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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고갈되면 사실상 그렉시트…남은 것은 정치적 판단

ECB 상환 20일이 주요 분수령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5-07-06 16:28 송고
그리스 반긴축 시위대 © AFP=News1


수개월 전만해도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스가 지난달 28일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자본통제에 나섰고 30일엔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 약 15억유로를 갚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상황에서 그리스 국민들은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긴축 개혁안에 반대를 선택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외르그 크레이머가 5일(현지시간) 그리스 국민들 다수가 구제금융 개혁안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그렉시트 가능성은 66%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의 애널리스트 맬콤 바는 "상황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현 시점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잔류보다 가능성이 더 크다"며 그렉시트가 기본 시나리오가 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조약에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가입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담겨 있다. 하지만 유로존 탈퇴에 대한 구체적 규정은 없다. 규정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1993년 발효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탈퇴 규정을 두는 것은 유로존의 정식 명칭인 경제통화연맹(EMU)를 처음부터 불안정하게 만들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그렉시트는 쉽지 않은 절차가 됐다.

이렇다 보니 법률적으로 보면 유럽연합(EU)를 떠나지 않으면 유로존을 벗어날 수 없다. EU를 탈퇴하기 위해서는 EU 회원국 전원의 찬성이 필요하다. EU 출범 뒤로 탈퇴국은 없다. 그리스가 이 과정을 거쳐서 유로존을 이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무척 낮다고 보는 이유다.

그렇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유동성제공(ELA)을 중단하거나 제한한다면 유로존 내 잔류는 힘들어질 수 있다. 오는 20일 ECB의 부채 35억유로를 상환하지 못하면 ECB가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면 그리스 내 지출을 위해서 차용증서(IOU)를 발행할 수밖에 없고, 이는 유로화와 함께 통용될 수 있다.

이 단계까지 가면 IOU를 법정 통화로 간주해 EU조약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유로그룹이 적용할 수도 있다. 또 그리스는 ECB 집행이사회 내에서 투표권을 잃게 되고,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참석도 제한될 수 있다. 자체 통화 발행 필요성이 커지면서, 그리스는 실질적으로 유로존을 떠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이론적으로 그렉시트는 뒤집어질 수 있다. 유로화와 새로운 통화 간 공식 전환율이 발표되고 그리고 새로운 통화로의 변경(redenominate)이 시작(새로운 통화 인정)되기 전에는 그렇다.

이 단계에서도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이탈이 돼도, 그리스는 법률상으로 EMU의 회원이다. 다만, 유로존 내 지위를 놓고 심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주에 그리스 국민들이 "반대"를 선택하고, 앞에서 기술한 상황까지 진전된다고 해도 그리스는 유로존 회원국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순전히 법률적인 의미에서 그렇다.

이날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는 리포트에서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ECB는 늦어도 20일에는 ELA를 중단할 것이다. 그러면 은행권의 유동성은 바닥날 것이며, 자금 부족으로 그리스 경제는 붕괴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스는 "이 상황은 불과 며칠 정도만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기간이 넘어서면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유동성을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다른 통화를 발행하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유로존 협정 위반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그리스는 EMU에서 퇴출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 단계까지 가기 전에 그리스 정부가 법에 도움을 청할 수 있다. ECB의 조치 등이 EMU에서 퇴출될 수 없다는 암묵적 EU조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법률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있으며 유럽사법재판소(ECJ)에 금지명령을 요청을 확실히 검토할 것이다. EU조약에는 유로존 탈퇴 조항이 없을 뿐더러 우리가 이를 받아들일 생각도 없다. 유류존 회원국 지위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률적으로 순탄한 그렉시트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양측이 그렉시트를 동의한다면 이 절차에 관한 조약 등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