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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자금 관리직원이다"…30억원대 사기

'금괴 거래·투자금 부풀리기' 빌미로 수십억원 챙겨…리플리 증후군 女도 범죄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015-10-29 08:09 송고 | 2015-10-29 19:37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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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가 비밀자금 관리 기관의 직원이라 속이며 30억원대 사기를 벌인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김모(59)씨와 또 다른 김모(65)씨, 안모(43·여)씨를 구속하고 이모(40)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 4월 사업가 A(54)씨에게 "금괴 60개를 매입해 주겠다"고 속여 32억6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그는 자신을 청와대 직속 비자금 관리 기관인 '창'의 관리인이라고 속여 A씨에게 접근했다. 그는 A씨에게 '창'이란 '창고'의 약자며, 일제 때 일본인들이 국내에 두고 간 자금과 역대 정권의 비자금 등을 관리하는 곳이라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김씨 역시 '창'의 사장인 것처럼 속이며 일본인 B(37)씨에게 접근, "투자금을 불려 주겠다"며 1억60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풍채가 좋고 겉으로 보기에 고위 공무원의 느낌이 나는 김씨는 피해자에게 많은 거짓말을 했다. 특히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속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역시도 지난 2013년 9월 세무사 C(59)씨에게 "조선 황실과 한국불교재단의 자금, 전 필리핀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창' 소속 직원"이라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2억9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구속된 안씨도 마치 자신이 '창'의 직원인 것처럼 행동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회계사와 대학교수, 대기업 임원 등 3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2억원 상당을 받아 챙겼다.

그는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일본 연예인 등 미모의 여성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프로필 사진으로 내걸고 인터넷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그는 자신을 재무 전문가로 속여 '러시아 석유 수입' 혹은 '금괴 거래' 등을 빌미로 거액을 뜯어 냈다.

경찰 조사 결과 3년 전 같은 범행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안씨는 출소 6개월만에 또 다시 범행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파일러 조사 결과 안씨는 과도한 열등감과 불안 등이 지나친 끝에 자신을 환상 속의 인물과 대입시켜 살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를 진실로 믿는 일종의 인격 장애다. 안씨는 이외에도 저장 강박 증후군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치밀한 조직체계를 지니고 있지는 않았으나 서로 피해자를 물색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급전을 유통하는 등 느슨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연결책의 역할을 한 이씨가 입건 후 구속 직전 잠적해 그를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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