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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인수戰, 사모펀드 '돈싸움?’…오리온 인수 가능성은

유일한 전략적투자자 오리온, 자금력에서 뒤쳐질수도
사모펀드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 '매각 불발→분할 매각' 시나리오도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2015-06-26 06:10 송고
홈플러스 매장 사진. © News1 2015.06.15/뉴스1 © News1
홈플러스 매장 사진. © News1 2015.06.15/뉴스1 © News1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매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로는 오리온이 유일하게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자금력 등의 이유로 글로벌 펀드들의 돈싸움'이 될 전망이 많다. 일각에서는 펀드들끼리의 연합, 또는 홈플러스 분할 매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투자제안서(IM)를 받아간 곳 중 7곳이 예비입찰에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6곳은 MBK파트너스·칼라일그룹·CVC·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글로벌 사모펀드이고, 1곳은 국내 제과업체인 오리온으로 알려졌다.
일찍부터 홈플러스 인수에 의향이 있음을 밝혀온 오리온이외에 전략적투자자는 한곳도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본입찰 과정에서 다른 전략적투자자가 참가를 하거나, 사모펀드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능성 있는 국내 전략적투자자, 대부분 "관심없어"

무엇보다 그동안 홈플러스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알려진 국내 전략적투자자들이 대부분 관심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7조원 이상이 되는 인수대금, 영업규제 등으로 위축되고 있는 대형마트 업황 등을 감안할 때 홈플러스 인수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부담때문이다.
우선 국내 유통업계 양대 산맥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일찍부터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독과점 문제 때문이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 시장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삼분하고 있다. 이 와중에 롯데나 신세계 중 한 곳이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독과점 규제 대상이 된다. 따라서 자금력이나 업역 등에서 유력한 두 후보가 제외된 것이다.

롯데, 신세계와 백화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백화점도 가능성 높은 인수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홈플러스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큰 규모의 인수대금도 부담이지만, 그보다 대형마트 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내세운 그룹 비전이 '안정 속의 성장'인만큼 무리한 모험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였던 농협과 GS그룹 역시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농협이 7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GS 역시 2010년 편의점과 수퍼마켓에 집중하겠다며 마트를 매각했는데, 다시 당시보다 10배 규모의 대형마트를 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리온만 관심, 자금력이 문제

결국 국내 전략적투자자 중에는 줄곧 관심을 표명한 오리온만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조와 유통채널을 함께 갖게 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고, 홈플러스 매장과 부동산을 개발해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이마트 대표이사 출신이어서 마트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다만 오리온의 현금성 자산은 2900억원 수준에 불과해 홈플러스를 인수하려면 대규모 차입과 자산 매각, 중국 오리온 상장 등 대규모 재무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함께 인수전에 참여하는 오리온이 1대주주가 되려면 적어도 2조원대 중반에서 3조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자금력에서 앞서는 글로벌 사모펀드들과 경쟁에서 이기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홈플러스의 주인인 테스코는 현재 본사의 자금난 때문에 홈플러스를 매각하려 하기 때문에 더 비싼 금액을 쓴 곳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즉 홈플러스 인수전은 인수 이후 홈플러스의 상황보다 '돈싸움'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오리온은 쉽지 않은 싸움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각 불발→분할 매각' 시나리오도

일부에서는 홈플러스 일괄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무리 빅딜에 죽고사는 사모펀드들이라고 해도 결국 투자 이후 수익이 날 것이라고 판단해야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홈플러스는 그렇게 좋은 매물로 보기 힘들다. 초기 투자해야 할 비용(인수자금)이 너무 큰데다가 국내 대형마트 업황을 볼 때 성장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다시 팔기도 쉽지 않다. 즉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부담스럽고, 수익성이 높아보이지도 않고,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은 물건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도 걸림돌이다. 현재 홈플러스 노조는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노조측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투기자본으로 매각이 추진된다면 전면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유통업계와 IB업계 일각에서는 이처럼 여러 상황들이 꼬일 수 있기 때문에 일괄 매각은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 경우 매장별 분할매각, 또는 슈퍼마켓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매각 등이 고려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매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일괄매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따라다녔다"며 "테스코 입장에서는 한번에 팔고 싶겠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경우 분할매각까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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