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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지옥.."버거씨병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 왜 안해주나”

식약처 "대체약품 있는데.." vs. 전문가 " 바스코스템 만한 치료약 없다"
바스코스템 임상1,2상 결과 : 궤양 현저히 나아 걸을 수 있을 정도..중대 부작용 없어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5-10-07 18:11 송고 | 2015-10-12 15:37 최종수정
서울성모병원과 보라매병원서 진행한 바스코스템 임상연구에서 환자의 족부 궤양 변화(치료 전과 치료 24주후 비교) /자료 : 알바이오 © News1<br><br>
서울성모병원과 보라매병원서 진행한 바스코스템 임상연구에서 환자의 족부 궤양 변화(치료 전과 치료 24주후 비교) /자료 : 알바이오 © News1

“버거씨병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31년간 버거씨병 치료를 위해 버텨왔지만 삶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많았다는 버거병 환자 이성희씨(버거씨병 환우회 대표)의 토로다. 그는 발표 도중 울먹임을 멈추지 못했다.

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줄기세포 관련 공청회에는 국내 의대 석좌교수들과 환자가 참석해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허가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버거씨병은 어떤 이유로 혈관이 폐쇄돼 사지 말단에 궤양이 생기고 피부조직이 괴사하는 희귀난치 질환이다. 심할 경우 환부를 절단해야 한다. 원인은 담배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약물 외에 치료약이 없어 미국에서도 담배를 끊으라고 조언하고 있는 정도다.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터키, 이스라엘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에는 4~50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버거씨병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 미루는 식약처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줄기세포치료제 허가를 위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한 알바이오의 ‘바스코스템’에 대해 희귀약 지정을 지속적으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바스코스템은 궤양을 제거하고 피부조직을 재생해 환자들의 보행능력을 키우고 통증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알바이오가 개발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다. 환자의 몸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것으로 환부에 주사하는 것으로 투약한다. 개발을 위해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과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에서 2008년 7월 31일부터 2013년 11월 26일까지 임상1,2상 연구가 진행됐고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했다.

알바이오는 올 3월 식약처에 바스코스템에 대한 희귀약 지정 신청을 했다. 희귀약 지정을 받게 되면 임상3상을 면제받고 최종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허가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식약처는 알바이오에 두 차례의 자료보완 요청을 했고 알바이오는 답변서를 곁들여 연거푸 재신청을 했다. 그 이후에도 검토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통보를 두차례나 받았다. 식약처가 계속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알바이오는 신청자체를 자진 취하했다.

◇ 식약처 "대체약품 있는데.." vs. 전문가 " 바스코스템 만한 치료약 없다"

식약처가 바스코스템의 희귀약 지정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기존 적절한 대체의약품이 있고 이상반응이 많이 나왔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은 거셌다. 

이날 공청회 발표자로 참석한 장준식 임상시험수탁전문기관(CRO) GDFI 원장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도 버거병은 불치병으로 정의하고 있고 치료 의약품은 없다고 설명한다”며 식약처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과거 서울식약청장과 식약청 의약품안전국장을 역임했다.

토론에 참석한 서유헌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원장(한국뇌연구원 초대원장)도 “버거씨병은 보건복지부가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해놓고 식약처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희귀질환난치병 치료제로 지정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존 약보다 뛰어날 경우에 허가를 내줄 수 있다고 한다”며 “현재 미국을 포함해 세계에 버거씨병 치료제는 없다. 단지 통증을 완화해주는 대체제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이어 “식약처 말대로 버거씨병 치료제가 있다고 했을 때 기존약보다 뛰어난 효능을 보이면 허가를 내줘야 한다”며 “현재 통증완화 대증요법제로 대표적인게 실로스타졸 등이 있다. 버거씨병을 낫게 해주는 게 아니라 통증을 적게 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 원장은 “항조울병 치료제들 중 하나는 용량을 2~3배로 주입하면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약도 허가를 받아 조울증 치료에 쓰이는데 안전한 성체줄기세포이면서 효과가 있는 약은 당연히 허가가 나야 한다”며 “희귀약으로 조건부 승인을 내리고 이후 실제 임상3상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중단시키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버거씨병 환자 혈관재생이 매우 어렵다..줄기세포치료는 확실히 효과 있다"

또 식약처가 문제삼는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서 원장은 “발표한 치매와 파킨슨병 예방을 위한 줄기세포 연구가 있다. 수천마리 쥐에 투입해도 죽은 쥐가 한 마리도 없었다”며 성체줄기세포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일본에서 바스코스템 투여 환자의 족부 궤양 변화.W0는 치료전, W2·4·8는 각2주, 4주, 8주 치료후 상황이다 /뉴스1 © News1<br><br>
일본에서 바스코스템 투여 환자의 족부 궤양 변화.W0는 치료전, W2·4·8는 각2주, 4주, 8주 치료후 상황이다 /뉴스1 © News1


이어 다른 토론 참석자 유명철 한국인체조직기증원 이사장(경희대 석좌교수)은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버거씨병 환자들을 보면서 치료가 어려워 의사로서 한계를 느낀 적이 많았다”며 그간 임상의로서의 고충을 전했다.

유 이사장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순환기, 혈관내과, 정형외과 의사들의 공통적인 소망이 버거씨병 환자들의 혈관재생”이라며 “버거씨병 줄기세포 치료결과를 관찰하면서 느낀 것은 확실히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희망을 갖게 됐고 빨리 임상에 적용됐으면 하는 소망이지만 의외로 허가가 지연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바스코스템 임상1,2상 결과 : 궤양 현저히 개선되고 중대한 부작용 없어

의학계에 따르면 버거씨병을 효능·효과로 포함시켜 승인받은 의약품은 총 188개 제품이다. 말초순환 장애나 궤양 개선 등 부분적인 효능에 그치고 있고 바스코스템이 목표로 하는 치료 적응증인 ‘보행거리 개선’에 대한 효능을 가진 품목은 없다. 궤양을 낫게 해서 걸어다닐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겨냥한 것이 바스코스템 밖에 없다는 뜻이다.

기존 의약품의 경우 부작용도 적지않다. 그중 실로스타졸(62개 제품)이 효능이 나은 것으로 인식됐지만 심각한 출혈과 심장손상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로 2013년 3월 21일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사용제한 권고를 받았다.

효능은 적고 부작용도 높다보니 약을 중도에서 끊는 경우도 많다. 의학계에 따르면 국내 기존 대체의약품 경구투여제 복용 시 임상시험 중도탈락율은 4.84~33%다.

줄기세포 관련 공청회가 7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뉴스1 © News1<br><br>
줄기세포 관련 공청회가 7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뉴스1 © News1



그러나 바스코스템의 경우 환자 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2상 결과 통증완화는 물론 궤양치료 효과가 현저하게 나타나면서 보행거리가 대조군 대비 증가했다. 

임상종료 후 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추적관찰(보라매병원)에서는 바스코스템 투여부위를 절단한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기존 궤양이 있던 환자 4명 중 3명은 완치가 됐고 1명은 현재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상태다. 9명 중 7명은 추가 치료를 시행하지 않았다. 

바스코스템 임상에서 이상반응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의 64.71%로 나타났지만 시험약과 연관성이 있는 이상반응은 없었다. 보통 부작용과 관련 임상시험에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은 이상반응 자체보다 중대성 정도와 약물과의 연관성 여부다. 자칫 치명에 이를 수 있어서다.

장준식 원장은 “이상반응이란 임상시험과정에서 시험대상자에게 유해하다는 것을 말하지만 그것이 해당 치료제와 반드시 인과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기존 대체 의약품들의 중대한 이상반응은 7.4~20.91%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내 기존 대체의약품 복용때 임상시험 중도탈락율은 4.84~33%였던데 비해 바스코스템은 0%였다.

이날 버거씨병 환우측 한 참석자는 “버거씨병 환자들은 몸에 좋다는 음식은 뭐든지 찾아 헤매고 있는 상황”이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하루 빨리 허가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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