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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디턴 책 " 왜곡번역" vs. 출판사 "의도 없었다"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5-10-20 21:37 송고
© News1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책을 국내 출판사가 왜곡해 번역했다는 비판이 일자 해당 출판사가 왜곡의 의도가 없었으며 다만 '편집상의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출판사는 저자와 독자에게 논란을 빚은 데 대한 사과의 뜻을 밝혔고 재판 인쇄때 지적받은 사항을 바로잡아 출간하겠다고 덧붙였다.

논란은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위대한 왜곡’? 앵거스 디턴의 위대한 탈출 번역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글에서 김 연구위원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의 책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을 한국경제신문사 계열 출판사인 한경BP가 지난해 9월 국내출간하면서 토마 피케티와의 보완관계일 뿐인 그의 주장을 마케팅을 위해 반대의 입장인 것처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장’과 함께 책의 핵심 테마 중 하나로 제시되는 ‘불평등’이 번역 과정에서 성장의 부산물쯤으로 격하됐다"면서 "최근의 좌-우파간의 경제체제 논쟁(증세, 복지, 재벌 등), 특히 피케티를 통해 본격 촉발된 불평등과 증세에 대한 문제제기와 공세가 있자, 그에 대한 ‘대항마’로 이 책 <위대한 탈출>이 선택되었다. 구체적인 번역 경위는 모르지만, 실제로 ‘피케티 vs 디턴’은 이 책의 주요한 마케팅 내지는 셀링 포인트였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이어 "이 책의 원제목에 붙은 ‘health, wealth, and the origins of inequality’라는 구절이 빠진 대신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라는 어떻게 보면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 구절이 붙었다"고 했다.
그는 "이 정도면 소송감"이라고 표현하며 다방면에서 왜곡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부제목 뿐만 아니라 부(part), 장(chapter), 절(section)의 제목이 대부분 바뀌었고, 절의 경우, 원문의 절 구분을 빼는 동시에 없던 절 제목을 집어넣기도 했고, 원문의 내용 중 일부를 자기들 멋대로 생략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리를 옮기기도 했으며, 어떤 경우엔 원문에 없는 것을 집어넣은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는 근거로 'Preface'가 없어지고 'Introduction'도 3분의 1만 번역돼 있다는 것도 들었다.

이 주장에 일부 독자들도 동조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한경BP측은 20일 블로그에 입장을 밝혔다. 한경BP는 왜곡의 의도는 없었으며 중복된 내용을 빼고 합치는 등의 '편집상의 변화'(Editorial Change)가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즉 Preface와 Introduction을 프롤로그로 합친 것은 내용이 길어 독자들이 지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겹치는 부분을 중심으로 뺀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불평등에 대한 디턴의 생각이 왜곡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간소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부제 등에서 빠진 것일 뿐  "불평등한 사례는 본문에 정확하게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출판사는 "왜곡 논란이 제기된 만큼 문제가 된 Preface와 Introduction을 다음판에는 원서 그대로 출간"할 것이며 "부제인 '불평등은 어떻게…' 역시 원래 부제대로 수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경BP는 "왜곡 의혹이 있지만 내용을 왜곡하거나 바꾼 게 없다"며 "번역자들은 이번 논란과 관련이 없고 디턴 교수에게도 논란을 저작권사를 통해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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