 까다로운 입학 서류를 준비해도 고교 입학 여부는 학교장 재량이라 장담할 수 없다. 중도입국 학생이 학교 전체 학력을 떨어뜨릴까 봐 입학을 거부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서류 준비와 비용, 몇 번의 입학 실패를 경험하면 자연스레 학업을 포기하고 취업을 생각한다. 사실 입학을 해도 또래보다 나이도 많고, 교과 과정을 따라가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학업 대신 취업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 학생들과 대학을 두고 경쟁하느니 빨리 일자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기도 쉽지 않다. 특성화고등학교, 마이스터고등학교 등 일반청소년 대상 진로직업교육기관이나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등 취약계층 청소년대상 취업지원 사업은 모두 한국 국적자로 대상이 한정돼 있다. 그런데 중도입국청소년 중 국적 취득자는 20%(서울다솜학교·중도입국청소년의 레인보우스쿨 참가자 270명 대상)에 불과하다 .

한국인 부모가 입양을 하면 비교적 쉽게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입양을 거부당했거나 조선족, 고려인 등 외국 국적 동포 자녀일 경우 국적 취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건을 갖춰 귀화 신청을 해도 행정절차만 2년이 소요돼 진로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현재 중도입국청소년들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다문화 청소년 대상 대안학교인 서울다솜학교와 한국폴리텍다솜학교 정도다. 하지만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에 비해 수용 가능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안학교이기 때문에 교육 과정 중 체류 기간이 끝나면 기간 연장도 불가능하다.

◇3명 중 1명은 니트 상태…"방치하면 큰 사회적 비용"

공교육도 취업지원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중도입국청소년 중 다수는 현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머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연구센터장이 2012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원자료를 재분석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에서 성장한 만 15~24세 이상 다문화가정 자녀 3명 중 1명이 학업, 취업, 직업훈련 등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있는 '니트'(NEET)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덕희 조선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외국 국적 동포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국제결혼을 각 지자체에서 추진한 건 우리에게 그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필요한 인력만 활용하고 그들을 따라온 자녀들은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뿐더러 이대로 두면 결국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에게 2년은 아주 중요한 시기"라며 "적어도 국적시험에서 합격한 청소년 등 향후 장기체류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에게는 필요한 직업교육에 지원할 수 있도록 체류 자격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관계자도 "서울다솜학교만 보더라도 많은 아이들이 체류만 할 수 있고 근로는 못하는 F-1(방문동거) 비자를 갖고 있어 인턴십을 해도 현장실습, 체험학습은 참여를 못한다"며 "귀화가 예상되는 학생들에게만이라도 직업교육을 허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업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공백 없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입국 때 정보를 교육청과 공유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홍종명 한국외대 교수는 "예비학교 등 이들을 위한 지원 제도가 생겨나고 있지만 지금은 몇 명인지, 어디 있는지 파악도 되지 않아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출입국사무소에서 학령기 청소년들의 정보를 관할 시도교육청 다문화교육지원센터와 공유해 이들이 공백없이 거주 지역 예비학교나 거점학교로 연결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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