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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총선시즌 파생상품 서울시대 종료 예고

파생상품 운영체제 부산으로 일원화하는 문제 놓고 거래소 업계 떠보기성 설문
총선 앞두고 부산일원화 목소리...증권사 파새상품부서 부산 이주 노리는 듯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5-08-25 06:00 송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2015.7.2/뉴스1 © News1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2015.7.2/뉴스1 © News1

내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서울과 부산으로 갈라져 있는 한국거래소 파생금융상품거래 운영체제를 부산으로 일원화하는 문제를 놓고 거래소가 업계 떠보기에 나섰다. 시스템이 부산으로 일원화되면 현재 대부분 서울에 있는 증권사 파생상품 운영부서는 매매 경쟁력을 갖기 위해 부산으로 같이 이전해야한다.

파생상품의 경우 현재 주문처리는 부산에서 이뤄지고 시세정보는 서울에 먼저 제공되는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다. 부산에 있는 거래자는 주문접수가 빠르지만 매매정보는 서울보다 늦고, 서울에 있는 거래자는 시세정보는 부산보다 찰라로 빨리 보지만 주문접수는 부산보다 늦다.  때문에 어느쪽도 거래에서 유리하지 않다.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도 부산에 있다.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만든다는 오래된 구상에 따라 그리 돼 온 일인데 증권사들의 반발이 많다보니 파생상품 운영체제를 통째로 부산으로 이전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어정쩡한 구도가 갖게 됐다.

그러다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또한번 부산지역에서 파생상품 완전이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거래소가 외면하지 못하고 응하는 모양새다.업계는 이같은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현재 서울에 있는 증권사 파생상품 부서의 부산이전이라는 실속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으로 하는게'..업계 떠보는 거래소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한국거래소 파생상품본부는 각 증권사 파생상품 관련 담당자에게 파생상품 시세정보를 부산에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어떠냐는 요지의 설문조사를 이메일로 발송했다. 

그러나 말이 의견수렴이지 사실상 파생상품 운영체제를 부산으로 일원화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인 설문조사다.

거래소는 설문지에서 부산에 파생상품 시세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지를 물으면서 서울에도 계속 시세정보를 분배해야하는지 따로 물었다. 부산에 시세정보를 제공하면 어떤 수준의 정보가 좋은지, 제공되는 정보 수준을 서울보다 축소하면 어떤지 묻는 내용도 들어있다.

일반적인 설문조사 관행에 따르면 '부산에 파생상품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답변하면 후속질문에는 응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거래소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변한 경우에도 부산에서 시세를 제공하는 방안으로 확정됐을때를 가정해 후속질문에 답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맨마지막 설문은 부산에서 추가로 제공되는 시세를 수신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 수신 안할 것이라고 답변할 금융사가 있을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질문을 받아 든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의견을 묻는다고는 하지만 첫 질문을 제외하면 모두 시세 장비의 부산 설치를가정한 내용"이라며 "특히 부산에서 추가제공되는 시세 정보를 받아볼 의사가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은 당연히 있다고 답변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결국 부산장비 설치 찬성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 서울과 부산으로 갈라진 파생상품..대체 어쩌다..

파생상품거래 부산이전 논란의 뿌리는 노무현정부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운 노무현정부 기조에 맞춰 거래소 본사와 함께 파생상품거래시스템도 부산으로 이전하는 계획이 추진됐다. 이후 2005년 코스피·코스닥·선물거래소를 합쳐 통합거래소가 출범하면서 실천에 옮겨지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부산에 본사를 두게 됐고 파생상품 본부도 이때 부산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파생상품 매매관련 장비 이전은 쉽지 않았다. 서울에 본사와 운용조직이 있는 회원사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2년 19대 총선이라는 정치시즌에 가서야 거래소가 서울에 있던 파생상품 거래접속용 라우터를 부산으로 옮겼다. 그나마 시세 표출은 서울에 그대로 남아 지금같은 이원 구조가 됐다.

부산라우터의 설치 뒤 이를 부산에서 이용하는 증권사는 기존보다 약 0.007초(7ms) 빠르게 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서울에서 거래를 낼 경우 부산까지전송시간 때문에 부산에서 직접하는 주문을 넣는 것보다 0.004초 느린 0.003초(3ms) 개선된 효과를 누리는 데 그친다. 

그러나 부산에서 거래를 해도 반쪽이다. 거래에 필요한 시세정보는 서울에서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보는 시세는 엄밀히 말하면 서울에 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지연정보다. 시세를 보고 주문을 입력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파생상품거래가 주로 컴퓨터를 통한 고빈도 대량매매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런 구조는 경쟁력에 감점 요인이다. 

만약 부산에서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시세정보의 조회가 가능해진다면 대부분 본사가 서울인 증권사로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파생담당 부서를 부산에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서울에 계속 있다가는 시세정보 표출과 주문처리가 모두 간발의 차이로 빠른 부산에 밀려 주문체결조차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권과 정치권에서 파생상품 일원화 압박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부산에서 파생상품을 트레이딩하는 금융사는 일부 외국계 금융투자회사 뿐이다. 지난 2012년 국정감사 당시 한국거래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 라우터를 통한 호가주문 중 97%가 외국인계좌를 통해서 나왔다.

운용조직이 서울에 있는 대다수 국내 증권사는 파생상품 시스템의 부산 완전이전이 반갑지 않다. 비용을 들여야 해서다. 

앞서 지난 4월 있었던 의견수렴도 이런 여론을 반영해 사분오열됐다. 미리 부산에 파생상품 거래부서를 이전한 외국계 회사들은 찬성의견을 냈지만 아직 서울을 중심으로 파생상품을 다루고 있는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은 반대표를 던졌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파생상품 부산 일원화에 대해 저항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대 총선이라는 정치시즌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투자자간 거래 서비스 차별을 자본시장법에 기댈 수 있지만 경쟁력 훼손을 감수하고 서울에 남은 처지에서 소송을 맞설 명분과 뱃심이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금융투자업규정 제2-26조 7항에는 '투자자의 매매주문을 접수, 집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위탁자에게 감독원장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없이 자료, 설비, 서비스 등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금융투자업규정시행세칙 제1-4조제1항제3호에서도 '투자자의 매매주문을 거래소에 전달할 때 거래소가 정한 기준을 벗어나 투자자간 속도차이가 발생하도록 하는 행위'는 못하게 돼 있다. 


k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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