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기자의눈] 거래소 조직개편을 읽는 두가지 脈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5-07-03 07:00 송고
© News1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금융위가 내놓은 개편안이 여의도를 고민에 빠트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당국과 이에 협조하는 거래소 경영진, 그리고 이에 반발하는 거래소 노조와의 갈등이 상황 전부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시야를 더 깊고 넓게 확장해보자.
우선은 깊이다. 여기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거래소의 주주들이다.

거래소의 조직개편은 이사회에서 올린 안건을 거래소 주주총회를 통해 처리한 뒤 이를 금융위원회가 받아 입법을 통해 정책을 추진하도록 되어있다.

현재 금융위가 먼저 상황의 전면에 나섰지만 적법한 절차를 위해서는 뒤늦게라도 저 과정을 제대로 밟아야 한다.
일단 거래소 이사진의 찬성을 얻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최경수 이사장은 금융위의 개편안에 대해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큰 획을 긋는 획기적인 방안"이라며 협조의 뜻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공은 이제 거래소 주주로 넘어간다. 거래소는 총 39개 증권사와 선물사들이 주주로 있다.

거래소가 지주사로 전환한 뒤 IPO를 통해 상장한다면 해당 주주사들은 막대한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금융위는 거래소 IPO를 위한 선결과제로 거래소 주주들의 상장차익 처리를 위한 공익기금 설립을 내세운 상태다.

금융위는 상장차익 일부는 그간 독점이익이 누적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사회적 합의 없이 상장차익의 전부를 기존주주가 사적으로 향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별도의 논의기구를 구성해 상장차익을 환수한 뒤 이를 가지고 공익재단 설립 등 활용방안을 먼저 세워야 IPO를 허용해주겠다는 얘기다.

이에 주주사들의 주판알이 바쁘다.

거래소의 현재 가치는 대략 2조7000억원 수준이다. 대부분의 주주사들은 평균적으로 약 3% 정도의 거래소 지분을 가지고 있다. 상장이 진행되면 3%를 가진 회사는 약 810억원의 자본을 당장 NCR에 반영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이나 KDB대우증권과 같은 대형사라면 시큰둥할 수 있지만 최근 재정난에 고민인 선물사나 소규모 증권사들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된다. 회사의 사활이 걸린 것이다.

그러나 이 지분을 손에 쥐더라도 공익재단 설립에 출원하게 되면 남는 것이 없어질 수 있다. 상장차익을 환수하면서까지 거래소의 IPO를 추진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한지 치열하게 따져봐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애당초 거래소의 상장차익을 주주사별로 계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수합병 등으로 초기 출자한 회사들 사이의 관계가 얽히고, 매매를 많이 한 주주사와 IB업무 등에 집중한 주주사 사이의 거래소에 대한 기여도 등을 반영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거래소의 조직개편으로 거래소의 가치가 얼마나 올라갈지를 주주사들에 설명해 이해시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그동안 거래소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증권업계와는 별다른 소통을 하지 않아 불만을 사던 금융위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만약 관련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과정은 모두 공염불이 된다.

이제는 시야를 넓혀보자. 시선이 향할 곳은 부산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거래소 조직개편의 방향을 '지주사 전환'이라고 처음 밝힌 자리는 지난달 22일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과 '거래소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연 간담회에서다.

그 전까지 거래소 조직개편 방향을 설명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으나 부산지역 정치인들에게 먼저 '보고'를 한 셈이다.

당시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지주사 전환으로 나오게 될 코스피거래소와 코스닥거래소, 파생상품 거래소 등의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카드로 정치권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관측은 상당부분 확인되고 있다.

임 위원장은 2일 거래소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거래소와 거래소 기관들이 부산으로 이관하도록, 부산이 자본시장의 중심이 되도록 한다는 원칙에 따라 개편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사전환으로 독립되는 기관을 모두 부산으로 보내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으로 추진된다. 정부입법은 제출 전 관계기관 협의, 입법예고, 규제심사, 법제처심사, 차관회의 심의, 국무회의 심의 등 자체 심사 및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

반면 의원입법은 본회의 보고 뒤 바로 상임위에 올려 다룰 수 있다. 법안처리절차가 대폭 간단해진다.

게다가 이번에 입법을 맡은 의원은 바로 前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부산 남구갑 의원(새누리당)이다. 임 위원장의 거래소 지주사 전환 관련 보고를 들은 바로 그다. 그리고 현재 거래소 부산본사가 입주한 BIFC의 지역구 의원이다.

거래소 노조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야당과 서울 영등포 지역의 의원들과 접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자칫 정치권의 힘싸움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진짜 게임이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갈등은 공허할 정도다. 증권가의 치열한 경제논리와 부산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논리 앞에 거래소의 미래가 달려있다.


khc@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