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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th BIFF]허우샤오시엔·지아장커, 거장들의 귀환 그리고 품격

(부산=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2015-10-04 07:00 송고
대만과 중국을 대표하는 허우샤오시엔과 지아장커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로 국내 관객들과 만났다. 대만의 뉴 웨이브 운동을 주도한 살아있는 거장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중국의 6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감독 중 하나인 지아장커 감독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초청으로 성년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의 품격이 드높아졌다. 

대표작인 '동년왕사', '비정성시', '쓰리 타임즈' 등으로 유명한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지난 2일 오후 4시40분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영화 '자객 섭은낭'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자객 섭은낭'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초청작이다.
'자객 섭은낭은' 2015년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며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장군의 딸이었지만 여승에게 납치돼 무술을 연마해야 했던 섭은낭의 무용담을 그려낸다. 장첸과 서기 등이 출연했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수정주의 무협영화의 출발을 알리는 영화"라고 정리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지아장커 감독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 News1star / 네이버 영화, 영화 '산하고인' 스틸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지아장커 감독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 News1star / 네이버 영화, 영화 '산하고인' 스틸


특히 허우 감독은 2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한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난해 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인한 이용관 공동집해위원장 사퇴 압박설 등 불미스러운 일로 얼룩진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한 따뜻한 격려와 영화인들의 응원이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계속해올 수 있고 존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영화는 활자보다 직접적이고 시각적인 효과가 강한 예술 범위에 속한다"며 "그런 것들을 통해 사회 어떤 면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는 영화제가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역할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영화제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또 허우 감독은 "영화제는 인력과 예산이 많이 들어 운영이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의 대표 영화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며 "영화제의 잡음은 어느 나라나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요소의 개입 어느 영화제에서나 있다"며 "대만에서도 그런 시도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그 당시 대만 영화인들이 단합해서 막아냈던 기억이 있다"며 "영화인들의 응원과 단결, 뭉치는 힘이 중요하다. 힘을 합쳐 나아가야지만 계속해서 다른 아시아의 대표 영화제가 될 것이고 다른 국가 영화제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

허우 감독은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가, 내가 성장한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또 어떤 비극적인 상황들이 벌어졌는지 지식인으로서 바라봐야 한다"며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만 만들 게 아니라 관객이 알아야 할 것을 영화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지아장커 감독은 3일 오후 4시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영화 '산하고인' 기자회견에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산하고인'은 지아장커 감독이 자신의 청년 시절을 회고하면서, 당시의 삶이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그린 작품이다.

지아장커 감독은 '소무', '스틸 라이프', '24시티',' 천주정'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특히 '스틸 라이프'는 그를 거장 반열에 올린 작품으로, 경이로운 미학 세계를 경험케 했다. 당시 시간이 정지된 듯한 정적인 산수화 같은 풍경을 통해 중국의 산업화와 그 가운데 처해진 인간의 상황 등을 이미지로 구현해냈다. 

그는 또다시 '산하고인'을 통해 중국 경제 성장을 통한 개인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1999년 젊은 나이로 이야기를 설정한 이유는 당시 시대가 독특한 시대였다"며 "중국 경제가 가속적으로 발달한 시기이고, 휴대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개인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또 지아장커 감독은 "그런 게 사람들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감정적인 면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 시작으로 설정했다"며 "영화에서 26년의 시간을 그린 이유는 나이에 따라 생활에 대한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간으로 나눠 표현하고 싶었다. 내 영화 최초로 미래의 장면이 나온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아장커의 작품이 갖는 사회적 함의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자본주의가 낳은 물질주의로 인해 파괴되기 시작한 중국 사회의 면면을 통해 개개인의 삶의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세밀하게 묘사해낸다. 극단으로 치달은 물질주의가 인간의 왜곡된 관념까지 지배하는지 확장시켜 보여준다. 

허우샤오시엔과 지아장커의 작품들은 영화가 갖는 사회적 기능과 가치를 회복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다. "사회를 지식인으로서 바라봐야 한다", "관객이 알아야 할 것을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허우샤오시엔의 목소리는 작품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졌고 결코 공허한 외침에 그치지 않았다. 동 시대 거장들과 만났던 감동의 순간들이었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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