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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 주사 720번…슈퍼결핵 환자들 '바늘공포'

'카나마이신' 생산 중단, 대체약품 주사만 하루 3번…해외서 원료 수입가능성도 불확실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이후민 기자 | 2015-10-08 19:57 송고 | 2015-10-08 20:39 최종수정
결핵 검사를 받고 있는 환자(사진 함평군)./© News1
결핵 검사를 받고 있는 환자(사진 함평군)./© News1

슈퍼결핵(다제내성 결핵)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8개월간 많게는 720여 차례 주사제를 맞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제내성 결핵은 일차 치료제인 이소니아지드, 리팜피신 등 2개 이상의 항결핵 약제에 내성이 생긴 것을 말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유한양행이 생산하는 결핵치료 항생제 '유한카나마이신황산염주(카나마이신)'의 생산이 원료공급사의 사정으로 중단되면서 슈포결핵 환자들에 대한 주사제 투약 횟수가 졸지에 하루 한 번에서 세 번으로 급증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카나마이신 생산 중단을 신고했고, 재고 물량이 거의 소진돼 대형병원들도 근근이 처방하는 상황이다.

최근 3년 동안 국내에서 카나마이신을 생산하는 제약사는 유한양행이 유일했다. 하지만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 회사가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에 하자가 생겨 수입이 중단됐다는 게 질병관리본부 설명이다. GMP는 주기적으로 평가를 받아 재인증을 받는다. 인증을 받지 못하면 수출이 어렵다.

예전에 함께 카나마이신을 생산해오던 동아에스티 역시 3년 전 원료 공급사 사정으로 카나마이신 생산을 중단했다.
주사 투약 하루 1→3회 늘어…환자들 '바늘폭탄'

슈퍼결핵은 치료가 어렵다. 현행 '결핵진료지침'에 따르면 8개월 동안 반드시 매일 주사제와 경구약을 복합적으로 투약 받아야 한다. 치료 기간이 길게는 2년에 달한다.

유한양행 결핵 치료제 카나마이신./© News1


의료진은 진료지침과 환자 편의성을 고려해 유통 중인 3개의 항생 주사제들 중 하루 한차례만 투약하는 카나마이신을 우선 사용해왔다.

그런데 하필 카나마이신 공급이 중단되면서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심하거나 투여 횟수가 많은 약을 쓸 수 밖에 없게 됐다.

현재 카나마이신의 대체 의약품으로 쓰이는 아미카신 주사제는 하루에 근육주사를 3회 놓거나혈관 주사를 통해 성인은 30분~1시간, 유아는 1~2시간 투여해야 한다. 

이에 비해 카나마이신은 1일 1~2회 근육주사로 충분했다. 아미카신에 비해 투약이 훨씬 간편하다. 

결핵전문 치료기관인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서해숙 흉부내과 진료부장은 "(대체약품을) 근육주사로는 하루에 2~3번을 맞아야 하다보니 환자 대부분이 혈관 주사를 원한다"며 "이 경우 팔에 약물투여 관인 카테터를 착용해야 하는데 환자는 환자대로 고통스럽고 의료진은 의료진대로 힘들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간편한 치료제 공급이 끊기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대체약을 통해 약물 효과가 길게 유지되는 방향으로 겨우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원료, 동일의약품 수입가능성 매우 불확실

보건당국은 해당 중국 공장의 GMP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면 다시 원료 공급이 재개되기 어렵다고 본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또다른 원료 공급처를 찾아내거나 긴급도입 형태로 해외에서 동일 의약품을 가져오는 두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유행양행과도 만나 여러 차례 대책을 논의했다"며 "단기적으로는 긴급도입 형태로 의약품을 수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당국에 따르면 동일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빼면 일본, 프랑스, 인도 3개국 뿐이다. 이중 일본과 프랑스는 생산량이 소량이어서 물량확보가 사실상 어렵고 인도에서 가져오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인도도 현지공장이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충족하고 있는지 현재로서는 파악이 안된 상태다. 만약 GMP기준이 아니라면 제조과정을 확신할 수없어 수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원료의 경우는 이들 3개국에 중국을 합쳐 4개국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미 수입루트가 다 막힌 것으로 유한양행을 파악했다. 인도에서 원료를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 수있지만 역시 GMP기준을 만족하고 있는지 살펴봐야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슈퍼결핵 환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856명이다. 전체 결핵 환자 4만3083명의 2% 수준에 불과하지만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환자들이다 보니 심각한 보건문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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