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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양] 적십자 접촉을 바라보는 착잡한 이산가족들의 심정

상봉 신청자 6만6292명 중 80%는 70이상의 고령
상봉 미신청자도 많아 실제 이산가족 규모는 가늠키 어려워
'근본적 해결방안' 모색 필요…'적십자 채널 정례화'가 최우선 과제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5-09-05 09:00 송고
편집자주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서울에서 약 200km가량 북쪽에 위치해 있다. 차로 달리면 3시간 가량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그렇지만 남한 사람들 중 "평양은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남북 간 정보의 단절은 분단 70년 동안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다.

평양의 일상생활부터 북한 김씨 일가 통치에 숨겨진 방정식 까지 그간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북한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돋보기가 됐으면 한다.
지난해 2월25일 오전 금강산관광지구 내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상봉 작별상봉에서 남측 동생 이종신 할아버지가 북측 형님 리종성(84)을 업어주고 있다. 2014.2.25// (금강산=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News1
지난해 2월25일 오전 금강산관광지구 내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상봉 작별상봉에서 남측 동생 이종신 할아버지가 북측 형님 리종성(84)을 업어주고 있다. 2014.2.25// (금강산=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News1


오는 7일, 지난해 2월 이후 1년7개월여 만에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기 위해 남북이 머리를 맞댑니다.
남북의 적십자가 만나는 이번 '실무접촉'은 남북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전격적으로 이뤄낸 합의로 인해 성사됐다는 점과, 올해가 '이산가족 70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남북을 가른 '38도선'이 그어진지 70년, 그간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지내온 시간은 우리가 수사처럼 쓰는 '광복 70년, 분단 70년'이라는 말로 결코 다 담아내지 못합니다.

지난 1999년부터 적십자에 누적된 12만9698명의 우리 측 이산가족 신청자 중 벌써 6만3406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는 평균 매년 4227명, 하루에 약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생존한 6만6292명의 이산가족 신청자 중 약 80%도 이미 70세를 넘긴 고령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1945년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올해가 70세가 됩니다. 다시 말해 실제 가족의 얼굴을 기억하는 이산가족의 수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어영부영하는 사이 이미 그만큼의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본격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고작 19번 동안 1만8799명의 한을 겨우 풀어주었을 뿐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은 적십자를 찾아 상봉을 신청한 사람들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아예 희망을 접거나, 고통을 되새기고 싶지 않아 애써 가족을 지우고 살아 온 더 많은 이산가족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의 이동복 상임고문은 이 같은 이산가족들을 모두 포함할 경우 그 수가 87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정확한 추산이 어렵겠으나 일리가 있는 지적입니다. 정치적·이념적 갈등으로 인한 분단과 수년 간의 전쟁의 포화 속에서 고작 12만명 만이 헤어짐의 아픔을 겪었을리는 없습니다.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로 본격적인 이산가족 상봉 사업이 시작됐을 때만 하더라도 상황은 희망적이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소수였지만 이산가족들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재회하는 모습을 보며 수십만, 수백만의 이산가족들도 같은 꿈을 마음 속에 키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5년이 더 지난 지금은 그때 가졌던 꿈 때문에 더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이 많아졌습니다.

매번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논의를 꺼냈다가 정치적 이유로 무산되거나, 혹은 상봉을 신청했음에도 상봉단에 끼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상봉단에 들어가게 된 가족들을 향해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말까지 생겨났겠습니까. 이는 남북의 욕심과 책임의식 부재가 만들어 낸 역사적 과오입니다.

'선택받은 사람들' 역시 그 한이 말끔히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2박3일의 짧은 재회 후 또 다시 찾아온 기약없는 단절로 인해 그들 역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통을 덜고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생사확인, 화상상봉, 서신교환 등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왔으나 어떤 것도 현실화 된 것은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남북은 최근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자는 데 처음으로 마음을 모아 '상봉의 정례화'에 합의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합의를 바탕으로 당장 다가오는 적십자 간 대화에서부터 그간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제기된 여러 아이디어들을 남북이 동시에 만들어나가자는 제의를 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과제는 남북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겠다는 믿음을 공유해야 합니다.

어떤 종이에 적힌 합의문도, 정치적 수사도 그런 것을 갈음할 수는 없습니다. 조금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끊어지지 않는 대화 만이 답입니다.

그래서 이번 남북의 적십자의 만남에서 양 측이 무엇보다 '적십자 대화 정례화'를 먼저, 아주 구체적인 방식으로 합의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가장 쉽고 정확한 첫 해결방안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더 이상 '적십자 대화 개최를 위한 남북의 대화'라는 복잡한 과정이 없었으면 합니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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