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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투자회사 거머쥔 신동빈…갈수록 커지는 '신격호 미스터리'

주변인물들에 의해 제한된 정보만 접하는 듯, 인지·기억력도 현저히 저하된 것으로 추정
롯데홀딩스 대표 해임 이틀 지나도록 알지 못해, L투자회사 대표 해임도 모를 가능성 높아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2015-08-07 05:50 송고 | 2015-08-07 09:10 최종수정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달 28일 밤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15.7.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달 28일 밤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15.7.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신격호(일본명 重光 武雄·시게미츠 타케오, 94) 총괄회장의 눈과 귀를 가리는 자는 누구일까?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차남 신동빈(重光 昭夫·시게미츠 아키오, 60)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밀어내고 일본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직에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월 30일 대표이사에 임명됐고 7월 31일 등기를 마친 일로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채 은밀히 진행해 온 일이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롯데 통합 경영 실현을 위해 최근 몇 달 사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현재 가장 의문시 되고 있는 점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과연 얼마만큼 현 상황을 인식하고 있느냐다.

신동주(重光 宏之·시게미츠 히로유키, 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허락 또는 암묵적인 동의 하에 일련의 경영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주된 시각이었다.
하지만 "신동빈을 한국 롯데 회장에서 그만두게 했다,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는 등 현 경영구도와 배치되는 녹취록과 영상이 공개되면서 혼란에 휩싸였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와 인지 능력, 이해 관계 당사자들이 고의적으로 누락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올 5월 롯데월드타워 79층까지 올라 건재 과시  "전망이 좋다" 

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올해 언론에 처음 모습을 비춘 것은 지난 5월 22일 제2롯데월드를 불시에 방문한 때다.

앞서 신 회장은  2013년 고관절 수술을 받은 때 부터 언론 노출이 뜸해졌다. 수술이후 거동이 불편해진 신 회장지만 극소수 수행원만 동행한채 조용히 현장을 찾았다.

신 회장은 롯데월드타워 79층까지 올라 "전망이 뛰어나다. 완공되면 시민들에게 좋은 경관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신격호 총괄회장은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도 들르는 등 2시간 넘게 현장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수척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워탁 고령인 때문으로 판단력이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7월 28일, 언론과 직접 대면했지만 '침묵'

신 총괄회장은 그로부터 2달 여 후인 지난 7월 28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인다.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직접 지시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 언론과 직접 대면한 순간이다.

당시 입장을 밝히지 못할만한 사정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본인의 뜻을 여과없이 전할 수 있는 기회는 소득없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로부터 3일 뒤인 31일 신동빈 회장을 내치고 신동주 전 부회장을 후계자로 삼겠다는 내용의 녹취록과 문서가 공개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녹취록에서 "신동빈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했다. 신격호 회장 본인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는 내용을 전하자 "신동빈이? 그래도 가만히 있을거냐?"고 되묻기도 한다.

지난 5월 22일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신격호 총괄회장(사진 우측)이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로부터 현장 보고를 받고 있다. © News1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기억력과 판단력이 흐려진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입맛에 맛는 답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하고 있다. 즉 편집된 내용의 녹취록이란 주장이다. 

여기서 한가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신격호 회장이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는 것을 이틀이 지난 뒤에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이 대화를 7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나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 총괄회장이 해임 사실을 접했지만 기억력 감퇴로 금방 잊었거나 주변 인물들에 의해 눈과 귀가 차단된 채 소식을 전해듣지 못했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8월 2일 "한국 롯데회장, 한국 롯데홀딩스 대표에 임명한 적 없다" 오류 투성이 발언

가장 최근 공개된 것은 동영상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측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은 제가 둘째 아들 신동빈을 한국 롯데 회장, 한국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70년간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저를 배제하려고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고 했다. 종이에 적은 글을 힘겹게 읽어 내려가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적지 않은 오류가 발견된다. 신동빈 회장은 2011년 신격호 총괄회장의 수락에 따라 롯데그룹 회장에 올랐다. 또 롯데홀딩스는 일본 회사로 '한국 롯데홀딩스'라는 말은 성립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의 인지 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추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갔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에서 해임되고 신동빈 회장이 본인의 자리를 대신 차리한 것을 알고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총 12개 개별회사로 나뉘어져 있는 L투자회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9곳(L1·2·3·7·8·9·10·11·12)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고 나머지 3곳(L4·5·6)은 츠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 31일 12개 L투자회사 모두 대표이사로 등재했다.

등기부등본상 신동빈 회장이 L투자회사 대표이사에 취임한 날짜는 등재날짜보다 한달 앞선 6월 30일이다. 이는 일본롯데홀딩스 대표로 선임된 7월 15일보다도 보름 가량 앞선다. 

그간 공개된 녹취록이나 영상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답을 유도하는 방식의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 비춰볼때 신격호 회장 뿐만 아니라 신동주 전 부회장을 포함해 반(反) 신동빈 회장 측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반대로 신동빈 회장이 한일 통합경영을 위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모르게 은밀히 일을 추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정부가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사실을 신 총괄회장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일련의 발언과 행동으로는 인지능력이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ryup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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