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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女 바치면 팁주는 유흥업소…'성관계하면 강간' 알고있나?

술·약물 이용해 성관계시 준강간으로 처벌…형량은 '강간'과 같아
"술 먹여 성관계 갖는 것이 당연한 문화라는 것부터 없애야" 지적도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5-11-01 08:00 송고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남편이 성매매업소에서 출입한 것인지 봐 달라"는 글과 '골뱅이(@)' 모양이 표시된 영수증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골뱅이'는 '만취한 여성'을 가리키는 은어다. 상당수 유흥업소에서는 남성 고객에게 골뱅이, 즉 만취한 여성을 데려다주면 팁을 건네는 행위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즉 이 영수증은 "골뱅이(@)를 데려다주고 팁으로 얼마를 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상당수 유흥업소에서 널리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만취해 정신을 잃은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것이 '강간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작업주 제조'?…성관계 가졌다면 강간으로 처벌
현행 형법은 상대방이 정신을 잃었다는 점을 이용해 성관계를 갖거나 상대방을 추행한 경우를 강간 또는 강제추행으로 처벌하고 있다.

준강간·준강제추행이라는 죄명을 따로 두고 있지만 형량은 강간·강제추행과 같다. 즉 준강간의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준강제추행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상대방 여성에게 술을 먹여 정신을 잃게하는 방법, 만취해 정신을 잃은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방법이 버젓이 떠돌고 있다.

한 남성용 잡지에는 여성이 정신을 잃게 만드는 '작업주, 독주(毒酒)를 제조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기까지 하다. 사실상 잡지에서 강간 범행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원 정모(31)씨는 지난 2월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숙박업소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졌다가 쇠고랑을 찼다.

당시 정씨는 서울 유흥가에서 만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 A씨를 발견한 뒤 친구를 불러 숙박업소로 A씨를 데려갔다. A씨는 깊은 잠이 들었고 정씨는 그 자리에서 A씨를 성폭행했다.

충격을 견디다 못한 A씨는 사건이 있은지 두달 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1심 재판부인 인천지법 형사합의13부와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1부는 모두 정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정씨는 판결이 부당하다며 지난 12일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다.

유모(29)씨 역시 술에 취한 상태로 혼자 서 있던 여성 B씨를 숙박업소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유씨의 신상정보도 10년 동안 공개할 것을 명령했다.

유씨는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B씨가 숙박업소로 들어갈 당시에는 어느 정도 양호한 정신상태였다"고 항변했다. B씨가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해 정씨가 부축하는 장면이 숙박업소 CCTV에 촬영되긴 했지만 B씨가 완전이 정신을 잃은 상태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B씨가 수시로 벽에 몸을 기대거나 허리를 숙였다"며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또 B씨 혈중알코올농도를 근거로 들면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B씨가 숙박업소를 나오면서 유씨에게 격렬하게 화를 내기까지 한 점 등을 종합해 준강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실형을 선고했다.

◇약물 사용한 성관계?…동의없었다면 당연히 강간 범행

인터넷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준강간 사례 중 하나는 '약물'을 사용한 강간이다. 현재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소위 '물뽕'이라고 불리는 마약이나 '최음제'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여자친구에게 약을 먹여 드디어 성관계를 가졌다"거나 "효과가 좋다"는 내용의 사용후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후기들은 사실상 '범행후기'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방 여성과의 합의 없이 몰래 약을 먹여 성관계를 유도했다면 역시 준강간 범행이 되기 때문이다.

피해자에게 약을 사용한 후유증까지 남았다면 단순강간이 아니라 강간치상으로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술집종업원 임모(27)씨는 지난 2013년 피해자 C씨를 숙박업소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졌다가 준강간 혐의로 기소됐다.

임씨가 범행에 사용한 약물은 수면제. 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C씨에게 수면제 1알을 건넨 것이 범행의 시작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수면제를 먹은 C씨는 곧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임씨는 C씨를 숙박업소로 데리고 가 성폭행했다. 또 휴대폰 카메라로 잠든 C씨의 모습을 촬영하기까지 했다.

재판에 넘겨질 위기에 처한 임씨는 결국 C씨에게 합의금을 건네고 간신히 처벌불원서를 받아낼 수 있었다.

사건을 심리한 인천지법 형사합의13부는 임씨에게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3년간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술, 약물을 이용해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것이 너무 당연시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문제"라며 "이 역시 강간죄에 해당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여자친구라 해도 술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성관계를 가진다면 당연히 강간죄가 성립한다"며 "여자친구에게 술을 먹여 성관계를 갖는 걸 당연시하는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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