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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새 호주 총리에 일본 '한숨'…귀족 이미지는 약점

뱅커 출신 자수성가형 백만장자…경제 살리기 일성

(캔버라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2015-09-15 14:12 송고 | 2015-09-15 16:30 최종수정
말콤 턴불 호주 신임 총리 예정자. © 로이터=뉴스1
말콤 턴불 호주 신임 총리 예정자. © 로이터=뉴스1

호주 29대 총리에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전 통신장관이 16일 취임했다.

전날(15일) 밤 전격 실시된 집권 자유당의 대표 신임투표에서 승리한 턴불 신임 총리는 부진을 겪고 있는 호주의 경제를 회복시키는 일에 가장 역점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임 토비 애벗 총리는 당대표 신임투표에서 54 대 44로 패해 대표직을 물러나며 자동적으로 총리직을 내놓게 됐다.      

턴불 총리는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미래를 낙관하며 몇 주 후면 출발 준비가 끝날 것"이라며 "여기에 더욱 기반을 갖춰 우리는 수년 후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애벗 총리가 호주에 필요한 경제적 리더십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신임투표를 요구했고 애벗이 이에 즉각 응하며 자유당 대표 신임투표가 진행됐다.      
애벗 전 총리는 앞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인기가 바닥권으로 추락했다. 약 1세기 동안 지속됐던 광산업 호황에 힘입은 호경기가 사라지면서 1조5000억달러(약 1772조) 규모의 국가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턴불 총리는 지난 2009년 당내 경선에서 애벗 전 총리에게 1표차로 패한 이후 차기 총리 후보로 꼽혀왔다.      

그는 통신장관직을 사퇴하는 초강수 끝에 애벗을 임기 중 낙마시키고 호주의 29대 총리에 올랐다.

하지만 동성 결혼 지지, 영국 여왕을 군주로 둔 호주 국체에 대한 공화국으로의 전환, 환경 오염업체들에 대한 탄소세 징수 등을 지지해 당내 우파 진영들에겐 인기가 없어 임기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턴불 총리는 조만간 자신의 내각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개편은 부분적일 것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강도 높은 긴축재정으로 자유당 인기 하락의 단초를 제공한 조 호키 재무장관은 스콧 모리슨 사회복지부 장관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약 500억호주달러(약 42조원) 규모의 신형 잠수함 도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케빈 앤드류스 국방장관 역시 교체 대상으로 거론 중이다.      

호주 야당은 턴불 신임 총리를 서민들의 애환을 모르는 "시드니항 고급 맨션에 거주하는 백만장자"라고 평가절하했다.     

턴불 총리는 전직 은행가 출신이며 변호사이자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로도 유명하다. 정치적 성향은 중도 온건파로 강경 보수파인 애벗 전 총리와 비교된다.        

애벗 전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각별한 사이였던 반면, 턴불 총리 예정자는 중국 친화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애벗 전 총리는 심지어 지난해 호주를 방문한 아베 총리 앞에서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인들이 보여준 기술과 명예심을 존경한다고 발언해 한국과 중국 등 일본의 식민통치를 경험한 국가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애벗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동남아시아에서 호주군이나 네덜란드군 포로들에게 저지른 만행은 일절 언급하지 않아 노골적인 일본 친화적 성향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애벗 총리의 실각이 다소 유리하게 전개되던 호주 잠수함 프로젝트에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은 200억호주달러(17조원) 규모의 호주 잠수함 건조사업 수주전에서 독일 및 프랑스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와 애벗 전 총리 사이에 밀약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일본이 경쟁에서 앞서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국무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애벗 총리 퇴진과 관련해 "호주는 안보와 경제에서 일본에게 중요한 파트너"라며 "일호 양국의 긴밀한 관계엔 전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 잠수함 프로젝트와 관련해선 "호주 정부가 경쟁 평가 프로세스에 따라 절차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 이에 대해 발언할 바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호주 정치권에선 밀실 암투와 당내 반발 등을 통해 지도자가 축출되는 등 불안정한 기류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공공정책과 경제정책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10년엔 노동당의 케빈 러드 당시 총리가 당내 대표 경선에서 오랜 정치 동반자였던 줄리아 길라드 당시 부총리에 밀려난 적이 있다.    

러드 전 총리는 2013년 대표 경선에선 길라드 당시 총리를 물리쳐 3년 전 패배를 설욕하며 총리직을 되찾았다.


ace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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