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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치료제였습니다"

메르스 노출자, 환자들 낙인 우려해 사실 숨겨..치료 골든타임 놓치고 후속 감염위험 키워
메르스 확진직후 환자들 거의 멘붕..심리치료 병행과 의료진 배려가 필요함을 시사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15-06-19 05:03 송고 | 2015-06-19 17:40 최종수정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휴교한 한 초등학교./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휴교한 한 초등학교./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노출·감염 사실이 드러날 경우 주위에서 왕따당하고 진료를 거부당할 까봐 메르스 관련 경력을 숨기는 심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종의 낙인효과인데 메르스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후속전파를 막는 초동대응을 무척 힘들게 하는 요소다. 

또한 생소한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환자들에게 큰 정신적 충격으로 느껴지고 있음이 환자의 증언으로 확인되고 있다. 약물적 치료외에 심리적인 치료도 병행해야함을 시사한다.

◇왕따될까봐, 진료 거부당할까봐, 불이익 당할까봐...메르스 경력 숨기는 경향

우리나라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에 이르렀지만 종식되지 않은 것은 신고를 꺼리는 환자들의 분위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경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발견된다. 

첫 번째 메르스 환자(남·68)부터 그랬다. 메르스에 대한 당국의 대비나 경각심이 없었기도 했지만 중동여행경력을 초기에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다.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난 이후 4곳의 의료기관을 전전하며 메르스 사태의 시작점이 됐다.
또 삼성서울병원에서 한사람에 의해 80여명의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하게 된데는 환자의 침묵도 영향을 줬다. 삼성서울병원 슈퍼 전파자인 14번(남·35) 환자가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 평택성모병원 경력 등을 자세히 고지했더라면 양상은 달라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문진을 더 정밀하게 하지 않고 폐렴환자 정도로 치부한 병원의 실책도 적지않다.  

이는 이들만의 현상은 아니다. 1번 환자 아들인 10번 환자도 증상이 나타나 처음 병원을 들렀을때 메르스 병원 경유 과정을 의사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한 창원 SK병원에 입원한 115번 환자도 메르스 감염사실을 숨긴채 다인실을 사용했다. 메르스가 아닌지 의심하고 주변 환자와 그 보호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자 '비맞아 감기든 것 뿐인데 왜 그러느냐'며 화를 냈다는 증언도 나왔다.

3차 유행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환자들도 예외는아니다. 삼성서울병원 원내 환자운송 요원인 137번(남·55)환자는 2일 증상이 나타난 후에도 알리지 않고 10일까지 정상적으로 출퇴근하며 근무했다. 격리에서 제외된 상태에서 자칫 먼저 말하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알리지 않은 정황이 많다.

대구시 한 주민센터 공무원인 154번(남·52) 환자도 메르스 관련 경력을 숨긴채 정상근무했다. 이 환자는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을 응급실을 방문했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또 가족중에 이미 확진환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3일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주민센터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 지역사회가 들끓었다. 의심 증상이 나타난 직후에도 바로 병원으로 가지 않고 공중목욕탕을 방문, 해당 지자체가 당시 목욕탕을 이용한 사람을 찾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141번 환자(남·42)는 증상이 나타난 기간인 5~8일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해당 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환자들로서는 당연...환자조회시스템 부재, 정보정책 실패로 낙인효과 잡지 못해

전문가들은 환자들의 침묵이 결코 이기적인 것으로만 탓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불이익이 예상될때 선뜻 자기 처지를 솔직히 얘기할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 하는 것이다. 환자 경력을 조회할 시스템을 빨리 갖추지 못했던 것이 아픈 실책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최재욱 예방의학교실 교수(환경의학연구소장)는 뉴스1 인터뷰에서 "전 세계 어느 환자라도 (메르스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에서 왔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왜냐하면 쫓겨날 수 있고 낙인효과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창궐한 에볼라 유행 때도 낙인효과가 생겼다"며 "(환자들이) 죄인처럼 살아야 하잖나. 숨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낙인효과가 발생한데는 투명하지 못한 정보 공개가 한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한동안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공개하지 않은 정책을 유지했다. 불필요한 불안감을 방지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역으로 괴담이 떠돌고 우려가 증폭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는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전국 여러 곳의 학교에서 의료인 자녀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아이를 등교시키지 말라는 통보를 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진실을 밝힐 용기를 갖기는 쉽지않다.

낙인효과는 환자 개인에게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사회적으로 후속 감염의 위험을 높인다. 의심 증상이 나타난 후 의료기관을 1~2일 바로 찾을 수록 치료가 앞당겨짐이 관찰되고 있다. 

"간호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치료제 였습니다"

메스 감염사실을 확인순간 환자들은 거의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생소한 질병에 졸지에 인생이 극한 상황으로 갈수 있다는 공포감, 남들에게 기피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이 한꺼번에 밀려오며 절망감에 휩싸이고 있다는 것이다.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가 클 경우 그 공포감은 더욱 배가될 수밖에 없다.

5월20일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뒤 치료를 성공적으로 받아 18일 퇴원한 39번(남·39)환자 송모씨는 <뉴스1>과 전화인터뷰에서 격리병실로 옮겨지는 순간 "하나뿐인 딸을 생전 못볼까봐" 극도의 두려움과 슬픔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두려움에 잠을 잘 수 없었고 눈물 닦을 힘이 없어질때까지 하염없이 울었다고도 했다.

빗나간 행동이지만 141번 환자는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환자로 확진되자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문을 박차고 나가는 등 격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는 메르스 환자들에 심리치료와 의료진의 정서적인 보살핌이 환자들에게 필요함을 시사한다. 송모씨는 절망감 속에서 기운을 차린 것은 의료진의 뜻한 배려였다고 회고했다.

"간호사들이 가끔씩 초콜릿과 과자를 주곤 했습니다. 솔직히 맛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저 사람이 반가웠습니다. 사람 보는 것이 반가워 초콜릿 먹는 시간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웃는 얼굴로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간호사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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