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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여우 팝니다"…희귀 반려동물도 쉽게 사고 버린다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페넥여우·원숭이 등 인터넷서 분양
"반려동물, '재미' 아닌 '책임감'으로 키워야…규제 부재 문제"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김일창 기자 | 2015-09-28 08:00 송고
사막여우. (자료사진) /뉴스1
사막여우. (자료사진) /뉴스1
"귀여운 수컷 사막여우 분양보냅니다. 함께 있는 암컷이 까칠하게 굴어서 안되겠네요. 분양가는 300만원입니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 즉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수가 어느덧 1000만에 달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개와 고양이에 한정됐던 동물의 종 역시 이구아나와 토끼를 넘어 멸종위기에 처한 사막여우와 원숭이 등까지로 다양해졌다. 그러나 다양해진 반려동물의 종에 비례하듯 이에 따른 문제점 역시 늘고 있다.  

인터넷 혹은 대형마트 등을 통해 반려동물을 마치 물건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쉽게 버리는 이들도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막여우'와 '원숭이', '우파루파' 등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희귀동물을 포함한 반려동물을 분양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한 네티즌은 "사막여우를 분양하고자 한다. 1년 6개월 정도 됐으며 암컷 4마리, 수컷 2마리다. 가격은 2600만원 정도"라는 글을 올렸다. 막 태어난 듯한 사막여우의 사진과 함께 올려진 이 글에는 '가격 협상 가능한가',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 등의 수많은 이들이 남긴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사막여우 수컷을 분양한다. 함께 사는 암컷이 까칠하게 굴어 안되겠다. 분양가는 300만원"이라는 글을 올렸고, 이 글에도 역시 폭발적인 댓글이 달렸다.

국내에서 주로 판매되는 '페넥여우'는 국제자연보호연합(ICUN)의 멸종위기동물 목록에 '관심 대상'로 등재돼 있다. 또한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도 '2급'으로 지정돼 있어 당국에 신고를 하더라도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

동물보호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소설 '어린왕자'에 나온 페넥여우가 주로 국내에서 개인간에 거래되고 있지만, 페넥여우는 CITES에 등록된 것으로 반려동물로 키울 수 없다"며 "그러나 페넥여우와 샌드여우의 외모가 상당히 유사해 페넥여우를 샌드여우로 속여 반입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미 '사막여우 동호회'까지 만들어진 상황이다. 이들은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사막여우를 길들이는 법과 씻기는 법, 먹이는 법 등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는 북극여우는 물론 미어캣까지도 팔리고 있었다. 이 사이트는 "예약을 통해서만 북극여우를 수입해 온다"며 "수컷은 250만원, 암컷은 270만원"이라고 소개했고, 이에 많은 이들은 "수입이 되는 정확한 시점을 알고 싶다"며 문의해 왔다.

다소 생소한 '원숭이'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팔려나가고 있었다.

원숭이는 종에 관계 없이 무조건 CITES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개인이 반려동물로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한 네티즌은 "착한 긴꼬리 원숭이를 분양한다. 5살, 수컷이며 가격은 250만원"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올린 사진 속 원숭이는 가정주택으로 보이는 곳에서 목에 쇠줄을 착용한 채 냉장고 등을 타고 있었지만 이글을 본 네티즌들은 "원숭이 꼭 한 번 키워보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마치 물건을 사듯 흥정을 해 왔다.

멕시코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도룡뇽과 동물로 국제적멸종위기에 처한 '우파루파'는 더욱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한 동물보호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부분이 신고를 하지 않고 불법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귀여운 애교쟁이 우파루파를 분양하려 한다. 키우는 어종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며 분양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이는 자신이 키우던 우파루파 4마리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무료'로 분양했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자료사진) © AFP=뉴스1
이처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버젓이 팔리고 있고, 이에 대한 제재도 역시 없다보니 동물들은 분양글이 올라오기 무섭게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갔다.

개와 고양이는 물론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까지도 쉽게 사들일 수 있음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는 적지 않다. 마치 물건처럼 거래되는 이들은 물건처럼 쉽게 버려지기도 했다.

실제 상당수의 이들은 '외국에 가야 해서', '이사를 가야 해서', '지겨워져서', '키우는 종을 바꿔야 해서' 라는 이유 등으로 너무나 쉽게 자신들이 키우던 동물을 파양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사막여우와 원숭이 등을 반려동물로 들이는 것이 최근에 새롭게 생긴 트렌드인만큼 이들이 유기되는 사례는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에 앞서 바로 직전 반려동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조류와 파충류들은 최근들어 쉽게 유기된 상태로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앵무새나 이구아나, 족제비 등이 최근들어 심심치 않게 유기된 상태로 발견된다"며 "주인에게 버려져 길을 배회하다 행인에게 발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은 물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마트의 동물코너 역시 이같은 문제점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동물코너에는 발톱개구리와 거북이, 도마뱀, 어류 20여종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동물 수십여종이 전시돼 있었다.

이들은 5000원에서 50여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팔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A씨는 "희귀동물을 파는 매장으로서 규모는 서울 시내 여타 마트에 비해 큰 편"이라며 "주로 어린이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동물들을 많이 선물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의 상황도 비슷했다. 이 마트에도 역시 토끼는 물론 평소에 보기 힘든 흑문조와 모란앵무 등의 조류, 육지거북과 레드풋육지거북, 인도별육지거북 등의 수많은 동물들이 전시돼 있었다.

아들이 졸라 대형마트에서 토끼를 샀다가 결국 키울 수 없어 다른 곳에 보냈다는 한 주부는 "마트에 함께 온 초등학생 아들이 관심을 보여 토끼 2마리를 샀는데, 결국은 관심이 시들해지고 말았다"며 "작은 집에서 키우려니 도저히 관리가 힘들어 시골에 사시는 시댁부모에게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너무나 쉽게 동물을 사고 버리는 행위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동물은 장난감이 아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네티즌은 "아기가 관심을 가져 앵무새를 샀는데 관심이 없어져 다시 분양하려고 한다는 글을 봤다"며 "앵무새가 장난감은 아니지 않냐"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이는 사막여우의 사례를 언급하며 "사막에서 살아야 할 여우를 집에 가둬놓고 이불 속에 키우다니, 과연 동물들이 행복할까 의문"이라며 "또 만약 유기될 경우, 먹이도 없고 겨울을 이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규제의 부재'를 지적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멸종위기종을 나누는 국제 기준인 CITES 등급에 따라 멸종 위기 동식물에 대한 거래 기준이 마련된다"며 "이 등급에 따라 1급에 속하지 않은 멸종위기종은 검역만 마치면 자유롭게 국내에 들여 올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사랑실천연대 관계자도 "사막여우 등의 동물들이 거래되면서 작은 상자 안에 들어가게 되고,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는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것 자체가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며 "파충류의 수명은 8~10년 정도인데,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인간이 사육하는 파충류의 80%는 1년 안에 대부분 죽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악어 등의 열대동물들도 숨진 후 부검하면 폐렴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며 "더운지방에 살아야 하는데 기온과 환경이 다른 곳에서 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할 때 단순 '재미'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키울 때 재미보다는 하나의 생명체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더불어 동물 유기와 학대 등에 대해 법적으로 실질적인 처벌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동물 유기와 학대가 문제라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페넥여우와 원숭이 등 멸종위기동물이 인터넷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팔려나가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오는 10월까지 불법으로 멸종위기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신고를 받고 11월부터는 실질적인 단속에 나서 이들을 처벌할 예정이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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