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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워드려요"…가출팸의 '은밀한 유혹'

관련 처벌법 규정 미비…청소년 범죄노출 심각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2015-07-20 06:00 송고 | 2015-07-20 18:10 최종수정
성매매 영업을 위해 10대 2명이 SNS에 올린 구인광고/사진제공=대구경찰청© News1 2014.05.27/뉴스1 © News1
성매매 영업을 위해 10대 2명이 SNS에 올린 구인광고/사진제공=대구경찰청© News1 2014.05.27/뉴스1 © News1


"이거(취재) 왜 해요? 해도 안바뀌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가출을 시도했던 수현(14·가명)군이 취재진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수현 군은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면 원룸을 제공해주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온다고 했다. 

실제 가출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를 찾아봤다. 

"더운데 밖에 있지 말고 서울 근처는 데리러가요", "ㅇㅇ지역 일행 구합니다. 숙식 팍팍제공", "잘 곳도 갈 곳도 없어요. 도와주세요" "19세 남 혼자 있습니다. 일행에 넣어주실 분 부탁드립니다", "초등학생 6학년 남자" "필요할 때 재워드림" 
가출 청소년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낼 곳을 구하는 글이나 원룸에 올 사람을 구한다는 글 제목이 대부분이었다. 회원 수는 4000명을 넘어섰고 다양한 정보망을 공유하는 가운데 가출청소년이 주의해야 할 사항도 함께 공개돼 있었다. 

청소년들을 이용해 성매매 또는 도박을 권유하거나 성관계를 요구하며 성폭행을 가한 적이 있는 주요 인물과 장소 등 블랙리스트 명단도 있었다. 

이렇게 가출 청소년들이 무리지어 한 곳에 동거하는 일명 '가출팸'이 최근 인터넷 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함께 모여 생활하기 쉬워지면서 각종 범죄에 노출되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었다.

가출팸의 근거지로 꼽히는 원룸촌.

숙식을 제공해준다며 아이들을 유인해 데려가는 이들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수현군은 "항상 어른들은 그걸 물어보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다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수현 군은 얼마 전 부산 동래구의 한 원룸촌에서 지내다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누나 형들과 같이 지냈는데 잠이 든 사이 17세 누나가 같은 원룸에서 지내던 형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에는 부산진경찰서에서 집을 나온 한 여학생이 '가출팸'과 합류, 같이 지내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였다. 이들은 숙식을 제공하며 청소년들을 모아 성매매를 알선하고 돈을 벌게해 "번 돈을 모아뒀다가 불려서 준다"는 식으로 갈취했다는 혐의였다.

문제는 이런 악순환에 대해 별다른 제재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출 청소년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과 청소년 보호센터 상담사와도 인터뷰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처벌규정조차 "애매하다"였다. 

관련 법규에 보면,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 7조, 미신고보호행위 금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없이 실종아동 등을 경찰관서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보호할 수 없으며 처벌 17조, 벌칙 7조 위반에서 정당한 사유없이 실종아동을 보호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통상적으로 가출청소년과 관련된 처벌은 유인행위, 성매매, 성폭력, 갈취 등인데 만 13세 이상 청소년들이 스스로 가담하는 자의성이 반영된다면 위 처벌규정을 적용하기가 사실상 애매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출청소년인 사실을 알고 방을 내주거나 함께 데리고 있었다 해도 실종신고 사실을 몰랐다면 죄를 묻기 힘들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은 법의 경계선상"이라며 "가출청소년과 관련된 처벌규정을 적용하기가 사실 애매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와 사실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의성이 일부 반영됐다면 유인행위, 성매매,성폭력 등의 범죄 사실을 확정짓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청소년 상담센터 팀장은 "가출청소년도 사실 어느 보호기관 규정이 엄격하고 느슨한지 꿰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정과의 해결점"이라며 "지난 5월 29일자로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부처 합동관련 법령이 나오면서 소년범죄를 다루는 경찰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가출 청소년들이 먹고 자는 문제에 직면하면 돈을 구하기 위해 범죄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남자 아이들은 차량털이, 날치기 등으로 돈을 벌고 여자 아이들은 랜덤채팅으로 남성을 유인해 돈만 가지고 도망을 가거나 성매매에 연루된다. 

하지만 관련 범죄로 입건되면 대부분 불구속으로 처리되는 데다 사후 관리는 더욱 쉽지 않다. 

부산 경찰청에도 소년범 선도프로그램,전문가 참여제도 등이 마련돼 있지만 소년범으로 입건된 청소년들을 상대로 꼭 연계해야한다는 내부 규정이 없어 부처별 교류도 힘든 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기사를 보고 소년범죄 사건을 접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답답한 가정을 벗어나려 가출한 청소년이지만 개인정보보호법 하에 개인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상담 및 선도프로그램을 연계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부산 해운대 경찰서는 '후아유(후회하는 아이들아 유턴해)'를 지난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교육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 밖 청소년들을 발굴하고 선도,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부산 지역에서도 13개 구(3개구 제외)에서는 지난 5월 29일 이후 학교밖 청소년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가출청소년의 조기발견과 전문기관의 연계 사후 관리까지 종합적 체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시책이 시행된지 이제 막 2달 째 접어들고 있지만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는 가출 청소년들과 쉼터를 거쳐 알게 된 친구들끼리 '가출팸'을 꾸려 다시 학교밖 청소년이 되어버리는 점 등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통합적 지원체계가 이제 막 시작단계에 접어든 만큼 가출청소년을 향한 관계 기관의 협력적 개입 등 끈질긴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choah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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