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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살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간 꽃분이가 바라봤던 정원은?

위안부 소녀가 바라본 정원 풍경 재현…3일부터 월드컵공원에서 공개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 2015-10-02 11:10 송고
서울정원박람회 준비 모습(사진=서울시 제공) 2015.10.1/뉴스1 © News1
서울정원박람회 준비 모습(사진=서울시 제공) 2015.10.1/뉴스1 © News1

# 나는 꽃분이(가명)입니다. 열두 살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갔습니다. 나는 꽃과 나비,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가장 어린나이였던 꽃분이(가명) 할머니의 이야기다. 꽃과 나비, 그림을 좋아했지만 그녀는 산과 들에 널린 꽃을 꺾어 꽃반지를 만들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가고 말았다.

그녀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녀 시절 앞 마당을 옮겨놓은 정원이 '모퉁이에 비추인 태양'이라는 이름으로 월드컵공원에 꾸며졌다. 3일 일반에 공개되는 정원을 하루 앞선 2일 찾아가봤다.
아직 정원은 공사 중이다. 정원을 디자인한 황지해 작가는 밀짚모자에 검은색 반팔 티셔츠, 바지 차림으로 막바지 작업에 분주하다. 그녀가 디자인한 정원은 20여m 길이의 담장과 아트월로 정원의 안팎이 나뉘어진다. 이 담장은 담양 '소쇄원'의 '애양단(愛陽壇)'에서 영감을 얻었다. 소쇄원은 조선시대 대갓집 정원의 원형이 거의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다.

황 작가는 "애양단은 흙과 돌로 자연스럽게 쌓은 담장으로 고루 햇볕을 받을 수 있어 정의로움을 의미한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바라는 세상도 바로 이런 정의로운 세상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애양단 바로 아래는 성인 서너 사람이 걸터 앉을 수 있는 기다란 의자가 놓여 있고 의자 바닥에는 위안부 피해자 길윤옥 할머니의 족적이 찍혀 있다. "할머니의 발바닥 주름까지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곳에 앉아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추모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채 완성되지 못한 아트월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만든 압화, 그림 등 작품들이 설치될 예정이다. 담장부터 아트월까지 이어지는 길 바닥에는 할머니들이 끌려갈 당시 나이와 심정, 상황들이 기록된 얇은 패널들이 박혀있다.

1938년 17세의 나이로 일본군에 의해 만주로 연행된 한 할머니는 이런 글을 적었다. '나가 외로워그라는가.. 꽃도 그리 좋아하거든...꽃도 좋아하고 내가 우짜다 이리 늙었는가 싶으다. 잊어버리면 절대 안된다.'  꽃을 좋아하던 어린 소녀가 일본군에 의해 끌려가 어느새 할머니가 되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바닥에는 일본군이 고무공장에 취직시켜준다고 꾀어 따라나섰다가 위안부가 됐다는 글 등 당시의 증언이 아로새겨져 있다.

정원 곳곳에는 나비가 좋아하는 접시꽃과 물망초, 찔레, 도라지꽃 등 한국 자생종이 심겨져 있다. 황 작가는 "세상 모든 나비가 날아와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비가 좋아하는 꽃 위주로 식재를 했다"고 설명한다.

정원은 피해자들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불특정 다수가 투자한 크라우딩펀드와 기업 후원을 통해 조성됐다. 지난 9월3일 열린 착공식에는 위안부 할머니, 기부자, 대학생들도 함께 참석했다.

황 작가는 세계 최고 정원박람회인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2011년부터 2년 연속 금메달과 최고상을 받았다.

정원은 3일부터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정원박람회'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서울정원박람회에선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정원과 '서울정원 우수디자인 공모 수상작', 스타정원 등 총 80개 정원이 선을 보인다.

서울정원 우수디자인 공모 수상작은 신예 가든디자이너들이 출품한 '마당에서 발견한 계란', '이야기 있는 엄마의 뜨락', '내 아이의 그림 그린 정원' 등 15개다.

스타정원은 EXO(찬열, 카이), 손나은, 박시환, 서인국, 성시경, 씨앤블루(정용화), 에프엑스, 보이프렌드(민우) 등 유명스타의 팬클럽이 스타들의 생일이나 데뷔일 등을 기념해 조성했다.


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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