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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그냥 다 싫다" 유학·이민박람회 찾는 20대들

20대 학생부터 50대 학부모까지…한국 취업난·입시경쟁 탈출구 찾는 사람들
'현실도피성' 유학·이민은 금물 "사전준비·어학실력 갖춰놔야"

(서울=뉴스1) 김진 인턴기자 | 2015-10-04 08:00 송고 | 2015-10-04 10:49 최종수정
3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해외유학·이민박람회의 한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15.10.3/뉴스1 © News1


#대학생 김모씨(25·여)는 오는 12월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이전에 1년간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했다는 그는 한국에 돌아오고 난 뒤 캐나다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이 너무나 그리웠다고 밝혔다. 김모씨는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아서 떠나는 것"이라며 "취업도 어렵고 그냥 다 싫다"고 털어놨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김윤아(42·여)씨는 한국의 치열한 경쟁 체제가 싫어 아이들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의 물질적 성공을 바라고 유학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좁은 국내에서 대학과 일자리를 놓고 싸우며 살 바에는 보다 넓은 외국에서 더 나은 삶의 질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취업난과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의 생활방식에 지쳐 유학과 이민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 7월까지 한국 국적 포기자의 수는 총 5만2093명에 달한다. 한해 평균 1만9000여명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셈이다.

3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해외유학·이민박람회에서는 이같은 해외 이민·유학 열풍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층과 학부모들로 가득찬 박람회장에서는 점심시간도 잊은 채 상담을 받으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어린 자녀를 유모차에 태운 젊은 부부들은 부스를 옮겨다니며 상담을 받았고, 박람회장 한편의 세미나실에서는 전문가들이 유학과 이민 관련 강연을 펼쳤다. 세미나실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유리창에 귀를 대고 메모를 빠르게 적어내렸다.

◇"취업난 피해 이민간다"…"취업 경쟁력 위해 어학연수"

이날 박람회를 찾은 방문객들은 한국의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행을 택했다고 밝혔다. 전례없는 취업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학연수 등 유학을 결심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오는 24일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는 대학생 최모씨(25)는 "현지에서 영어 실력을 키운 뒤 취업이 잘 되는 정비 관련 학과에 입학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영주권을 획득해 캐나다에서 자리를 잡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는 취업도 잘 안 되는데다 생활방식도 빡빡하다"며 "남들 눈치 보기가 힘들어 이민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A씨는 "중국어를 전공하는데 어학연수를 가야할 시기라 알아보러 왔다"며 "외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아무래도 복학한 뒤 수업을 수월하게 들을 수 있어 학점 따기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군 전역 후 학교에 복학한 최성종(24)씨는 "나중에 취업을 대비해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어 6개월 어학연수 코스를 결정하게 됐다"며 "주변에서는 이미 갔다온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비싼 교육비·자녀 스트레스 걱정하는 부모들

자녀 교육을 위해 해외 유학과 이민을 고려하는 학부모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6살짜리 아들을 둔 전모씨(37·여)는 "아이 교육 때문에 가족 전체가 미국 이민을 결심하게 됐다"며 "한국은 유치원만 해도 한달 교육비가 100만원이 넘는데 미국은 교육비가 비교적 저렴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 교육에도 좋고 아이가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아 본인이 원한다면 거기서 취업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중학생 딸을 둔 조모씨(40·여)는 "한국은 대학교 입학부터 경쟁이 심하고 어려워서 중국, 미국 쪽으로 아이 대학을 알아보러 왔다"며 "아이가 걱정도 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힘드니까 웬만하면 취업까지 거기서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어학연수를 가겠다는 아들을 따라왔다는 최재원(50)씨는 "학점이나 취업 문제도 있고, 요즘은 영어 실력이 없으면 어딜가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도 "가는 게 좋지만 비용이 장난 아니다. 아이는 뉴질랜드를 원하지만 필리핀 등 아시아 영어권 국가를 경유하는 것을 고려중"이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3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해외유학·이민박람회를 찾은 방문객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15.10.3/뉴스1 © News1


전문가들 역시 최근 '한국이 싫어서', '취업이 힘들어서', '자녀 교육·취업을 위해' 외국행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밝혔다.

해외이주 전문업체인 국민이주의 김명수 변호사는 "과거에는 투자를 통한 이민 상담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취업 이민 상담이 7대 3 비율로 부쩍 늘었다"며 "취업이 잘 안 되는 청년층이나 자녀 취업 때문에 영주권을 따려는 부모가 늘었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 등 큰 사건을 겪으며 국가에 실망감을 느끼고 이주를 결심한 사람들도 늘었다"며 "실제로 최근 나이가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이같은 이유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다른 해외이주업체 고려이주공사의 정수빈 상담부장은 "최근들어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의 나이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며 "20대들이 취업이민 쪽으로 많이 알아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현실도피성 유학과 이민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 상담부장은 "언어적인 부분이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한국에서와 똑같은 일을 하려고 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춘 뒤 떠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무작정 국가를 선택하고 떠나기보다 미리 여행을 갔다오는 등 기후나 라이프 스타일이 자신과 맞는지 체크해야 한다"며 "미국·캐나다 등 인기가 많은 지역으로 가더라도 생활이 맞지 않아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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