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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밑빠진 독'이냐, 법정관리냐…채권단 '고심'

자율협약 2년간 4조원 지원에도 '자본잠식'…STX조선, 고강도 자구계획안 제출

(서울=뉴스1) 이현아 | 2015-11-23 06:30 송고 | 2015-11-23 16:18 최종수정
STX조선해양의 중형 유조선 LR1 탱커 © News1
STX조선해양의 중형 유조선 LR1 탱커 © News1

STX조선해양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2년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통해 4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채권단에선 더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과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제출한 만큼 한번 더 믿어봐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나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실사를 위임받은 안진, 삼일 회계법인은 이달 말 STX조선 재실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실사는 STX조선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2년에 한번씩 받는 경영정상화기능성평가의 일환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STX조선에 수천억원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4조 지원에도 자본잠식…'밑 빠진 독' STX조선

실사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채권단 내에서는 자율협약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더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을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율협약이 중단되면 STX조선에 대한 채권상환 유예(2017년 말까지) 등 지원이 끊기면서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7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운영자금 3조6800억원과 손해배상비용 4600억원, STX다롄 지급보증 3600억원을 지원받았다. 출자전환 규모도 2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2013년 이전 저가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커지고, 생산성이 떨어져 공정이 지연돼 선주사에 내는 벌금까지 불어났다. 결국 지난해와 올 상반기까지 영업손실이 각각 3137억원, 265억원에 달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4조원을 쏟아부었는데도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로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특히 조선업황, 신규 수주 상황 등을 봤을 때도 채권단의 도움을 받아야만 근근이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RG콜 '부담'…"법정관리行 막아야"

이미 4조원이라는 자금이 투입된 만큼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STX조선의 차입금 4조원 중 산업은행이 2조원, 농협은행 7400억원, 수출입은 6750억원이 투입됐다. 국책은행과 특수은행 외에도 우리은행이 3758억원, KEB하나은행(구 외환은행)이 1070억원, 신한은행 926억원도 포함돼 있다.

이에 국책은행 등 일부 채권단은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이유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수천억원의 대손충당금 폭탄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단이 1조원대의 '선수금환급보증(RG)콜'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STX조선에 대한 지원을 끊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선박은 수주할 때 계약서에 조선사의 법정관리 시 RG에 대한 콜옵션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단이 선수금을 반환해주는 등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최근 STX조선에서 제출한 자구계획안도 채권단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은 산업은행에 사무직과 생산직 등 인력을 30% 감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자국계획안을 제출했다.

STX조선 전체 인력 규모는 사무직(엔지니어, 현장관리, 영업 등 포함) 1600명, 생산직 1000명 등 2600여명이다. 30명가량인 임원을 절반인 15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STX조선은 작년 기준으로 약 3조원인 연간 매출 규모를 3분의 1인 1조원으로 줄여 소형 조선사로 탈바꿈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이 제출한 자구계획안도 채권단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투입된 자금 규모가 큰 만큼 발을 빼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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