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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권력 우롱' 발언에…경찰, 조계사 진입 놓고 고심

종교계 반발·국민정서 우려…경찰 "한상균 위원장 검거 놓고 다양한 가능성 검토"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5-11-26 11:42 송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한 조계사에서 지난 19일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는 모습.  2015.11.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한 조계사에서 지난 19일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는 모습.  2015.11.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도피한 지 11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경찰이 한 위원장 검거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경찰은 '종교시설의 특수성'을 감안해 진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안팎의 목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법원의 구인장과 경찰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 위원장은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 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측근들의 호위를 받아 경찰검거를 피한 한 위원장은 16일 갑작스레 조계사로 몸을 숨겼다.

이후 경찰이 민중총궐기 대회를 불법·폭력집회로 규정 후 불법 행위자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다만, 한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중재 요청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사태가 풀릴 듯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한 위원장의 '사수대'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과 배태선 조직쟁의실장 등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방침을 세우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을 두고 '공권력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언급하면서 경찰의 수사에는 힘이 붙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경찰 병력을 투입해서 한 위원장을 검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조계사 진입에 대해 선뜻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조계사가 종교시설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종교시설에 대한 공권력 집행을 금지하는 조항은 따로 없으나 수사당국은 종교계 반발과 국민 정서 등을 의식해 공권력 행사를 자제해왔다.

강신명 경찰청장도 2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 집회 관련 현안보고에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에 예외 되는 지역은 없지만 종교 시설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한 위원장 영장) 집행 방안을 여러가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경찰은 2002년 파업 중이던 발전노조 조합원을 체포한 후 조계사 진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마저도 당시 조계사 측의 시설보호 요청이 있었다.

경찰은 이에 앞서 1995년 한국통신 노조 지도부, 1998년 현대중기산업노조원 등을 검거하기 위해 경력을 조계사에 투입했으나 그 때마다 논란은 불거졌다.

2008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주도한 '광우병 국민대책회' 간부와 이석행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 등 6명이, 2013년 12월에는 박태만 당시 철도노조 수석 부위원장 등 지도부가 조계사로 피신했으나 경찰은 강제 진입 작전을 펼치지 않았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 화쟁위 도법스님과 면담을 가진 후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하고 있다.2015.11.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 화쟁위 도법스님과 면담을 가진 후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하고 있다.2015.11.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조계사는 이같은 정부의 강경대응 기조와 일부 신도들의 부정적인 의견을 해소하기 위해 선제 메시지를 던졌다.

조계사는 25일 '사부대중이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부와 경찰 관계자들에게 "공권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식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해 문제의 본질을 치유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겠지만, 조계사가 갖는 종교적 상징성, 조계사가 차지하는 한국 불교 내의 위상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의 검거작전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  

이어 "공권력의 역할과 법 집행의 엄중함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 하지만 대화와 타협, 화합과 자비라는 종교 본연의 역할도 있다"며 "사회의 질서도 소중하지만 종교가 갖는 상징적 공간에서는 그 본연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화쟁위가 '경찰, 정부가 참여하는 대화의 장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며 중재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12월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 대회 때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벌일 테니 경찰도 동참해 달라는 취지로 화쟁위가 보낸 경찰청장 면담 요청서에 대해 '한 위원장의 자진출석과 사과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내 진입과 관련해 경찰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한 위원장의 검거를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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