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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진重 수빅조선소…'나홀로 흑자' 비결을 묻다

(수빅(필리핀)=뉴스1) 장은지 기자 | 2015-11-24 16:05 송고 | 2015-11-24 16:51 최종수정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야드 전경. © News1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야드 전경. © News1


24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버스로 꼬박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수빅경제자유구역 수빅만 한진중공업의 두 도크는 건조 중인 선박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6도크에는 그리스 '코스타마레'가 발주한 1만1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2척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척 등 총 5척의 선박 건조작업이 한창이었다. 옆 5도크에는 1만1000TEU 컨테이너선과 LPG(액화석유가스)선의 건조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안벽에서 작업 중인 6척을 포함해 수빅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만 21척에 달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는 완공 6년만에 100번째 선박을 건조해내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조선소로 올라섰다. 정철상 한진중공업 상무는 "2007년 6월 처음 수주한 1호선의 블록 조립이 있었는데 벌써 100번째 선박을 건조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수빅조선소가 세계에서 가장 큰 도크를 지으면서 협소한 영도조선소에서 맺혔던 한을 풀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수빅조선소 야드에 들어선 600톤짜리 골리앗 크레인 4기는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다. 숨막히는 더운 날씨에도 현지직원들은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총 면적 300만㎡ 규모의 수빅 조선소에는 총 3만1000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길이 550m, 폭 135m의 초대형 도크와 총길이 4km에 이르는 10개의 안벽을 포함해 골리앗 크레인과 자동화 시설 등 최첨단 설비를 갖췄으며 조립량은 연간 약 60만톤 수준이다. 한쪽에서는 다음달 선주사에 인도 예정인 컨테이너선 2척에 대한 마무리 내장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5도크와 6도크 사이에 위치한 하역장에는 강재 10만톤이 작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빅조선소는 대부분의 선박 기자재를 부산 등 경남지역에서 공수하고 있다. 선박에 쓰이는 후판 등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포스코에서 조달하고 있다. 한국 인건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원가를 절감하면서도 경남 지역에서 기자재를 납품토록 해 지역경제에도 힘을 불어넣고 있다. 수빅만에는 한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조선 기자재를 실은 선박 2척이 365일 쉬지않고 오간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야드 전경 © News1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야드 전경 © News1


수빅조선소는 2007년 1호선 건조에 착수한 이래 지금까지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벌크선을 비롯한 다양한 선박과 육상 플랜트, 해상 플랫폼 설비 등 총 95척을 인도했다. 수빅조선소는 지난해 적자를 털어내고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2000만달러를 달성하며 나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가 해양플랜트 쇼크와 선박 계약해지로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내고 있는 가운데, 수빅조선소는 원가절감과 국내 최초 조선소만의 기술력을 무기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과 달리 중국을 압도하는 원가경쟁력이 한진의 무기다. 

수빅조선소 심정섭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빅조선소는 중국에 비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다른 조선사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좋은 포지션에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수빅조선소의 경쟁력은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인건비와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 조선업 '종가'로서의 높은 신뢰도에서 나온다. 기술훈련원을 통해 기능인력과 설계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다 키워놓은 인력유출을 막기 위해 필리핀 정부와 수빅조선소 인력이 해외 조선소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협정도 맺었다. 필리핀 인력들의 생산성은 한국에 비해 40%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한진중공업이 제공하는 높은 수준의 보수와 숙소 제공 등 복리후생 혜택으로 충성도가 매우 높다.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도 철저했다. 최신식 조선소답게 조선소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업무 협력차 수빅조선소를 방문한 미군들도 수빅조선소의 보안수준에 혀를 내두르며 '펜타곤보다 더 철저한 보안을 갖추고 있다'고 했을 정도다.

'적자주범'인 해양플랜트에 손대지 않은 것도 신의 한수였다. 당시에는 역량 부족으로 해양플랜트 진출에 실패했던 것이지만, 그덕에 조선 빅3의 동반 적자 행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 등이 공격적인 저가수주 정책을 펼때, 신중한 수주정책을 통해 몸을 사린 것도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해양플랜트 발주 가뭄으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조선 빅3와 달리 상선 건조비중이 높은 한진중공업은 유가하락에 따른 신조선 발주 증가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3분기까지 수빅 조선소는 연간 수주목표(14억 달러)의 70% 이상을 달성, 초과달성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영도조선소는 올해 수주목표의 22%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누적 수주량 100척'을 기록하며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발표한 수주잔량 기준 전세계 조선소 순위에서 10위권에 첫 진입했다.

수빅조선소의 건조역량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09년 조선소 완공 이후 6600TEU급의 중형 컨테이너선과 11만톤급 원유운반선, 18만톤급 벌크선 등을 건조해 왔으나 점차 생산성이 높아지고 기술력이 축적되면서 2013년 들어 20만톤급 벌크선 건조에 성공했다. 이후 30만톤급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와 1만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조선소로 발돋움했다.

내년의 최대 화두는 세계 최초로 2만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한 도크에서 동시 건조하느냐다. 세계 최대 크기의 도크를 보유하고 있어 2만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하나의 도크에서 동시에 건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로 동시건조를 실제 진행할 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장 공정 상황에 따라 적용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수빅조선소는 올 4월 프랑스 최대해운사인 CMA-CGM으로부터 세계 최대급인 2만600TEU급 극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3척을 수주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 선박은 내년 2월 강재절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간다. 이 컨테이너선은 길이 400m, 폭 59m, 깊이 33m에 이르며 척당 20피트짜리 컨테이너 2만 600개를 실을 수 있는 극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이다. 현재까지 발주된 컨테이너선 가운데 세계 최대 크기로 갑판 면적만 축구장 4개 규모에 달한다. 적재된 컨테이너 박스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서울시청에서 강원도 횡성군청까지(126km) 이을 수 있다. 현재 2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했거나 건조중인 조선소는 전 세계를 통틀어 삼성중공업, 일본 이마바리조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으로 한손에 꼽힌다. 일반적으로 컨테이너선의 경우 규모가 커질수록 TEU당 운송비용은 줄고 수익이 증가해 운항효율이 높다. 이에 글로벌 선사들과 조선소들은 앞다퉈 선형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능력이 조선소 평가의 새로운 잣대가 되기도 한다.

전우윤 한진중공업 관리본부장(전무)은 "조선과 건설에 특화된 한진중공업은 정교함과 스피드의 융합이라는 기업문화로 경쟁력이 나날히 발전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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