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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의혹'…"'문학권력'된 출판사 책임 크다"

문단 일각 "신경숙 표절 논란, 창비 이상으로 '문학동네' 책임도 커" 주장 제기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5-06-22 21:17 송고 | 2015-06-23 11:55 최종수정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신경숙 작가의 책들.© News1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신경숙 작가의 책들.© News1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과 관련해 책을 낸 출판사 '창비' 이상으로 '문학동네'에도 큰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문단에서 나오고 있다. 
'문학동네 책임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출판사' 문학동네가 낸 책을 '계간지' 문학동네를 통해 찬양 일변도의 평가를 내리고, 문학동네와 관련이 있는 문학기자들이 대대적으로 기사로 다뤄 작가를 신화화하는 복합적이고 비양심적인 메커니즘이 있다고 지적한다.

독자와 객관적인 제3자의 비평이 끼여들 여지가 없는 자기만족적이고 배타적인 메커니즘은 지금껏 대부분 성공적으로 작동해 왔고, 이에 취한 작가나 출판사가 결국 스스로나 인기 작가에게 엄정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권성우 문학평론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문학동네'야말로 '신경숙 신화화'에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할 문예지 아닌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번에 소설가 신경숙과 더불어 문인과 독자들의 집중적인 비판 대상이 된 '창작과비평사'(창비) 이상으로 신경숙의 이런 엄청난, 그리고 슬프기까지 한 추락에 '문학동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또 "(계간지 '문학동네'에 실린 신경숙 소설에 대한 글과 대담, 리뷰는)상당 부분이 신경숙에 대한 지나친 확대 해석, 문학적 애정 이상의 과도한 의미 부여, 영혼 없는 주례사 비평에 가깝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출판 편집자 H씨 역시 "문학동네는 책을 내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문예지 편집위원 등의 전문 비평가가 낯뜨거울 정도로 칭찬일색의 평을 해주고, 이를 일부 언론이 같이 호응하는 메카니즘으로 독자들을 기만해왔다"고 비판했다.

과거 1970~80년대는 출판사인 '창작과 비평'(창비의 전신)과 '문학과 지성'이 각각 문학의 사회참여를 중시하거나 실험성과 개인의 내면을 중시하는 문학 담론을 형성했다. 또 민음사, 실천문학사 등이 중요한 문학책들을 내거나 노동자들이 직접 쓴 민중문학을 내며 제각기 목소리를 내던 시대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이데올로기와 문학지형이 크게 바뀌면서 창비·문학과지성의 무거운 담론의 틈새를 노린 문학동네라는 출판사가 등장한다. 1988년 '푸른숲' 출판사를 낸 시인 강태형 씨는 이를 1991년 김혜경씨에게 팔고 2년후 '문학동네'를 설립한다. 

작은 문학전문 출판사로 등장한 문학동네는 20년이 지난 현재 문학전문 단행본 출판사로서 매출액 1위(2014년 기준 255억 6700만원)를 달리는 대형출판사로 성장했다. 

오창은 문학평론가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문학동네가 처음부터 권력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부터 상업적 의도가 전부는 아니었고 창비와 문지 두 진영보다 좀 더 대중성을 지향하는 문학의 가치와 담론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것이 이념붕괴라는 시대적인 조류와 맞아떨어져 대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동네도 한때는 경영이 어려웠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인사들이 이같은 메커니즘의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창은 문학평론가는 "문학동네가 위기에 처하자 동인 내지는 도와주는 개념으로 시인과 평론가, 일부 언론 매체의 문학기자 등이 지분을 나눠 가졌다"고 말했다. 

작가나 작품을 성공시키는 메커니즘이 일단 성공하면 출판사는 그 달콤한 유혹에 계속 빠져들게 된다. 바로 이 부분이 문학출판사가 문학 권력으로 변질되어 가는 대목이다.

오 평론가는 "문학이 순수하고 고결하다고 생각하면 이는 낭만적 견해"라면서 "문학도 시장구조 내에 있기에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게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문학권력을 문제삼는 이유는 작품의 시장성이 우선적인 가치가 되면 좋은 문학이 갖고 있는 저항성, 비판성, 전복성, 다양성 등이 살아남을 토양을 고사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출판편집자 L씨는 "문학동네는 돈의 논리가 매우 강한 출판사"라고 했다. "신인상, 젊은 작가상, 대학소설상 등을 시상하는 문학동네는 다른 출판사들보다 젊은 신인 작가에게 넓게 열려 있지만 이는 일단 등단을 시켜놓고 잘 팔리는 작가인지 아닌지 가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잘 팔리는 기미가 있게 되면 그때부터 평론가를 붙여 호평을 내고 마케팅에 힘을 써 '문학동네'의 작가로 만든다. 하지만 돈이 안될 것 같은 작가는 원고를 줘도 출간일정을 내놓지 않고 마케팅도 신경쓰지 않아 홀대받는 느낌을 받게 한다고 전해들었다"며 문학동네의 관행을 지적했다. 

출판편집인 H씨는 자본력을 이용해 유명 작가와의 계약을 독식하거나 번역서 입찰시 과도하게 높은 금액을 써내는 관행을 지적하며 "문학동네는 과거 생존차원을 넘어서 나만 살자는 괴물이 됐다"고 비판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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