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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답정너'식 카드 수수료 인하…"우간다 수준 정치"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5-09-21 09:20 송고 | 2015-09-25 16:43 최종수정
 

바람 잘 날이 없는 정치권이지만 최근 여야를 '대동단결' 시킨 사안이 있다. 카드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다. 지난 14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의도 카드 수수료 인하다. 심지어 정의당도 최근 일부 지역구에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겠다는 플래카드를 걸고 주요 공약으로 추진중이다.

이에 대해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카드 수수료 부담으로 영업이 어려운 자영업자에게는 소위 '먹히는' 이슈라는 것이다. 지역구에 자영업자 비율이 높을수록 이런 경향은 강하다. 을지로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자영업자 표심에 공 들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예 수수료율을 1%로 낮추는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중이다.
문제는 정치권의 이번 수수료 인하 주장이 과연 의지가 있는지, 혹시 총선 득표를 위해 반짝 내놓은 법안은 아니었는지 의심이 든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42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중 수수료 인하와 관련된 건 12개인데, 현재까지 모두 계류중이다. 심지어 발의된 지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심사만 하고 있는 법안도 있다.

사실 금융은 정치 논리가 아닌 '숫자'로 따져야 하는 영역이지만, 지금은 숫자 외 정서가 지나치게 개입됐다. 실제로 현재 금융위원회는 수수료율 산정의 기준이 되는 원가를 계산하고 있는 중이다. 그 결과를 보고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하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한 후 인하폭을 결정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그러나 정치권은 계산 결과가 나오기 전인 올 초에 수수료율을 2%로 한정하는 법안을 발빠르게 발의한 상태다. 결과는 2%로 이미 정했으니 그에 맞춰 과정을 도출해내라는 이야기다.

표심을 위해 이처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식으로 하는 입안이 과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일단 던져놓고 보는 법안에 대해 한 카드사 사장은 기자에게 "경제의 ABC도 모르면서 우간다 수준으로 정책 입안을 한다"며 털어놓기도 했다. 과거 수수료 관련 법안을 내고 아직 심사가 진행중인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기내에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정치권이 수수료 인하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수수료 외 다른 면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카드사의 수익이 증가하는 건 맞지만 이는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신용판매가 아닌 현금서비스·리볼빙 등 고금리 카드대출의 증가로 인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여전법 개정안 중 카드대출과 관련한 법안은 단 2개이며 이 역시 심사만 하고 있다. 이런 이슈들은 신경쓰지 않으면서 수수료에만 집착한다면 자영업자들의 표만 바라보고 수수료 인하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는 게 마땅하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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