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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빅3 해수욕장 경쟁 과열…전국민이 다녀갔다?

해운대·광안리·송도 피서객 유치 '엎치락뒤치락'…구청장 자존심 싸움 치열

(부산ㆍ경남) 민왕기 기자, 조탁만 기자, 윤소희 기자 | 2015-09-01 08:00 송고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9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2015.8.9/뉴스1 / (부산=뉴스1) 이승배 기자 © News1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9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2015.8.9/뉴스1 / (부산=뉴스1) 이승배 기자 © News1

부산의 3대 해수욕장들의 피서객 유치 전쟁이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관할 구청들은 자존심을 걸고 해수욕장 부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부동의 1위인 해운대해수욕장을 광안리해수욕장과 송도해수욕장이 맹추격, ‘해수욕장 3파전’이 펼쳐지고 있다. 부산 관할 구청들은 왜 해수욕장 전쟁에 뛰어든 것일까? 

◇해운대·수영구·서구청 ‘해수욕장 전쟁’=최근 해운대구(해운대해수욕장)와 수영구(광안리해수욕장), 서구(송도해수욕장)가 각각 1위 수성·탈환을 천명했다. 
올해 격차가 대폭 줄었다. 31일 현재 해운대해수욕장엔 1561만명, 광안리해수욕장엔 1277만명이 찾았다. 불과 284만명 차로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격차다. 송도해수욕장엔 740만명이 찾아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피서객 수를 기록했다. 일일 해수욕장 피서객 집계에선 광안리가 해운대를 앞지른 적도 있고, 송도가 광안리를 따돌린 적도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2013년 1590만명이 찾아 가장 많은 피서객이 찾았다. 1245만명(2004년)→1289만명(2005년)→1507만명(2006년)→1581만명(2007년)→1300만명(2008년)→1007만명(2009년)→1025만명(2010년)→1112만명(2011년)→1373만명(2012년)→1590만명(2013년)→1108명(2014년) 등 매년 1000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1위 해수욕장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광안리해수욕장은 784만명(2004년)→955만명(2005년)→1015만명(2006년)→1170만명(2007년)→981만명(2008년)→766만명(2009년)→830만명(2010년)→858만명(2011년)→927만명(2012년)→1000만명(2013년)→661만명(2014년) 등으로 해운대해수욕장에 크게 뒤졌지만, 올해 1270만명으로 최대 피서객을 경신하며 해운대를 위협하는 등 달라진 위상을 보였다.
송도해수욕장은 554만명(2011년)→583만명(2012년)→668만명(2013년)→490만명(2014년)으로 피서객이 많은 해수욕장은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 740만명이 다녀가며 1000만명 규모의 해수욕장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최종 목표는 1위 탈환이다.

◇관할 구청들의 ‘아낌없는’ 해수욕장 투자=부산 해수욕장 3파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배경에는 해당 구청의 본격적인 시설투자와 행사 개최가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올해 공식 개장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했다. 백사장 복원사업으로 2년 전까지 40m였던 백사장 폭을 90m로 두배 이상 늘렸다. 2012년 말부터 총사업비 435억 원을 들여 양빈(해변에 인위적으로 모래 공급) 등 연안정비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엔 36만㎥, 올해엔 23만㎥의 모래를 쏟아 부었다. ‘해운대 모래축제’(5월 29일~6월 1일), ‘화와이언 페스티벌’(6월 5~6일), ‘한류스타 초청 슈퍼콘서트’ 등 대형 이벤트를 개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광안리해수욕장은 올해부터 국·시비 23억 원을 투입해 양빈사업을 시작했다. 오는 2017년까지 백사장 평균 폭을 최대 50m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갈대파라솔 60개를 설치해 피서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부산 소재 해수욕장 중 유일하게 무료 샤워실과 탈의실도 운영했다. 특히 2007년부터 조성된 ‘차 없는 문화의 거리’ 정착으로 버스킹, 마술 등의 공연이 활발해 피서객과 유동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광안리의 급성장 배경이라는 관측이다. 

송도해수욕장은 다크호스다. 우리나라 최초 해수욕장으로 해운대가 부럽지 않았던 ‘옛 영광 재현’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크다. 특히 2013년 전국 유일의 해상다이빙대를 부활시켜 ‘송도 전국해양스포츠대회’를 개최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설치된 구름산책로도 성공의 배경이다. 여기에 송도바다축제는 물론 현인가요제 등을 개최, 대규모 인파가 송도를 찾는 계기를 만들었다. 송도 최대의 명물이었던 해상케이블이 2017년 중순께 완공되면, 부산의 랜드마크이자 전국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광안리해수욕장은 차없는 거리를 조성, 야간 피서객이 엄청나다. 이를 통해 해운대 해수욕장을 앞지른 바 있다. 사진은 길거리공연 모습. 이승배기자© News1 / © News1
광안리해수욕장은 차없는 거리를 조성, 야간 피서객이 엄청나다. 이를 통해 해운대 해수욕장을 앞지른 바 있다. 사진은 길거리공연 모습. 이승배기자© News1 / © News1

◇백선기 vs 박현욱 vs 박극제 ‘구청장의 자존심’=부산 해수욕장 3파전에는 유력한 지역 정치인들이 있다. 일각에선 백선기 해운대구청장, 박현욱 수영구청장, 박극제 서구청장간 자존심 싸움으로 부른다. 총선 출마설까지 나도는 이들 구청장들에게는 ‘해수욕장 부흥=지지도·인기도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해운대구의 해운대해수욕장, 수영구의 광안리해수욕장, 서구의 송도해수욕장은 지역의 대표적인 상권이라 피서객 유입이 늘어날수록 지역경기에도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구청장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당장 상권이 크면 주민들의 지지도는 올라가고, 상권이 죽으면 주민들의 민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서구청 한 관계자는 “구청들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산의 빅3 해수욕장이 어떤 행사를 준비 중인지, 어떤 시설물을 설치하는지 등등에도 공무원들의 관심이 크다. 해수욕장이 살면, 민도가 올라간다. 더 큰 정치인을 꿈꾸는 구청장들 역시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영구청 한 관계자는 “피서객이 늘었다고 해서 공무원들의 실적 평가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청의 중요한 정책, 현안 중의 하나다. 지역 상권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해수욕장 관련 사업에 꽤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구청장의 관심도 크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청 한 관계자는 “해운대해수욕장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해수욕장이다. 부산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수질은 물론 모래의 질, 해수욕장의 다양한 행사, 피서객 유입으로 인한 상권 신장 등 주민들의 구청 행정력 평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 송도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이 해상 산책로를 거닐고 있다.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통해 옛 영광의 재현을 꿈꾸고 있다. 2015.7.26/뉴스1 / (부산=뉴스1) 이승배 기자 © News1
부산 송도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이 해상 산책로를 거닐고 있다.  해상케이블카 설치를 통해 옛 영광의 재현을 꿈꾸고 있다. 2015.7.26/뉴스1 / (부산=뉴스1) 이승배 기자 © News1

◇해당 구청 발표 해수욕장 입장객수 ‘믿어도 될까’=올해 8월말 현재 부산 빅3 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 다대포해수욕장의 총 입장객수는 4469만명에 달한다. 약 두 달간, 우리나라 인구 전체가 부산 해수욕장을 다녀갔다는 얘기다.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리해수욕장 등은 ‘페르미(fermi) 추정법’으로 피서객수를 산출하고 있다. 단시간에 제한된 방법으로 대략적인 답을 알아내는 추정방식이다. 이를테면 서울의 전신주는 몇 개일까, 한강물은 몇 리터일까 등에 대한 대략적인 답을 추정하는 것이다. 

해운대 백사장 1㎡에 대한 밀집인구를 해운대 면적(12만㎡)만큼 곱해 대략적인 피서객수를 구하는 식이다. 하루 기준 오전 10시, 12시, 오후 2시, 4시 등 네 번으로 나눠 백사장, 호안도로, 아쿠아리움 등지의 피서객 수치를 파악하고 있다. 야간 수치도 이같은 방법으로 파악한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대략적인 수치를 파악하려다 보면, 부산지역 각 해수욕장마다 과다 경쟁으로 피서객수가 현실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해수욕장간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해운대구청 해운대해수욕장 관계자는 “올해 광안리가 해운대를 앞지른 적이 있는데 경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산지역 각 해수욕장마다 피서객수를 환산하는 기준이 상이하다보니 이런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봐도 해운대해수욕장의 피서객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영구청 광안리해수욕장 관계자는 “낮에는 해운대해수욕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건 맞다. 하지만 광안리는 야간에 피서객들이 엄청나게 많다. 토요일에는 차없는 거리를 조성해 해수욕장 피서객 산출 범위가 주변 상권으로 크게 늘어난다. 해운대는 해수욕장과 상권과의 거리가 멀다. 야간 피서객들로 인해 광안리가 해운대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wan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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