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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성석제가 추천하는 휴가때 읽으면 좋을 책 5선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5-07-09 11:36 송고 | 2015-07-12 01:57 최종수정

해학과 풍자, 과장과 익살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국면을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는 소설가 성석제. 그가 올 여름 휴가때 읽으면 좋을 책 5권을 권하면서 짤막한 추천 이유도 붙여 줬다.

소설 위주로 추천해달라고 했지만 성 작가의 관심은 역시 '인간'이었다. 살만 루슈디, 가브리엘 마르케스, 파블로 네루다, 찰리 채플린의 자서전과 전기작가 폴 존슨의 책을 읽으며 '예술사를 뒤흔든 거장들의 삶'이라는 깊은 바다에 빠져보자.

© News1

1. 조지프 앤턴: 살만 루슈디 자서전 / 살만 루슈디 지음·김진준, 김한영 옮김·문학동네 2015년 출간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은 언제든 눈에 띄게 되고 어느결에 손에 잡혀 읽게 되는데 그것을 ‘독서(작가)의 운수’라고 부를 수도 있다. 좋은 작가의 자서전은 작가의 내면과 문장의 뿌리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알짜배기다. 덤으로 동시대의 세계적 작가들, 유명인들의 성격과 어록을 생짜로 접할 수 있다."

☞덧붙이는 설명 
1988년 이슬람교의 탄생과정을 도발적으로 묘사한 소설 '악마의 시'를 발표한 후 루슈디는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의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칙령을 피해 기약없는 도피생활을 한다. '조지프 앤턴'은 도피생활 중 경찰의 권고로 루슈디가 짓게 된 가명으로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인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의 이름을 조합한 것이다. 루슈디는 2002년 영국 정부의 신변보호에서 벗어났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2년 "이제야 말할 준비가 되었다"라며 이 회고록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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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마르케스 자서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민음사 2007년 출간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 부를 수 있는 마르케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뻥’의 마술사는 억지나 과장이 느껴지지 않게 하면서도 상상 이상의 이야기와 문장을 보여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다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덧붙이는 설명
마르케스는 1999년 림프관 암 진단을 받고 완쾌된 후에 자서전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이 책의 집필에 착수한다. 콜롬비아의 가난한 문학 소년이 세계 문학의 거장으로 우뚝 설 때까지의 예술가의 삶을 담은 이 책은 2001년에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며 세계의 팬들을 감동시켰다.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마르케스는 연대기적인 구성을 지양하고 자신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추억들을 하나 둘씩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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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 / 파블로 네루다 지음·박병규 옮김· 민음사 2008년 출간

"파블로 네루다를 알게 된 건 시를 통해서였지만 그를 사랑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그의 자서전 덕분이다. 그는 언어와 기억을 통해 20세기를 다른 세기와 특별하게 다르게 보이게 만든 인간이다. 아직까지 나는 이 책이 인류가 산출한 최고의 자서전이라고 믿는다."

☞덧붙이는 설명
 “은밀하게 타오르는 저 불길에 타 죽고 싶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저 우물에 빠져 죽고 싶었으나, 불이든 물이든 간에 나 자신을 그녀에게 던질 용기는 없었다.”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로 사랑에 빠진 전 세계 연인들을 매혹시켰던 네루다는 그후 스페인 내전과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의 죽음을 겪으며 위대한 민중시인으로 거듭난다. 어려운 미학적 향연과 수많은 언어의 미로를 통과한 끝에 네루다는 "시인은 민중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성숙한 작가는 인간적 동료의식, 사회의식 없이는 아무런 글도 쓸 수 없다”고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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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 찰리 채플린 지음·이현 옮김·김영사 2007년 출간

"영화배우이자 감독이었던 찰리 채플린은 이 책으로 말미암아 노벨문학상 후보가 되었다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20대 때에 카바이드 불을 밝힌 리어카 가판대에서 발견한 이 책 덕분에 나는 스스로를 무대에 올려놓고 관찰하는 시선을 갖게 되었는데 한 번 바뀐 뒤로는 돌이킬 수 없었다."

☞덧붙이는 설명
‘허름한 바지에 짧은 콧수염을 하고 전 세계인을 웃음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찰리 채플린의 일, 연기, 사랑, 우정, 철학, 그가 연루됐던 여러 재판들 그리고 미국을 향한 적대감과 관련한 흥미롭고 진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서머싯 몸·아인슈타인·버나드 쇼·윈스턴 처칠·간디·사르트르 등의 당대 유명인에 대한 채플린의 날카로운 묘사와 그들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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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위대하거나 사기꾼이거나: 전기작가 폴 존슨이 사적으로 만난 20세기 인물 오디세이 /폴 존슨 지음·이문희 옮김·이마고 2010년 출간

"픽션보다 더 픽션 같은 유명인의 실화와 언행이 담겨 있는 책.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만 내용은 간단치가 않다. 사실은 이야기와 언어의 필터를 통하면서 필연적으로 허구의 자장을 띄게 된다. 그렇다면 그것이 사실일까, 허구일까. 무슨 상관이랴, 난 재미있는데."

☞덧붙이는 설명
영국의 유명 언론인이자 보수주의 역사학자 폴 존슨이 직접 만난 100인의 인물에 대한 일화와 촌평을 엮은 책이다. 짧은 인물평 속에 녹아 있는 저자 특유의 냉소 어린 통찰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저자는 조지 부시 1세에 대해 “굉장히 겸손한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겸손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라고 독설을 날렸다.

마오쩌둥에 대해선 “매너라고는 전혀 없고 아무리 아닌 척해도 못 배우고 교양 없는 티는 어쩔 수 없는 무식쟁이에다 잔혹한 폭력배,” 유명 시인인 딜런 토머스에 대해선 “웨일스의 깡패”, “밥 동냥이나 하는 거짓말쟁이”,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구걸 편지의 대가” 등의 악담을, 장 폴 사르트르에 대해선 “지식인, 특히나 좌파 지식인답지 않게 마음이 넉넉한 사람”,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에겐  “몹쓸 인간. 권력으로 인해 부패한 대표적 사례”라는 평을 남겼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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