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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100일 앞둔 노량진 학원가…"폭염 잊고 교재와 씨름"

수험생들 "체력적으로 가장 지치기 쉬운 시기, 그래도 힘내야죠"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양새롬 기자 | 2015-08-04 13:58 송고 | 2015-08-04 14:07 최종수정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종로학원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2015.8.3/뉴스1 © News1 박재만 인턴기자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종로학원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2015.8.3/뉴스1 © News1 박재만 인턴기자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4일 입시학원이 밀집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학원가는 폭염도 잊은채 목표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주변 제과점 입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능 D-100일'이라는 문구가 나붙어 있다.
제과점에서 일하는 이모(21·여)씨는 "광고문구는 오전에 붙였고, 엿 등 축하용품은 오후쯤 들어올 예정"이라며 "시험이 멀지 않았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한 대형 재수학원에는 아침부터 층마다 빼곡한 강의실을 가득 메운 수험생들이 막판 점수 올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건물 안은 700명 넘는 학생들이 꽉 들어차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한 가운데 긴장감이 감돌았다.
학생들은 저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강의 내용을 받아적느라 여념이 없었다.

재수생들은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점심과 저녁까지 학원에서 해결하고 밤까지 공부에 열을 올린다.

이 학원 생활관리교사 이모(54)씨는 강의실 유리창으로 교실 안을 들여다보며 학생들을 살피고 있었다.

이씨는 "지금쯤에는 학년 초에 다졌던 의지도 흐트러지고 원하는 만큼 성과가 바로바로 나오지 않을 경우 체력적으로 가장 지치는 시기"라며 "학생들의 출결상황과 식단 관리에도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곳곳에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 학생들이 몰려나왔다.

시험일을 100일 앞둔 수험생들은 곧 남은 날짜가 두 자리수로 줄어든다는 불안감과 더운 날씨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재수생 A(19)씨는 한 종합학원 앞에서 영어단어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들여다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A씨는 "초조해서 자꾸만 담배 생각이 난다"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시간도 불안해서 암기할 거리를 갖고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재수생 B(19)씨는 이러한 압박감 때문에 지난해 수능 이후 계속 다니던 학원을 최근 그만뒀다고 말한다.

B씨는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다른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며 "학원 근처 카페나 스터디룸에서 생활리듬을 맞춰 혼자 공부를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B씨가 자주 간다는 스터디룸의 이용료는 시간당 1000원이다. 오전 11시 이전에 이미 하루치 예약이 다 끝난 상태였다.

재수생 C(19)양은 수험생들의 간편식이자 노량진 학원가의 명물이 된 '컵밥'을 포장해 고시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C양은 "부모님께는 걱정하실까봐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말을 하지만 밥을 많이 먹으면 졸리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자책감이 들어 주로 간단하게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미술학원 입시반 강의실에는 30여명의 학생들이 그려낸 소묘와 수채화들이 벽에 빼곡히 붙어 있었다.

학원강사 이모(30)씨는 "평소 4~5시간 수업을 하지만 방학을 앞두고 바짝 준비를 하기 위해 하루 10시간 강행군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함께 버텨내기가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시각디자인과 진학을 꿈꾸는 고교 3학년생 김모(18)군은 오후 수업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학원에 나와 있었다.

김군의 집은 경기 고양시이지만 입시 준비를 위해서는 관련 학원이나 정보가 많은 곳에 있겠다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으로 부모님과 상의해 지난해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김군은 "아무래도 가장 힘든 건 혼자 공부하며 식사와 빨래 등의 집안일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라며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주로 혼자 볶음밥을 만들어 먹거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우는 일이 많은데 여름이 되니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군은 "수시선발 비중이 큰 미대 특성상 곧 당장 원서를 내야 해서 마음이 초조하다"며 "입시에서는 아이디어를 끌어내야 하는데 더운 날씨에 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힘든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의 수험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학원 앞에서 만난 삼수생 D(20)씨는 서울대 로고가 그려진 텀블러를 들고 있었다. "종교가 있거나 하진 않지만 물을 마실 때마다 목표로 하는 대학교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으려고 샀다"고 설명했다.

학원가의 복싱체육관에서는 더운 날씨에도 앳된 얼굴의 학생 몇 명이 격렬한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노량진에서 13년째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관장 허모(52)씨는 "일반인 수강생들도 있지만 의지와 체력을 다잡기 위해 근처 수험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허씨는 주로 "독하게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재수생들이 학기 초에 많이 등록하는 편"이라며 "전과 달리 남학생뿐 아니라 체육관을 찾는 여학생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7명이 함께 찾아와 끝까지 같이 운동하며 원하던 학교, 학과에 모두 진학했던 학생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한국에서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을 학생들이 마지막까지 힘을 내어 무사히 통과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pad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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