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요즘 중학생들 '상상초월 깊은 연애'에 학부모들 속앓이

중학생 "오히려 학업에 도움"…스킨십·성관계도 '당당'
학부모 "공부 방해될까 우려…민망하고 화도 나"
전문가 "'건전한 연인 관계' 정의 필요…정부 차원서 '청소년 교제 매뉴얼' 제공해야"

(서울=뉴스1) 사건팀 | 2015-10-31 09:00 송고
(자료사진)  © News1 서근영 기자
(자료사진)  © News1 서근영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남녀공학 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학부모 A씨는 요즘 딸의 '연애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직 고등학교도 가지 않은 딸이 최근 같은 반에 있는 남학생과 '이성 교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애 후 상대적으로 공부에 손을 놓은 딸 아이를 두고 A씨는 "반에서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커플이라고 한다"며 "커플끼리 서로 남녀 체육복을 바꿔 입고 인증샷을 찍는 등 자식들 '연애 문제' 때문에 학부모들 대부분이 미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안그래도 자유 학기제를 시행하는 학교라 시험도 없어 공부 문제가 신경 쓰이는데, 연애까지 더 해져 공부에 더 소홀해질까봐 자유학기제가 아닌 옆 학교로 전학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인의 연애, 고등학생의 연애를 넘어 10대에 갓 접어든 중학생들의 연애가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중학생 커플들이 자신들의 연애를 숨기고 쉬쉬했던 것에 비해 요즘의 중학생들은 서로의 사랑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다.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사귄 지 '39일'째를 맞은 최모(14)군은 "사귄 지 단 이틀만에 여자친구의 손을 잡았다"며 "며칠 전에는 뒤에서 안아주는 '백허그'를 시도했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고 수줍어 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학업에 방해 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여자친구를 만나고 오히려 성적이 올랐다"며 "부모님께도 소개시켜드리고 공개적으로 만나는 만큼 나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군은 "우리 반에만 25명의 학생이 있는데, 이 가운데 연애를 해 보지 않은 친구들을 찾기 힘들다"며 "그러나 당연히 선생님들은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하던 최군은 포옹 이상의 스킨십을 묻는 질문에 "스킨십을 당연히 하고 싶지만 어려운 점도 물론 있다"며 "이른바 '진도'를 빨리 나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나는 최소 1년은 만나야 입맞춤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학생들의 연애는 이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평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공원을 찾자 벤치 곳곳에 중학생 교복을 입은 '어린 커플'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스스럼 없이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얼굴을 맞보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공원 벤치에 여자친구와 함께 앉아 있던 김모군은 "여자친구와 사귄 지 100일 정도 됐다"며 "공부를 하며 받는 스트레스 등을 가족에게는 말 할 수 없어도 여자친구에게는 말 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공개된 장소에서의 입맞춤도 당당하다던 김군은 "학교 친구들도 이성친구를 많이 사귄다"며 "어리지만 우리도 알 것 다 알고, 스킨십은 자연스러운 현상 중의 하나인데 어른들이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스러워진 중학생의 연애에 대해 중학교 교사 최모(28·여)씨는 "겉으로는 쑥스러워해도 학생들 간의 연애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에 대한 탐구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면에서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학생들간의 연애가 학업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완화해 준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과도한 스킨십과 학업에 소홀해지는 점 등을 우려해 이들의 연애에 대한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일부 중학생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연인이라는 이유로 성관계를 맺는 등 과감한 행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을 가장 우려하는 이들은 바로 학부모다. 최근 중학생 딸이 방에 꽃을 숨기는 것을 보고 남자친구의 존재를 눈치 챘다는 전모(44·여)씨는 "딸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해 남자친구의 존재를 그동안 모른 척 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학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사실이 걱정되긴 한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중학생 아들을 둔 B씨는 "아들이 몇 달 전부터 만나기 시작한 여자친구가 있는데, 전학을 가면서 만날 수 없게 됐다"며 "아들이 이후 커다란 창고를 사주면 그곳에서 자고 전학 오기 전 학교를 다니겠다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매일 자정 넘어서까지 카카오톡 등으로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으니 아침에는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학교로 가고, 피곤하니 집중력도 떨어져 공부마저 힘들어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김모(50)씨도 요새 아들의 '연애 문제'로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는 "종종 여자친구가 집에 오곤 하는데 부모 앞에서도 스킨십을 서스럼 없이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후로는 되도록 집에 와서 여자친구와 놀라며 오히려 아들에게 부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중학생 자녀들의 연애로 인한 성관계 가능성에 대해 걱정했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학부모는 "딸과 이야기를 하는데 딸이 성관계를 뜻하는 '잔다'라는 표현을 너무나 편하게 사용하더라"며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앞으로 성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고민되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도 "최근 지인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며 "중학교 3학년인 여자아이와 사귀는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있는데 아들이 여자친구로부터 '피임은 걱정 마라, 임신 가능성 없게 내가 알아서 하겠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며 "요즘 아이들은 사귀면 키스는 기본이고 성관계도 주저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최근 중학생인 아들이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는 C씨도 역시 "평소 아들에게 성교육을 잘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의 메신저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아들과 이야기를 하니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해, '나에게 미안할 것이 아니라 여자친구에게 미안해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이야기를 잘 마쳤다고 생각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아들을 보면 민망하고 화도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도 "중학교 여학생이 가족과 옆집에 사는데, 방학이라 부모님은 출근하고 동생이 어린이집에 가버리면 그 집에 남자친구가 들락날락 하더라"며 "때로는 남자친구가 그 집에서 갓 샤워를 마친 상태로 나올 때도 있어, 이 일을 학생 부모에게 알려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은 중학교 3학년 김모(15)군은 "친구들을 보면 중학교 때 여자친구와 관계를 맺는 애들이 더러 있다"며 "시기가 빠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군은 "사랑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며 "어른들도 우리 나이 때 다 그랬으면서 '안된다, 하지마라'는 말만 하니 반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학생간의 연애는 사회성을 기르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성교육 등은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사회성이라는 것은 사회가 무엇으로 구성되고, 구성된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며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사회성 중에 중요한 것이 '성(性) 역할'을 파악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성 역할을 익히거나 연습하기 위해서는 이성 친구가 있어야 하는데, 상대방이 사회에서 어떠한 것을 요구받고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이성 교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과거의 이성교제 형태를 지금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법적으로 미성년자인 이들에게 100% 완벽한 자기결정권을 부여할 수는 없기에, 시대적 상황에 맞는 부모와 학교의 관심과 염려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성교육을 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성교육을 받는 대상자들의 나이를 낮춰야 한다"며 "금지만이 능사는 아니기에, 이들이 쉬쉬하지 않고 드러 낸 상태에서 연애를 하게 한다면 이로 인한 큰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형심 한양대 교수 역시 "중학생과 고등학생 때 이성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발휘된다"며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억압하는 것은 건강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건전한 연인 관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청소년의 경우, 계속해서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발달하는 과정에 있기에 어른과 같은 방식의 애정 행각을 하는 것은 사실상 위험하다"며 "부모는 허용하는 이성교제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한다. 단지 '이성교제를 하지 마라'고 금지하는 것 보다 이들의 연애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육청 등 정부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제공하고, 학부모들은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자율적 판단능력을 길러 줘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건강한 '청소년 교제 매뉴얼'이 만들어져 이것이 부모 등에게 배포·전달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jung9079@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