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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시신' 김일곤, 덤덤하게 범행 재현…주민들 "심장 떨려"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5-09-23 11:51 송고 | 2015-09-23 12:01 최종수정
트렁크 시신 사건 피의자 김일곤이 23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트렁크에 불을 붙이는 범행 상황을 재연하는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9일 충남 아산에 있는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모(35)씨를 흉기로 위협해 살해한 뒤 시신을 실은 차량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2015.9.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트렁크 시신 사건 피의자 김일곤이 23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트렁크에 불을 붙이는 범행 상황을 재연하는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9일 충남 아산에 있는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모(35)씨를 흉기로 위협해 살해한 뒤 시신을 실은 차량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2015.9.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접촉사고에 연루된 상대방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성을 납치한 뒤 목졸라 살해한 이른바 '트렁크 시신' 사건의 용의자인 김일곤(48)에 대한 현장검증이 23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의 한 다세대 주택 주차장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9시57분쯤 경찰과 함께 회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사건 현장에 도착한 김씨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100여명의 취재진과 주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 뒷좌석에서 김씨가 경찰과 함께 내리자 그의 모습을 담기 위한 취재진들의 카메라 셔터가 연신 터졌다. 취재진들과 주민들은 김씨가 주차장 안으로 이동하자 함께 몸을 움직이며 김씨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검증을 벌인 빌라 주차장 바로 옆 건물에 있던 한 여성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김씨의 모습을 촬영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등의 소란도 잠시 일었다.

검거 당시 입었던 회색 긴팔 티셔츠와 푸른색 바지 차림의 김씨는 시종일관 무덤덤한 표정으로 범행을 재현했다.
덥수룩한 수염에 오랜 기간 씻지 않은 듯 머릿기름 등이 잔뜩한 김씨는 포승줄을 한 채 차량을 빌라 주차장에 주차하고 운전석에 내려 울산에서 훔쳐 달고 다니던 제네시스 차량의 번호판을 원래의 것으로 바꿔 다는 모습을 재현했다.

이어 김씨는 떼낸 제네시스 번호판을 차량에 넣은 뒤 뒷자석으로 이동, 준비해 간 라이터 기름을 시신이 있던 트렁크와 뒷좌석, 앞좌석 등에 고루 뿌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현장검증에서 라이터 기름 대신 물을 이용해 범행 당시의 모습을 재현했다.

김씨는 현장검증 도착 13분 만인 오전 10시10분쯤 타고 온 차량을 이용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 성동경찰서로 돌아갔다.

트렁크 시신 사건 피의자 김일곤이 23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트렁크에 불을 붙이는 범행 상황을 재연하는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9일 충남 아산에 있는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모(35)씨를 흉기로 위협해 살해한 뒤 시신을 실은 차량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2015.9.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트렁크 시신 사건 피의자 김일곤이 23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트렁크에 불을 붙이는 범행 상황을 재연하는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9일 충남 아산에 있는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모(35)씨를 흉기로 위협해 살해한 뒤 시신을 실은 차량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2015.9.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차량이 주차된 다세대주택 주민인 한 50대 여성 A씨는 김씨의 얼굴을 보자마자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저렇게 무섭게 생긴줄 처음 알았다"며 또 다른 주민에게 말을 건넸다.

A씨는 "처음에는 단순 화재 사고인 줄 알았는데 경찰이 출동하고 천으로 덮힌 시신을 꺼내는 순간을 봤을 때 정말 무서웠다"며 "연일 이어지던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의 내막을 조금씩 알아가며 공포감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주차장을 가로질러 현관에 도착했는데 사건을 알고나서부터는 모퉁이로 빙 돌아 집으로 들어간다"며 "심장이 떨려서 밤에 잠도 설쳤다"고 덧붙였다.

다세대 주택 바로 옆 건물에 입주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B씨도 "언론을 통해 사건을 접하면서 조용했던 동네가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B씨는 "원래 이 동네가 조요한 동네"라고 밝히며 "그런데 사건이 일어나자 동네 조그만 가게에 모인 사람들이 '무섭다'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 오후 2시36분쯤 서울 성동구 홍익동의 한 다세대주택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한 차량 트렁크에서 훼손된 한 여성의 시신이 불에 그을린채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와 차량에 남겨진 지문을 통해 사건 발생 8시간 만인 밤 11시쯤 용의자를 김씨로 특정하고 추적에 나섰고, 공개수배한 지 나흘만인 17일 오전 11시5분쯤 김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검거 당시 김씨가 갖고 있던 두 장의 쪽지에 28명의 이름이 적힌 것을 발견하고, 추가 피해에 대한 조사를 벌였지만 여죄는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5월 초 20대 중반 K씨와 서울 영등포구에서 접촉사고가 나 시비가 생겨 복수를 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노래방에서 일하는 K씨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해한 여성을 '노래방 도우미'로 위장시켜 그를 불러내 살해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한 심리상태로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찰은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통해 김씨의 심리를 조사했고 "김씨는 자신의 분노를 조절할 수 없는, 이른바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25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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