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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듯 없는듯…3년째 살아남은 4개 부처 장관 '장수 비결'

튀지 않고 청와대 기조 잘 따른 장관들 장수...일벌레라는 점도 공통점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이동희 기자, 황라현 기자 | 2015-10-20 09:01 송고 | 2015-10-20 18:28 최종수정
19일 이뤄진 개각에서 최장수 장관 4인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박근혜 정권 초대 내각 인사로 2013년 3월 임명된 이후 2년7개월째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다. 역대 장관 임기가 1년반 남짓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News1 박지혜 기자
윤상직 장관은 지난 5월 이후부터 산업부의 모태가 된 상공자원부가 출범한 이후 가장 오랜기간 재직한 장관이 됐다. 이동필 장관은 오는 11월이면 농식품부 최장수 장관으로 등극한다. 환경부 장관은 3년8개월 재임한 김명자 전 장관이 최장수 장관으로 기록돼 있어 윤성규 장관은 1년 이상 장관직을 유지해야 기록 갱신이 가능하다. 외교부 장관은 5년간 수장을 맡은 박동진 전 장관의 기록이 최고다. 윤병세 장관이 기록을 깨기 위해서는 정권이 교체될 때에도 살아남아야 최장수 타이틀을 달 수 있다.
이들 장관의 공통점으로 튀지 않는 행보를 꼽을 수 있다. 이동필 장관은 부처 장관들 사이에서 존재감없는 장관으로 유명하며, 성격도 조용조용한 편이다. 윤성규 장관 역시 내부 환경부 직원들에게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조직 장악에 성공했지만 대외적인 모습은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 News1 박지혜 기자
윤병세 장관은 평소 낯을 가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윤상직 장관 역시 관료 출신 장관답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처리했던 게 장수 장관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책기조에 부합해 성과까지 거둔 장관에게 청와대는 무한 신임을 보이고 있다. 기조에 부합한 장관은 정권 끝까지 함께 간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그래서 이동필과 윤병세 장관에게는 '오동필'과 '오병세' 별명이 붙었다.
이동필 장관은 세출을 줄일 수 있는 쌀 관세화에 성공했다. 쌀 개방을 시도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쌀 관세화를 10년 유예시켰지만 그 이후 어떻게 할 지 규정을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 그만큼 쌀 관세화는 국민적 반감이 큰 정책이다. 그런 쌀 관세화를 이동필 장관은 관세율 513%를 확보하겠다며 쌀 개방을 밀어붙였다. 관세율 513%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News1 오대일 기자
또 이동필 장관은 취임 이후 한중FTA(자유무역협정)를 비롯해 5개의 FTA 체결이 이뤄졌다. '수출=농업붕괴'를 우려한 농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국민적 반발로 이어지지 않아 내부적으로 잘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농업도 돈을 버는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6차산업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6차산업화는 1차, 2차, 3차산업을 결합해 고부가가치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이동필 장관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몸담고 있던 1990년대부터 주장해온 농정방향이기도 하다.  

윤병세 장관은 2012년 대선때에도 캠프 내 외교통일추진단장을 맡으며 당시 후보였던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윤병세 장관의 장수 비결로는 처신이 물과 같다는 것이 꼽힌다.  상황관리에 능해 크게 사고치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박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해외 순방 이후 반복적으로 상승한다는 점도 외교부 장관을 굳이 교체하지 않아도 될 이유로 꼽힌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이번 방미 이후에도 전주대비 1.2%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 News1 박지혜 기자
윤성규 장관은 야당의원과 환경단체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청와대나 여당의원들에게는 흠잡을 데 없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조직 장악에 성공한데다가 설악산케이블카로 대변되는 박근혜 정부의 개발정책을 묵묵히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때 대외적으로 공표했던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 어렵다며 목표치를 낮춰 잡았다가 세계적 비난을 받고서야 감축목표를 상향하는 행보도 보였다.

윤상직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정부부처에서 현 1차관이 장관으로 승진한 유일한 사례다. 관료출신답게 묵묵히 일을 처리해 장수 장관이 됐지만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매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5년 연속 '교역규모 1조 달러' 달성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위한 국회 비준동의안 통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3년째 장관직을 수행해 지칠법도 하지만 이들 장관 모두 여전히 일벌레로 소문이 자자하다. 윤병세 장관의 또다른 별명은 '올빼미'로 각종 연설문을 직접 작성하고, 밤낮없이 수시로 전화해 현안을 물어보는 탓에 직원들은 새벽에도 전화기를 놓지 못한다고 한다.

윤성규 장관은 환경부 국장이던 옛시절 연필 10자루를 두고 수정하기를 반복할 만큼 꼼꼼하고 소신을 굳히지 않아 '독일병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지금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또 2년차까지 뜸하던 인터뷰 건수가 3배 이상 늘고, 부처홍보를 강화하면서 내부 직원들의 업무 피로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동필 장관은 장관 소통점수가 타 부처 장관보다 2배 이상 높을 만큼 현장을 자주 찾고, 이동 중간중간에서 휴대폰을 손에서 떼지 않고 SNS(소셜네트워크)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럽 등 멀리 해외출장을 다녀와도 시차 적응없이 바로 현장으로 뛰어가는 통에 이 장관보다 젊은 수행보좌관들이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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