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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성공한 한진重, 필리핀 '꿈의 직장'이 되다

필리핀 노동자 '내집 마련' 이뤄주며 현지화 성공...글로벌 조선사로 우뚝 서며 도약

(수빅(필리핀)=뉴스1) 장은지 기자 | 2015-11-24 15:00 송고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 전경. © News1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 전경. © News1


필리핀 수도 마닐라 북서쪽으로 110km 가량 떨어진 수빅만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는 필리핀 현지에서 '최고의 직장'으로 꼽힌다. 2009년 완공된 수빅조선소는 불과 6년만에 필리핀에서 누구나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성장했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의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협소한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없는 고부가 대형선박을 수주하며 제2의 도약을 이뤄냈다. 
24일 오전 마닐라에서 버스로 3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한 수빅조선소 인근 카스틸레호스(Castillejos) 지역에 위치한 '한진빌리지'를 찾았다. 낙후된 필리핀 주거지역과 달리 깔끔하게 지어진 '한진빌리지'는 한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에서 근무하는 필리핀 현지 직원들을 위해 조성한 주택단지다. 현재 약 1952세대가 입주해 있다. 인근에는 학교, 상가, 공원, 스포츠시설, 버스터미널까지 들어서 있다. 

한진중공업은 2009년 수빅조선소 완공과 함께 조선소에서 20km 가량 떨어진 카스틸레호스 지역에 부지 30만㎥를 매입했다. 조선소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선 노동력의 근간을 이루는 근로자들의 주거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조선소가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근로자 수 또한 급격히 증가했다. 한진중공업은 우선 12만㎡의 부지에 주택 1000여 세대를 지어 근로자들에게 분양했다.

수빅조선소 근로자라면 누구나 별도의 계약금 없이 시세 대비 60% 수준의 파격적인 분양가와 필리핀 정부의 저금리 장기상환(20~30년) 특혜를 받아 자기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2단계 건립사업이 진행중인 현재까지 총 1216세대가 분양 완료됐으며 이 중 952세대가 입주를 마쳤다. 서민들의 꿈인 '내집 마련'을 이룰 수 있어 필리핀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수빅조선소는 '꿈의 직장'으로 꼽힌다.

필리핀 각지의 직업훈련원에서는 수빅조선소에 취업할 수 있는 용접기술 자격증이 대학교 졸업장보다 낫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현지 초등학교 교사의 월급은 평균 6000~9000페소 수준이며, 필리핀 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일반 사무직 직원의 월급은 1만~1만4000페소 정도다. 수빅조선소의 경우 용접공을 기준으로 기술 수준과 경력에 따라 월 1만~2만5000페소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만5000페소는 우리 돈으로 61만4250원이다. 
주거 안정에다 복리후생까지 좋다보니 이곳에서 은퇴하는 것이 소망이라는 노동자들이 많아졌다. 조선소 근로자이자 한진빌리지에 거주하고 있는 로렌조(Lorenzo Irene Dalwampu·40)씨는 "수빅조선소 덕분에 아들과 딸을 진학시킬 수 있었고 내 집까지 장만했다"며 "나의 미래와 가족을 위해 은퇴할 때까지 이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진중공업은 향후 직원들의 수요를 파악해 2000여 세대를 추가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을 위해 조성한 '한진빌리지' 전경. © News1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을 위해 조성한 '한진빌리지' 전경. © News1


회사 위상이 높아지자 수빅조선소가 2007년 현지에 건립해 운영 중인 기술훈련원(Skill Development Center)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2500여명을 동시에 교육훈련을 할 수 있는 기술훈련원을 통해 용접, 도장 및 각 분야별 기능인력과 설계직 등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수빅조선소 뿐만 아니라 필리핀 각지의 제조업체로 취직했다. 이곳의 수료 인원만도 4만5000명을 넘어섰다.

현재 수빅조선소 탑재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카나(Cana Ramil Pena·40)씨는 수빅조선소 기술훈련원 출신으로 한창 조선소가 건설되고 있을 무렵인 2007년 4월 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수빅조선소는 조선소를 착공하기도 전에 일감을 수주했고 그는 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그는 "입사 당시에는 단순 작업자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초보자를 나처럼 되도록 돕는 리더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빅조선소는 안정적인 직장을 제공하며 동시에 직원들이 훌륭한 기술자가 되도록 도와주고 있다"며 "나 역시 조선소에서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술을 전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진중공업은 부산 영도에서 1937년 국내 최초의 조선소로 설립됐다. 부산 영도조선소의 협소한 부지는 대형 선박 건조에 한계를 가져왔고,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누적 수주량 100척'을 기록하며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발표한 수주잔량 기준 전세계 조선소 순위에서 10위권에 첫 진입했다.

수빅조선소는 길이 550m, 폭 135m에 이르는 세계 최대 크기의 도크를 보유하고 있어 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2척을 하나의 도크에서 동시에 건조할 수 있다. 이같은 강점을 무기로 지난 4월 프랑스 최대 해운사인 CMA CGM으로부터 세계 최대급인 2만6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 3척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2만TEU급은 배 한 척에 길이 20피트(6m)짜리 컨테이너 2만개를 적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향후 수빅조선소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조선부문 핵심사업장으로 육성하고, 영도조선소는 상선과 특수목적선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세계적 조선사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제 당당한 글로벌 조선사로 자리매김한 만큼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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