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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D-100일' 남긴 수험생들 "마지막에 웃고 싶다"(종합)

대치동·노량진 학원가, 책들고 점심 먹는 풍경 곳곳에
수험생들 "정말 입시가 다가왔다는 사실 몸으로 느껴"

(서울=뉴스1) 사건팀 | 2015-08-04 15:23 송고 | 2015-08-04 15:32 최종수정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2015.8.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2015.8.4/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해서 마지막에 웃었으면 좋겠어요."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단국대학교부속고등학교에는 약 100여명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나와 수능 공부에 한창이었다.

이들이 공부하고 있던 자습실은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음에도 학업 열기로 뜨거운 분위기였다. 단대부고는 방학 중 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 단과수업을 제공하고 자율학습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자정까지 자습실을 개방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학생의 의지에 따라 자율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날 역시 자습실에는 약 50명의 학생이 나와 수능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한창 공부를 하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화장실로 향하던 채모(18)군은 "남은 시간 열심히 공부해 올해 꼭 목표로 하는 대학에 합격하고 싶다"며 "페이스를 잃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해 마지막에 웃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여러 과목을 모두 공부해야 하지만 대학에서는 전공만을 공부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며 "수학교육과에 진학해 수학 공부를 즐겁게 하다가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자습실에 나와 공부하고 있다는 이모(18)군의 꿈은 '공무원'이다. 다음달 치르는 전국모의고사에 대한 각오를 묻자 "9월 모의고사를 잘 보면 긴장이 풀려 진짜 수능에서 실패한다는 말이 있다"며 "목표는 수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군은 올해 소망으로 "이렇게 더운 여름에도 자발적으로 나와 공부하는 학생들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자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역시 긴장을 끈을 조여 매고 있다. 이 학교 3학년8반 담임 김태훈 교사는 "수능을 100일 앞둔 이 시점이 학생들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라며 "이럴때 일수록 자신의 성적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수능 100일의 긴장감은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는 학원에서 진행하는 방학특강에 등록하기 위해 기다리는 학생들의 긴 줄이 눈에 띄었다. 인근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은 주문을 하면서도 문제집을 들여다보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몇몇 학생들은 식사를 하면서도 '수학의 정석', '수능시험대비' 등을 놓지 않고 있었다.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이들은 1초가 아까운 듯 다시 학원으로 빠르게 향했다.

정모(18)양은 "수능 100일인데도 생각보다 덤덤하다"며 "끝가지 포기하지 않고 즐기려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수능이나 대학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고3이 대학을 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게 되는데, 소수의 상위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태해지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래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났을 때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수능 100일을 앞두고 보다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이들도 있었다. 김모(18)양은 "가고 싶은 대학 등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어떤 대학에 가더라도 그곳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공부하는 고3 수험생 친구들에게 "대학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하고 싶은 것 열심히 하면서 살자"고 전했다.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종로학원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2015.8.3/뉴스1 © News1 박재만 인턴기자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종로학원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2015.8.3/뉴스1 © News1 박재만 인턴기자


입시학원이 밀집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학원가의 상황도 비슷했다. 노량진 학원가 인근 곳곳에는 '수능 D-100일' 이라는 문구가 나붙어 있었다.

이날 오전 한 대형 재수학원에는 아침부터 층마다 빼곡한 강의실을 가득 메운 수험생들이 막판 점수 올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건물 안은 700명 넘는 학생들이 꽉 들어차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한 가운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학원 생활관리교사 이모(54)씨는 "지금쯤에는 학년 초에 다졌던 의지도 흐트러지고 원하는 만큼 성과가 바로바로 나오지 않을 경우 체력적으로 가장 지치는 시기"라며 "학생들의 출결상황과 식단 관리에도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곳곳에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 학생들이 몰려나왔다. 시험일을 100일 앞둔 수험생들은 곧 남은 날짜가 두 자리수로 줄어든다는 불안감과 더운 날씨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재수생 A(19)씨는 한 종합학원 앞에서 영어단어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들여다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A씨는 "초조해서 자꾸만 담배 생각이 난다"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시간도 불안해서 암기할 거리를 갖고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수생 C(19)양은 수험생들의 간편식이자 노량진 학원가의 명물이 된 '컵밥'을 포장해 고시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C양은 "부모님께는 걱정하실까봐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말을 하지만 밥을 많이 먹으면 졸리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자책감이 들어 주로 간단하게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노량진에 위치한 한 미술학원 입시반 강의실에는 30여명의 학생들이 그려낸 소묘와 수채화들이 벽에 빼곡히 붙어 있었다.

학원강사 이모(30)씨는 "평소 4~5시간 수업을 하지만 방학을 앞두고 바짝 준비를 하기 위해 하루 10시간 강행군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함께 버텨내기가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학원가의 복싱체육관에서는 더운 날씨에도 앳된 얼굴의 학생 몇 명이 격렬한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노량진에서 13년째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관장 허모(52)씨는 "일반인 수강생들도 있지만 의지와 체력을 다잡기 위해 근처 수험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7명이 함께 찾아와 끝까지 같이 운동하며 원하던 학교, 학과에 모두 진학했던 학생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한국에서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을 학생들이 마지막까지 힘을 내어 무사히 통과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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