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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 정주영의 기발한 상상력이 그립다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5-11-24 10:05 송고 | 2015-11-24 19:11 최종수정
1984년 서산 간척사업 현장에서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아산(峨山) 정주영 명예회장 (현대기아차 제공) @news1
1984년 서산 간척사업 현장에서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아산(峨山) 정주영 명예회장 (현대기아차 제공) @news1


아산(峨山)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범현대가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념음악회와 심포지엄, 사진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정주영 명예회장을 기리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정주영 명예회장에 대한 인문학적 재조명이 이뤄졌다. 어린시절부터 교육환경, 그가 읽은 책이 가져온 인성 등이 논의됐다. 무엇보다 정 명예회장의 창의적인 자아구조에 대한 분석이 눈길을 끈다. 정진홍 울산대 철학과 교수는 정 명예회장의 자아구조가 보통의 사람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쫓는 의식구조를 띠는 반면 정 명예회장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시적 인식 구조를 띠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초월하는 열린 상상력의 바탕엔 근본적인 사고 방식의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정 명예회장의 업적을 회고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바로 '기발한 상상력'이다.

500원짜리 지폐 뒤에 그려진 거북선 그림을 갖고 선박을 수주한 사건은 한편의 드라마다. 울산의 모래사장 사진 하나만 갖고 영국으로 날아가 선박 수주에 나섰으니 누가봐도 무모했다. 선박컨설턴트 A&P애플도어의 추천서가 필요했으나 찰스 롱바톰 회장은 부정적인 입장만 전했다.
정 명예회장은 주머니속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어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며 한국의 조선 역사를 자랑했다. 롱바텀은 정 명예회장의 기지에 감탄했다며 추천서를 써줬고 그렇게 수주에 성공해 오늘의 현대중공업을 세웠다.

서산 간척지 개간 사업엔 '정주영 유조선 공법'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충남 서산간척사업은 바닷길을 막아 육지를 새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서해안의 조석간만의 차가 워낙 커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난항을 겪었다. 20톤에 달하는 돌망태도 휩쓸려 나갈만큼 유속이 빨랐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오래된 대형 유조선으로 마지막 물막이 구간을 막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이 공법 덕에 당초 예상했던 물막이 공사 기간 45개월을 9개월로 줄일 수 있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상상력 하이라이트는 '소떼' 방북이다. 정 명예회장은 1998년 6월 16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통일소'라 불리는 소 500마리를 전했다. 정 명예회장은 직접 소떼와 함께 판문점을 넘는 이벤트를 연출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고 남북 관계 개선에 한 획을 그었다. 정 명예회장이 생존해 있다면 현재 남북 관계는 달라져 있을 지 모를 일이다. 

고인을 재조명하는 것은 단순히 탄생 100주년이란 기념일 때문만은 아니다. 답답한 경제 흐름과 리더십의 부재 속에 희망의 메시지를 찾기 위해 고인을 기리고 있다.

'이봐, 해봤어?' 정 명예회장이 생전 자주했던 말이다. 이 한마디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라는 주문이다. 시간·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시대를 초월하는 정주영 회장의 상상력이 그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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