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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학부 제자 논문 세계적 학술지에 잇따라 게재시킨 '스승'

[인터뷰]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신창환 교수
대기업 입사가 꿈인 제자들에게 "더 큰 꿈을 가져라" 조언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2015-08-01 08:00 송고
신창환 서울시립대 교수가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정보기술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5.07.28/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신창환 서울시립대 교수가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정보기술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5.07.28/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코이'라는 물고기를 아시나요? 주변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지는 물고기입니다. 어항에 있으면 아주 작은 물고기이지만, 강에서 자라면 약 1m까지 자란다고 해요.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어떤 꿈을 가지느냐에 따라 성장하는 게 달라집니다."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신창환(36) 교수가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다.
지난 2012년부터 서울시립대에서 반도체와 부품 소자에 대해 강의하고 관련 연구를 지도하고 있는 신 교수는 학생들이 '대기업에 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신 교수는 늘 학생들에게 '더 큰 꿈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학생들은 '반도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기업만을 자신의 장래희망으로 꼽아요. 저는 그런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회사를 지원하지 말고, 회사가 모셔가려고 하는 인재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큰 꿈'을 가지라는 신 교수의 조언이 공수표가 아님은 그간의 성과들이 증명하고 있다.
신 교수의 지도로 지난 2013년 2월 당시 학부생이던 남효현씨가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다.

최근에는 학부 4학년 오상헌(23)씨가 '정적 램의 임의 변화에 따른 성능 평가 방법에 대한 연구'로 반도체 분야 국제학술지인 'JSTS'(Journal of Semiconductor Technology and Science) 온라인판 6월호에 논문을 게재했다.

같은 학부 석사과정 1학기에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나노레터스'(Nano Letters) 온라인판에 이름을 올린 조재성(24)씨 역시 신 교수가 꿈을 크게 가지라고 조언했던 학생 중 하나다.

조씨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싣거나 해외 대학에서 연구하는 것은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조씨에게 꿈을 크게 갖자며 끊임없이 응원했다.

"(조)재성이 학생, 딱 2년 뒤에 뉴스 기사도 좀 내고 말도 안 되게 좋은 저널에 석사 1학기에 논문도 내 봅시다. 누가 알아요? UC버클리에서도 연락 올지요."

거짓말처럼 2년 뒤 신 교수의 '예언'이 바로 적중했다. 조씨는 석사과정 1학기에 '강유전체 축전기의 음의 전기용량을 이용한 저전력 반도체 소자 구현' 논문으로 '나노레터스' 온라인판 6월23일자에 이름을 올렸다.

또 조씨는 이번 연구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방문 대학원생 자격으로 미국 UC버클리 전기컴퓨터 공학과에서 연구를 이어가게 됐다.

신 교수의 연구실에서 꾸준한 성과를 보인 끝에 풀뿌리 연구자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연구비 등을 지원하는 학부연구생 프로그램에 3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도 이뤘다. 신 교수 연구실에는 현재 석사과정 학생들과 학부연구생 등 학생 13명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같이 신 교수가 지도하는 석사·학부생들이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데는 신 교수의 독특한 동기부여가 한몫을 했다는 것이 학교 안팎의 평이다.

지난 28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교정 안에서 신 교수를 만났다. 방학 기간이었지만 연구실에서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들 덕분에 신 교수 역시 쉴 틈이 없는 듯 보였다.

(왼쪽부터) 조재성 씨, 신창환 지도교수, 오상헌 씨. (서울시립대 제공) © News1 2015.07.22/뉴스1 © News1
(왼쪽부터) 조재성 씨, 신창환 지도교수, 오상헌 씨. (서울시립대 제공) © News1 2015.07.22/뉴스1 © News1
다음은 일문 일답.

-연구를 지도한 학생들이 연달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언론에 많이 보도도 되고 관심도 받았는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반도체나 부품 소자에 대해 연구를 하는 전공 특성상 연구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다. 기술적으로 이해하기만으로 벅찬데 문제점까지 떠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부 강의 단계에서부터 최대한 일상생활과 밀접한 예를 들어 설명해 가면서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그와 함께 최신 산업계 동향과 최근 연구, 교과서 속 이야기가 실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그러면 학생들에게 자연스레 동기부여가 돼 방학 무렵 꼭 한 명씩 저를 찾아와 '연구를 더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신 교수는 학부에서 '고체전자물리', '반도체 소자'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물리학을 담고 있는 어려운 과목을 학생들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하려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이 대학 교수학습개발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며 학생을 지도하고 대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예를 들어 잠실 야구장의 관중석 모습과 에너지의 분포를 비교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접목해 설명하며 학생들의 흥미를 끄는 방식이다.

신 교수는 해당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나 고등학생의 시각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난이도로 수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수업을 재미있게 느끼면 절로 더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연구를 막 시작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신 교수는 갓 태어난 아기가 첫걸음을 뗄 때까지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엄마 같은 역할을 자처한다. 논문 쓸 때 띄어쓰기와 마침표 찍는 것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스스로 가는 길을 찾도록 내버려둔다. 신 교수는 그것이 실용연구를 할 수 있는 진짜 인력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누구와도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해 당당히 토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르기 위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분야를 연구하다 보면 실패를 겪고 좌절하는 학생들도 있을 텐데.

"실패할수록 학생을 꾸짖지 않고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한다. 학생이라면 지금은 못 해도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 근거는 아직 학생이라는 점 때문이다. 학교는 모르는 것을 배우러 오는 곳이기 때문에 당연히 아직 모르는 것이 있어도 괜찮다. 다만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학교는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곳이다. 계속 실패해도 좋지만 실패한 원인을 토대로 성공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실험을 하다 보면 좌절해 울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제가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 있겠나. 밥 사주고 고기 사주고 하는 것도 하나의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학부에서처럼, 수능시험에서처럼 모범 답안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 답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치고 힘들다. 그렇지만 힘든 과정만큼 답을 찾아내는 순간에 느끼는 희열감이 더욱 강렬하다. 이미 그걸 느낀 학생들도 있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학생들도 꼭 그걸 느껴 봤으면 좋겠다".

신창환 서울시립대 교수. 2015.07.28/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신창환 서울시립대 교수. 2015.07.28/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대학교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학원생을 성추행하거나 폭행하는 등 대학가에서 다양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교수 밑에 대학원생이 있는, 소위 '주종 관계'가 돼서는 안 된다. '학자 대 학자' 혹은 '학자 대 예비학자'의 자세로 학생을 만나야 한다. 학생이 '교수님이 무조건 다 맞겠지'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학생은 앞으로 절대 자기 생각을 확장할 수 없다"

"대학원은 새 지식을 창출하는 과정에 교수와 학생이 함께 배워가는 공간이다. 마치 회사처럼 어떤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언제까지 어떤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요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폭언이나 폭행 등 불미스러운 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지양하고 서로 발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 교수는 UC버클리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미국에서 공부하며 인상적이었던 것이, 학생 때는 지도교수에게 '교수님'과 같은 정중한 호칭으로 대했지만, 박사학위를 받고 나니 '이제 박사가 됐으니 학자로 인정해주겠다'며 이름으로 부르라고 하는 교수님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20대 중반의 청년이 50대 중반의 교수님에게 말을 편하게 놓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지 않느냐"며 "하지만 미국에서는 학자로 인정받는 순간 하나의 동료가 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저도 학생들을 예비 학자로 대하고 존댓말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학생들을 존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는 절대 어떤 규칙도 두지 않는다고 했다. 출근 시간, 퇴근 시간까지 정해놓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는 다른 대학원들과 달리 아프면 병원에 가고, 놀고 싶은 날은 맘껏 놀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나태해질 수도 있지만, 학생들은 열심히 하는 동료를 보며 스스로 다잡게 되는 것 같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압박을 받는 것"이라며 "우리 팀원들 간의 '케미'라고 보면 된다. 거기서 저는 학생들이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데 몰두하려고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대학원을 단순한 학문의 연장선이나 취업의 관문쯤으로 여기는 현상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부 과정과 대학원 과정이 따로 가는 게 아니라, 학부에서의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대학원에서 새로운 기초지식을 만들어가려고 해야 한다"며 "대학원은 '교육'과 '연구'라는 두 가지 축을 바탕으로 하는데, 거기서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는 단계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대학생들은 대학원을 하나의 '도피처'로 선택하거나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진학하려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취업만을 위해 대학원을 온다면 성공적인 생활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학생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공부해 오면서 자기 스스로가 새로운 분야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고 지내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신 교수는 "공학도라면 새로운 지식을 찾고,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새 제품과 새로운 산업 분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꿈을 크게 가지고 역사를 쓰는 그런 일을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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