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지금 평양] 김정은 가슴서 사라진 '수령님'…배지의 정치학

김정은, 김일성·김정일 얼굴 담긴 '쌍상' 미부착 잦아
치밀히 계산된 北 선전선동 특성상 '홀로서기' 행보 가능성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5-06-24 08:00 송고
편집자주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서울에서 약 200km가량 북쪽에 위치해 있다. 차로 달리면 3시간 가량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그렇지만 남한 사람들 중 "평양은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남북 간 정보의 단절은 분단 70년 동안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다.

평양의 일상생활부터 북한 김씨 일가 통치에 숨겨진 방정식 까지 그간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북한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돋보기가 됐으면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공개활동에서 '쌍상'으로 불리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휘장을 달고 나오지 않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노동신문) 2015.6.22/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공개활동에서 '쌍상'으로 불리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휘장을 달고 나오지 않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노동신문) 2015.6.22/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북한 관련 뉴스에 나오는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왼쪽 가슴팍 혹은 옷깃에 달린 빨간색 배지입니다.

북한에 대한 여러 이질감 중에 '초상휘장'이라고 불리는 이 붉은 배지가 주는 느낌은 실로 강렬합니다. '최고지도자를 심장에 모시기 위해' 왼쪽 가슴에 배지를 부착한다는 이유를 알고나면 그 이질감은 특히 더해집니다. 
최초로 이 배지가 등장한 것은 1970년 11월 노동당 5차대회 이후인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당시에는 김일성 주석의 얼굴만이 담긴 배지가 제작됐습니다.

이후 199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50번째 생일(2월16일)을 계기로 김정일의 얼굴이 담긴 배지도 제작됐지만 당시만 해도 김정일은 일반 주민들이 자신의 얼굴이 담긴 배지를 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진정한 충심인지 권력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이유로 김정일의 배지가 일반에 널리 보급된 것은 2000년 이후로 알려져있습니다.
이러한 배지도 재질과 디자인에 따라서 급이 다르다고합니다. 군과 당, 각 조직별로 위상에 따라 다른 배지가 지급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에는 '쌍상'이라고 부르는, 김일성·김정일 두 부자의 얼굴이 모두 담긴 배지가 눈에 띕니다. 김정은 집권 후에는 당·정·군의 대다수의 간부들은 모두 쌍상을 차고 있습니다.

이는 김정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집권 5개월여 만인 2012년 4월 처음 김정은이 쌍상을 부착하고 있는 것이 포착된 뒤 이후 모든 공개석상에서 이 배지를 차고 있는 것이 목격돼 왔습니다.

그랬던 김정은이 이번달 들어서는 유독 이 배지를 누락한 채 공개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됩니다. 23일까지 보도된 김정은의 공개활동 총 12회 중 무려 7번의 공개활동에서 왼쪽 가슴에 '쌍상'을 달고 있지 않았습니다.

6일 평양생물기술연구원, 9일 한국전쟁 사적지, 13일 고사포병 군관학교, 15일 신형 반함선로케트 발사훈련 등 김정은이 배지를 부착하지 않은 공개활동의 성격에도 뚜렷한 일관성은 없습니다. 공개활동의 성격에 따라 배지의 부착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한두 번이라면 단순 실수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갈텐데, 이 같은 모습이 자주 포착되자 우리 측에서도 그 배경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공개활동에서 배지를 달았다 안달았다하는 모습이 반복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아직은 어떤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분석을 제기합니다.

김정은이 선대들의 후광에서 벗어나 자신 스스로의 통치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비슷한 맥락에서 김정은이 이른바 '형식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차원의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이중 김정은이 '홀로서기' 차원에서 배지를 달지 않기 시작했다는 분석은 특히 일리가 있는 분석으로 보입니다. 실제 김정은의 선대들은 집권 시절 배지를 단 모습이 포착된 적이 없습니다.

선대의 후광을 나타내는 의미있는 상징물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어쩌면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이 이제 최고지도자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북한 정권의 선전선동이 치밀한 계산을 거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포착된 김정은의 행보는 절대로 김정은 한 사람만의 판단은 아닐 겁니다. 지난해 말부터 북한 선전선동부에 합류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김정은은 김여정의 선전선동부 입성 이후로 공개석상에서 간부들을 질타하는 모습이 잦아지는 등 자신감을 과시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 당국 역시 '백두 혈통'인 김여정이 차차 권력 전면에 등장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향후 김정은의 행보에도 보다 더 정당성과 권위가 붙을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과거 김정일의 옆에 여동생 김경희가 권력의 실세로 함께했던 것처럼 말이죠. 

 2013년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 옷깃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얼굴이 나란히 담긴 배지(쌍상)가 달려 있다.  .© 로이터=News1 2013.06.22/뉴스1 © News1
 2013년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 옷깃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얼굴이 나란히 담긴 배지(쌍상)가 달려 있다.  .© 로이터=News1 2013.06.22/뉴스1 © News1



seojiba@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