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e톡톡] “염색·액세서리 안돼”…군대 같은 원광대 체대 규율

(서울=뉴스1) 김태헌 인턴기자 | 2015-10-26 15:40 송고 | 2015-10-26 16:03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원광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상급생들이 상습적으로 후배를 집합시켜 얼차려를 주고, 군대식 규율을 정해 교육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체육교육학과 15학번 강모 씨는 지난 24일 원광대 커뮤니티 '원광대 드루와'에 해당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강씨는 "최근까지 과대로 활동하다 현재는 과생활을 그만둔 상태"라며 "많은 고민 끝에 이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씨의 글에 드러난 학과 내 부조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군복무를 마친 후 늦은 나이에 온 대학에서 강씨는 '잘해 보자'는 마음으로 신입생 학과대표(과대)를 맡았다. 과대가 된 강씨가 14학번 선배에게 건네받은 건 '격려의 한마디'가 아닌 '군대식 규율목록'이었다.
'자전거 타지 않기'  '단추 모두 잠그기' 등 불합리한 규율 16가지를 모두 지켜야 했고, '실세 학년'인 3학년이 될 때까지 시차를 두고 하나씩 금지가 풀리는 방식이었다. 군내 악습 병영문화는 사라져 가고 있지만, 비슷한 유형의 억압이 대학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규율 대부분은 염색·파마를 제한하거나, 액세서리 착용을 금지하는 등 기본적인 인권을 상당히 침해하는 항목이다.

신입생이 지켜야 할 일. (사진=페이스북 '원광대 드루와' 캠처)
신입생이 지켜야 할 일. (사진=페이스북 '원광대 드루와' 캠처)

강씨는 "과대라는 이유로, 또 나이가 많다는 점 때문에 다른 동기보다 심한 말도 많이 들었다"며 "학교생활을 어떻게든 잘 해 보자는 생각으로 참아왔다"고 말했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지난 9월 3일 여느 때처럼 15학번 학생들은 체육관 옆에서 얼차려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목격한 타과생이 경찰에 신고를 한 것.

다음날 관련 학생들은 학과 사무실에 불려가 진술서를 쓰는 등 조사를 받았고, 강씨는 학과 선배에게 '오늘부로 모든 과생활을 종료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과생활'이라 불리는 선·후배 간 악습은 끝난 듯 했다.

그러나 얼마 뒤 학과 내에는 '다시 과생활을 시작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끝난 줄 알았던 학과 내 악습은 부활했고, 강씨 등 몇몇은 과생활을 하지 않는 '아웃사이더'가 됐다.

강씨는 "과생활을 그만둔 뒤 '과잠을 입지 마라'  '성적장학금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과생활 하는 애들이랑은 어울리지 마라'는 이야기를 선배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를 넘은 군기 문화가 과연 교사가 되는 데 필요한 것일까"라며 "많은 분이 실망할 것이고 나 자신도 욕을 먹을 걸 알지만, 용기를 내 글을 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체육교사가 되기 위해 체육교육과에 왔다"며 "이 목표를 위해 학과 전체가 노력하길 바란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은 '좋아요' 5900여건과 1200여개의 댓글 등 많은 누리꾼의 지지를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체육교육학과 학회장 A씨는 지난 25일 '죄송하다'며 해명 글을 올렸다.

A씨는 "현재 체육교육학과에는 어떤 종류의 집합, 얼차려, 전체 모임도 없어졌다"며 "기존 문화가 잘못이라는 걸 인지하고, 개선점을 찾던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여러 학생의 비판과 댓글을 보며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개선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학교 관계자는 "체육 관련 학과 학생들이 그런 종류의 위계질서를 따지곤 한다"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학과 교수들이 지난 23일 관련 사항을 듣고 대응 방향에 대해 회의 중이다"고 밝혔다.


solidarite4u@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