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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신매매 연례보고서…북한 13년 연속 최하등급(종합)

한국 1등급이지만 "성매매·강제노동 예방" 권고 받아
TPP 앞둔 말레이, 美와 국교정상화 한 쿠바는 최하등급 탈출
러시아·태국 등은 강제노동 이유로 2년째 최하등급 유지

(워싱턴 로이터=뉴스1) 이준규 기자 | 2015-07-28 15:00 송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국무부 전 세계 인신매매 실태조사(TIP)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국무부 전 세계 인신매매 실태조사(TIP)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북한이 13년 연속으로 미국 국무부 선정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분류됐다. 러시아와 태국은 북한과 함께 최하등급에 놓인 반면 미국과 수교를 재개한 쿠바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을 앞두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최하등급을 벗어났다.
미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전 세계 인신매매 실태조사 연례보고서(TIP)를 발표했다.

382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인신매매 개선의 최저선인 '인신매매 피해자보호법(TVPA)'조차 준수하지 않는 최하등급인 3등급(Tier 3)으로 분류됐다. 북한은 2003년부터 13년 연속으로 3등급을 받았다.

TIP 보고서는 각 국가를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정부가 TVPA 최소 기준을 완전히 준수하는 '1등급(Tier 1)' △TVPA 최소 기준을 완전히 이행하지는 않지만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2등급(Tier 2)' △TVPA 최소 기준을 이행하지 않는 동시에 인신매매 피해자 수가 늘거나 예년보다 충분한 개선 노력의 증거를 보이지 못하는 '2등급 감시대상(Tier 2 Watch List)' △TVPA의 최소기준도 충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개선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 '3등급' 등으로 분류한다.

보고서는 북한을 "강제노동, 성매매를 당하는 남성이나 여성 또는 아동의 근원이 되는 나라(source country)"라며 "5만명 이상인 국외 노동자들 중 상당수도 강제노동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는 "외딴 지역에 위치한 수용소에는 약 8만~12만명이 갇혀 있다"며 "강제노동은 정치적 억압을 위한 체계화된 시스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최고 등급인 1등급을 13년째 유지했지만 성매매와 강제노동 등이 일어나고 있는 국가라는 지적을 받았다.

보고서는 한국이 "성매매, 강제노동 위험에 노출된 남성이나 여성, 아동을 공급하는 공급국이자 경유지이고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다"며 "일부 한국 여성의 경우 국내나 미국과 캐나다, 일본, 호주, 홍콩, 두바이, 대만, 마카오, 칠레 등 해외에서 강제 매춘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염전 노예 사건에 대해서도 "일부 장애를 가진 남성의 경우 염전에서 언어적, 물리적인 학대를 당하거나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장시간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형법에 따라 인신매매범을 처벌하고 어린이를 비롯한 여성의 매춘 예방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공개된 TIP 보고서 내용 중 미국 내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말레이시아의 등급 상향 조정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12개국과의 TPP협정 연내 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의회가 TIP 3등급이던 말레이시아와의 협상 체결을 꺼려하면서 정부에 신속협상 권한을 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TIP 3등급인 나라에 대해 인도적인 지원과 통상과 관련한 자금 거래를 제외한 추가적인 지원·협정체결을 금하고 있다.

지난 8일 미 정부가 말레이시아의 TIP 등급을 상향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미 상원의원 18명과 하원의원 160명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합동 서한을 보내 말레이시아의 등급을 높이는 것이 TPP 체결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3등급 유지를 주장했다.

야당인 공화당 뿐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 내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민주당 소속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의원(뉴저지)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번 말레이시아의 등급 상향 조정은 인권이라는 기본적인 평가 기준을 넘어 정치가 개입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간 인권을 무시한 TPP 체결은 안 된다고 주장해 온 샌더 레빈 하원의원(미시건)도 "매우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라 스월 국무부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번 등급 결정은 말레이시아의 인신매매에 대한 대응만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반박했다.

스월 차관은 말레이시아가 "아직 인신매매 범죄자의 처벌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합법적인 제도 마련, 수사 확대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 때문에 등급을 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말레이시아의 노력은 등급을 올리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이번 조치는 TPP와 미국의 무역 정책의 영향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와 더불어 쿠바,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등도 3등급에서 2등급 감시대상으로 상향됐다. 이집트는 2등급에서 2등급 감시대상으로 강등됐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2등급 감시대상에 랭크됐다.

스월 차관은 54년만에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쿠바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제노동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지만 성매매 인신매매에 대한 대응이 강화돼 등급 상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북한과 함께 3등급을 받은 나라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러시아와 태국이다.

러시아에서는 500만~1200만명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신체적 학대가 빈번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은 미국의 동맹국임에도 인근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서 온 외국인 여성의 성매매 활성화와 외국 출신 어부들에 대한 강제노동 등으로 인해 최하 등급을 받았다.

태국의 TIP등급은 지난 2008년가지 2등급이었으나 이후 2등급 감시대상으로 강등됐다가 2013년부터는 3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이란, 리비아, 시리아, 예멘, 짐바브웨, 남수단, 부룬디, 벨리즈 등도 3등급을 받았다.

내달 4일부터 6일까지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동남아국가연합(ASEAN)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케리 장관은 "인간의 마음과 정신, 자유에 가격표를 붙이는 일은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며 이번 보고서 작성 과정이 공정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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