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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하는 기업마다 '비운의 주인공'…대우의 저주?

대우인터 항명사태 이어 대우조선 '3조 부실'…'대우 수난사' 다시 회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5-07-22 09:30 송고 | 2015-07-22 11:55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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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우' 계열 기업들이 다시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인수하는 기업마다 비운을 겪는다는 '대우의 저주'가 대우인터내셔널 항명파동과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쇼크로 재조명되고 있다. 포스코, 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GM 등은 각각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대우종합기계, 대우자동차 인수 후 수난을 겪었다.
2008년 포스코와 한화그룹 등이 인수하려다 실패한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최근들어 뒤늦게 발표하며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도 최근 사상 초유의 항명사태를 불러일으키며 사장 경질과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올초까지만 해도 두 회사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조선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했다. 특히 배값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를 '싹쓸이'하며 경쟁사의 부러움을 샀다.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를 덮친 '해양플랜트 쇼크'에서 대우만 비껴선 듯보였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신임 사장 취임 이후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6월 1일 정성립 사장 취임 직후 조(兆)단위 손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간에 제기됐던 손실 가능성이 현실화된 셈이다. 정 사장은 지난 20일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담화문에서 "취임 후 업무보고 과정에서 큰 의문점을 발견했고 사업계획상 실적예상치와 현장의 실적예상치의 차이가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또 선박을 인도하고도 못받은 외상값들, 이른바 장기매출채권 일부의 회수가 어렵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손실 은폐와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졌고 워크아웃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워크아웃은 피했지만 정성립 사장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공식화했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책임론부터 정부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회사를 둘러싼 이전투구도 민낯을 드러냈다. 사실 이같은 징후는 올초부터 보였다. 고재호 사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회사와 노조, 산업은행이 갈등했다. 노조는 대우맨을 후임 사장으로 원했고 산업은행은 정부가 내려보내는 후보를 기다리느라 사장 선임 지연 사태를 키웠다.
옛 대우그룹의 모체격인 대우인터내셔널 역시 심한 '내홍'을 겪었다. 대우맨 특유의 자존심과 조직문화가 모회사 포스코와 불화를 가져왔다. 대우인터의 항명파동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리더십을 크게 실추시켰고 포스코의 관련 임원들의 옷을 벗겼다. '대우맨'인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사퇴 권고와 번복, 자진사퇴 등 우여곡절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은 극명한 조직문화 차이를 드러내며 앞으로도 화학적 결합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우인터 인수 자체가 포스코의 패착이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사태 직후 대우인터의 신용등급은 강등됐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이 위기에 빠지더라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평가에 반영됐다. 

자신했던 실적도 하락세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캐시카우인 '미얀마가스전'에 힘입어 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 시대를 여는 듯 했지만 올 2분기엔 실적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해말부터 분기당 9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효자노릇을 하던 미얀마 가스전이 유가하락 영향으로 공급량이 감소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연세 세브란스 빌딩 내 대우인터내셔널 서울사무소 로비를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이날 서울사무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사회 장소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물론 전병일 사장의 참석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전병일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포스코그룹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한 데 따른 거취표명을 할 예정이었다.2015.6.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연세 세브란스 빌딩 내 대우인터내셔널 서울사무소 로비를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이날 서울사무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사회 장소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물론 전병일 사장의 참석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전병일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포스코그룹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한 데 따른 거취표명을 할 예정이었다.2015.6.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재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우 수난사'가 회자됐다. 경영서마다 단골 인수합병(M&A) 실패사례로 등장하는 대우건설 인수합병건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를 집어삼켰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야심차게 대우건설을 인수했지만 인수금 조달에 따른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3년만에 대우건설을 재매각했다. 후유증은 참혹했다. 그룹 전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었고 박삼구 회장은 올들어서야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전을 통해 그룹 재건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는 대우자동차를 인수 후 'GM대우'라는 새 사명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2009년 GM이 파산하면서 위기에 내몰렸다. 이후 '대우'를 떼고 한국GM으로 이름을 다시 바꾸고 '쉐보레'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1987년 대우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경남기업은 2003년 고 성완종 회장이 이끌던 대아건설에 인수됐다. 경남기업은 이명박 정부 당시 참여한 해외자원개발 사업 실패로 적자가 누적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고 성완종 회장은 검찰 수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외에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로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날렸고, 동부그룹은 2013년 옛 대우전자인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 가전명가 재건을 꿈꿨지만 지난해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알짜 계열사를 줄줄이 팔고 있다. 

대우맨들의 자존심은 '양날의 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업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원동력이 되는 한편, 인수기업에는 해결 난망한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룹 해체 후 16년이 흘렀지만 대우맨들의 응집력은 여전하다. 그룹 해체 후에도 대우세계경영연구회와 대우인회 등을 발족시키며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김우중 회장이 등장한 대우특별 포럼에는 옛 대우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해 눈시울을 붉혔다. 머리가 희끗한 옛 대우 임원들이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자리를 지켰다. 대우의 마지막 대표이사이자 옛 대우인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장병주 회장도 참석했다. 이들은 김우중 회장의 명예회복을 위해 뛰고 있고, 지난 1월에는 장병주 회장 등 옛 대우 임원 6명이 그룹 해체건으로 선고받은 수십조원대 추징금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우 계열사들은 각 산업분야에서 여전히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인없는 회사'로 오래 있거나 모기업이 바뀌다보니 방어기제가 강하다"며 "대우맨들의 자부심과 대우만의 조직문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만 인수합병이 시너지를 내고 성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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