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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햄·붉은 고기 적게 먹어도 암 발생 가능성 있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 "섭취량과 암 발생 가능성은 비례"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음상준 기자 | 2015-11-01 08:00 송고
©AFP=뉴스1

우리나라 국민의 경우 가공육이나 붉은 고기를 마음껏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을까. 이에 대한 공방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날이 갈 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최로 열린 가공육 기자간담회에서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국민은 건강을 생각해 가공육을 오히려 지금보다 2~3배 더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에 완전히 반하는 의견도 제기돼 주목된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와 햄, 베이컨 등 가공육을 담배와 석면, 디젤 매연과 같은 발암물질 1군에 포함시켰고 붉은 고기는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2A군에 분류시켰다. 붉은 고기는 닭고기와 오리고기와 같은 흰 고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고기가 해당한다. 2A군에는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도 포함돼 있다.

또한 800개 이상의 연구논문들을 검토해 종합한 결과 매일 50g의 가공육을 섭취할 경우 암에 걸릴 가능성이 18% 늘어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로 직장암이나 대장암이다.

이에 국내 육가공협회는 지난 27일 “가공육과 붉은 고기는 5대 필수영양소의 하나인 단백질의 보고”라며 “연구 발표처럼 매일 50g을 섭취할 경우 연간 18.3kg이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소비량은 4.4kg이어서 24%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대 교수(연세대 의학과 학사, 동대학 대학원 환경보건 석·박사)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적게 먹는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발암물질에 노출이 적어도 그에 비례해 암 발생 가능성이 생긴다”며 “50g당 암 발생 가능성이 18% 늘어난다면, 25g 섭취 시에는 9%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가공육과 붉은 고기가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의 주요 원인은 붉은 고기에 들어있는 ‘아민’과 가공육에 붉은빛을 돌게 하거나 세균번식을 막아 장기보존을 도와주는 ‘아질산나트륨’에 있다는 분석이다. 아민은 암모니아에 있는 수소원자를 탄화수소기로 치환한 형태의 유기화합물을 말한다.

가공육은 보통 붉은 고기로 만든다. 이 고기 속 아민과 아질산나트륨이 결합하면 발암물질 ‘니트로사민’이 발생한다. 아질산나트륨 자체도 독성이 높은 화합물질로 알려져 있다.

가공육이 아닌 일반 붉은 고기만 섭취할 경우 고기에 있는 아민이 아질산나트륨과 결합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생활환경에서 인체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문제는 늘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보통 함께 먹는 채소를 기를 때 아질산나트륨이 포함된 비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언제든지 체내에 들어올 수가 있다.

또 붉은 고기에 들어있는 ‘철분’도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이긴 하나, 체내 암세포 증식에 영향을 미치는 활성산소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과할 경우 발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역시 발암가능 성분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임 교수의 주장이다. 임종한 교수는 “이번 기회에 국민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유해물질을 빨리 배출시킬 수 있도록 섬유질이 많이 포함돼 있는 채소를 많이 먹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특히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채소가 권유된다.

그 밖에 대장암 위험을 낮추는 식품이나 성분은 마늘과 칼슘, 과일, 어류 등이 있다.

다음은 임종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발암물질은 가공육이나 붉은 고기 자체에 있는 것인가, 섭취할 때 생기는 것인가.

▶먼저 섭취를 하고 위에서 음식물이 섞일 때 단백질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아민기가 만들어진다. 이게 체내 들어온 아질산나트륨과 결합해 발암물질 니트로사민이 생성된다. 이 경우 체내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또 다른 발암물질인 PAH의 경우 고기를 높은 온도에서 굽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는 연기를 들이마셨을 때 흡수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공육 섭취량이 미국에 비하면 적다고 한다. 섭취를 해도 되는 건가.

▶발암물질 노출이 적으면 그 만큼 암 발생 가능성이 줄어든다. 다만 비례한다. 즉 적게 먹어도 암 발생 가능성이 생기는 것으로 50g당 암 발생 가능성이 18% 증가한다면 25g일 땐 9%가 된다. 적게 먹는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게 절대로 아니다.

-그래도 가공육이나 붉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면 섭취를 어떻게 해야 하나.

▶칼슘이나 섬유질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섭취하는 쪽으로 습관을 바꿔나가야 한다. 한식을 보면 건강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장점으로 이에 대한 과학적 분석도 필요하다.

-식습관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과거 우리 선조들을 보면 고기를 굽기보다는 삶거나 국에 끓여먹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건강식이다. 서양인들은 섭취한 음식물을 배출하는 장의 길이가 우리나라 보다 짧다. 유해물질을 빨리 배출하기 위해선 섬유질이 많이 포함된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보쌈을 먹을 때 채소와 함께 섭취하는 것도 그러한 논리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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