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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입주하고 싶어도…" 여전히 막연한 주거빈곤 청년층

대학원생·취업준비생은 신청 자격 없어…"평등하게 해 달라"
신혼부부·사회초년생은 청약통장 있어야만 지원 가능
보증금 조절할 수 있지만…"2000만원 못 대는 청년층 많다"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2015-07-01 06:2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직장인 나모(30)씨는 행복주택 입주자격 자가진단을 한 뒤 실망했다. 입주자격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씨는 "취업 합산 기간이 5년 2개월인데 5년 미만만 신청할 수 있더라"며 "아쉽지만 포기해야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이모(26)씨도 행복주택 신청을 포기했다. 입주 자격 자체가 안 되서다. 이씨는 "대학생이거나 직장 5년차 이하만 신청할 수 있다"라며 "저 같은 '회색분자'들은 신청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 SH공사가 30일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공급에 들어갔다. LH는 송파구 삼전지구(40가구)의 공급을 맡았다. SH공사는 강동구 강일지구(346가구)·구로구 천왕지구(374가구)·서초구 내곡지구(87가구)를 공급한다.
 

지난 4월 발표된 서울시의 '청년정책의 재구성 기획연구'를 보면 서울 청년 10명 중 3명은 주거빈곤 상태에 빠져있다. 지하·옥탑에 거주하는 이들은 3만6000여명이고 비주택거처에 사는 이들도 2만2000여명이나 된다. 월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이들도 70%를 넘었다.
 

이들에게는 정부의 행복주택이 반가울 법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입주자 모집공고만 이뤄진 상태지만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거세다.
 

◇대학원생·취준생은 NO…사각지대 많은 입주자격
일각에서는 행복주택의 입주자격이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의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인데 정작 입주 대상에서 배제된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15~29세 청년층의 고용률은 40.7%다. 100명 중 40명만 취업자인 것이다.
 

청년층만 놓고 보면 행복주택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대학생이거나 취업 5년 미만이어야 한다. 대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청년층은 입주 대상이 되지 않는다.
 

취업준비생 전모(28)씨는 "지방에서 올라와 공부를 하다보니 주거비가 적잖은 부담"이라며 "행복주택 정책이 발표됐다고 해서 입주 여건을 살펴봤는데 보증금은 둘째치고 신청할 수 있는 자격조차 없더라"고 말했다.
 

이모(27)씨도 "입주 가구가 적어 모두를 수용할 수는 없겠지만 기회의 평등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직장인이나 대학생은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직을 준비하는 같은 또래는 왜 안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대학원생의 경우 자발적으로 학업을 연장한 것이기 때문에 제외했고 취업준비생은 직주근접이라는 행복주택의 취지와 어긋나기 때문에 입주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원생은 대표적인 주거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행복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대학원생과 취업준비생은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들에게도 신청 자격을 주고 꼼꼼한 심사를 통해 입주자를 걸러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는 청약저축통장이 있어야 한다. 국토부는 "행복주택은 거주하면서 다음 주거 공간으로 옮기기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개념"이라며 "행복주택 이후 주거지를 마련하기 위한 조건을 살피다 보니 청약통장 가입 조건을 입주 자격에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모(31)씨는 "물론 주택을 분양받아 새로 입주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기존 주택을 매매해서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며 "청약통장이 행복주택 입주에 있어 필수적인 이유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천만원 보증금 부담된다"…높은 임대료도 논란
국토부에 따르면 행복주택의 임대료는 시세 대비 60~80% 이하로 책정됐다. 대학생은 주변시세의 68%·사회초년생은 72%·신혼부부는 80%를 적용한다.
 

사회초년생을 기준으로 표준보증금·임대료를 살펴보면 △삼전지구 20㎡ 주택형 보증금 3348만원·월세 17만원 △서초 내곡지구 20㎡ 주택형 보증금 4392만원·월세 22만원 △구로 천왕지구 29㎡ 보증금 3816만원·월세 19만원 △강동 강일지구 보증금 4500만원·월세 23만원이다.
 

국토부는 입주자 요청에 따라 보증금과 월세 비율을 상호 전환해 보증금을 낮출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가 제시한 임대료 조정안에 따르면 사회초년생 기준으로 삼전지구 20㎡ 주택형은 보증금 448만원·월세 26만원까지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내곡지구·천왕지구·강일지구는 보증금을 낮추더라도 2000만원 수준이다.
 

직장 4년차인 우모(28)씨는 "좋은 직장에 들어간 친구들이야 수월하게 돈을 모으겠지만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친구들이 훨씬 많다"며 "보증금 2000만원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증금을 포함한 임대료가 비싸다며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울시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공급한 홍은동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이웃기웃 청년 주거협동조합'의 경우 25~29㎡ 주택형이 보증금 2167만원·월세 12만원 수준이다.
 

권지웅 민달팽이유니온 대표는 "정부가 제시한 표준보증금은 사회에 진입하는 시기에 개인이 마련하기에는 너무 큰 목돈"이라며 "임대료를 어떻게 낮출 것인가를 국토부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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