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사회 > 교육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이어 편찬심의위원도 비공개

20명 안팎 규모로 20일까지 구성…"비공개 원칙"
투명한 절차 강조하더니 '밀실 편찬' 우려 커져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5-11-11 05:00 송고 | 2015-11-11 14:16 최종수정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월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 전환을 밝히고 있다. 편향성 논란이 일었던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사진 제일 왼쪽),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사진 제일 오른쪽)은 교과서 원고 내용을 심의·수정하는 편찬심의위원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뉴스1 ⓒNews1  
국사편찬위원회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교육부도 편찬심의위원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편찬심의위원회는 교과서 원고 내용을 심의해 수정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공언과 달리 '밀실 편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중·고등학교 역사과 교과용도서 편찬심의위원을 13일까지 공모한다. 임기는 2017년 11월까지 2년이다.

역사교과서 집필진과 마찬가지로 20일까지 편찬심의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규모는 20명 안팎이다. 

편찬심의위원은 중학교 '역사' 교과서 ①·②와 교사용 지도서 ①·②,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등 5책의 편찬준거와 집필세목, 원고 심의를 맡는다. 2년 임기가 끝난 뒤에는 교과서 수정과 보완을 최종 결정하는 수정자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과서 집필진이 쓴 원고 내용을 검토해 필요하면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일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검정과 달리 국정교과 서는 책이 나오고 나서 심의하는 게 아니라 초안이 나오면 심의해서 수정 의견을 주고 집필진이 이를 반영해 원고를 작성하는 과정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는 편찬심의위원의 역할이 집필진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역사교과서파동'을 보면 심의·수정 권한을 가진 편찬심의위원회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2013년 발생한 '교학사 교과서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친일·독재 미화와 무더기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교학사 교과서 지키기에 나선 교육부는 '수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나머지 7종의 교과서에까지 수정 명령을 내렸다.

출판사는 수정명령을 받아들였지만 이 중 6개 출판사 집필진은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좌편향'이라고 비판하는 교과서가 대개 이 6종의 교과서이다. 

수정심의위원회 위원 명단은 비공개였다. 교육부 수정명령에 불복해 교과서 집필진들이 제기한 재판 과정에서 지난해 수정심의위원회 위원 명단이 공개됐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에 추천사를 썼던 교수와 보수 성향의 학부모단체인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대표가 연구위원으로 참여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위원장은 현재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거론되고 있는 손승철 강원대 교수가 맡았다.

이번에도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복수의 교육부 관계자는 "검정교과서이든 국정교과서이든 편찬심의위원은 지금까지 공개한 적이 없다. 교과서 집필이 끝나고 나서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밝힌 편찬심의위원회 구성도 우려스러운 대목 가운데 하나이다. 편찬심의위원에는 교육부 소속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 산하단체인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역사 관련 3개 기관장이 포함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모두 이념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편찬심의위원회에는 또 역사학자와 역사학계 원로, 현장교사뿐 아니라 헌법학자, 정치학자, 경제학자, 학부모, 시민단체 인사도 참여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구성원을 다양화해 공정성과 균형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교과서 내용을 심의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편찬심의위원회의 역할에 비춰볼 때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칠게 말하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학계 통설보다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서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거나 다양한 구성만큼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지지를 받았다는 포장으로 활용되거나.

하일식 연세대 교수는 "수십만 청소년이 봐야 하는 책이다. 책을 정상적으로 만든다면 연구자부터 집필진, 심의위원까지 시작단계 혹은 그 직후에 공개하는 게 맞다"며 "심지어 마지막 단계에서 국어학자가 문장을 다듬는 단계가 있다면 그마저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처음에는 교과서 개발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겠다고 하더니 집필진 공개부터 시작해 지금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며 "온 청소년들이 다 보는 책인데 '밀실 편찬' 소리가 듣기 싫다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