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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신경숙 표절의혹에 '사과문' 그 의미는?(종합)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5-06-18 21:45 송고 | 2015-06-19 02:17 최종수정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 게재된 창비 공식 사이트 © News1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 게재된 창비 공식 사이트 © News1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 의혹에 대해 '표절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혀 독자들의 분노를 샀던 출판사 창비가 18일 결국 독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창비는 일본 작가의 작품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신경숙의 '전설'이 수록된 단편집 '감자먹는 사람들'을 출간한 국내 유력 출판사다.

창비는 18일 오후 강일우 대표이사 이름으로 된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내부 조율없이 적절치 못한 보도자료를 낸 점과 표절의 혐의가 충분히 제기될 법한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사과했다. 

창비는 당초 이날 오전 새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다가 19일로 발표를 미뤘으나, 오후에 다시 회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여전히 창비가 표절 자체를 인정한 게 아니라 '표절혐의를 제기할 법하다'고 둘러간 점, 구체적인 수습책이 없는 점 등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문인들 사이에서도 사과문이 다소 '유보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창비의 사과문을 읽은 한 문학평론가는 "전에 나온 입장은 해명인 반면 이번 것은 사과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소 '유보적'인 사과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표절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체 출간한 책을 '단정적으로 표절이다'라고 말할 순 없으니 이렇게 표현한 것"이라며 "우회적이나마 표절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평론가는 사과문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언제나 공론에 귀기울이겠습니다"라고 말한 부분은 책임문제를 정확히 명시하기보다 공론의 장에 평가를 맡기겠다는 유보적인 의미를 띤다고 지적했다. 출판사 입장에선 이 표절의혹 사태가 사실상 어떻게 번져갈 지 모르니 일단은 논의의 장을 마련하며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신경숙 작가에 대해선 "스타 작가들은 작품 자체의 비평적 평가 외에도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데 그의 이미지는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실망했다 해도 약 20%의 독자가 떨어져 나가는 선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는 다른 문학평론가도 있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의 신경숙 작가 표절의혹에 대한 창비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작가를 보호하는 것은 출판사의 역할"이라면서도 "잘 팔리느냐 아니냐에 따라 작가를 보호하고 아니고가 갈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편집자는 다만 "신경숙 작가가 직접 자기 입장을 말하긴 너무 과열된 상황이어서 창비가 작가의 입장을 대리해주는 것은 당연했지만, 작가편에 서느라 왜곡된 논리를 펼친 것이 실책"이라고 말했다.

신경숙 표절의혹이 실제로 법적 분쟁에 들어간다 해도 해결까지는 통상 최소 1~2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통상 표절 판결을 법적으로 내리기까지는 법원에서 판사가 저작권위원회의 검토 의견과 함께 분쟁 당사자의 변호사들이 수집한 증거를 모두 검토한 뒤에  저작권법 위반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걸리는 시간도 길고 그 과정도 복잡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표절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출판사나 저자의 고의 여부를 밝혀야 하기 때문에 작가 신경숙씨가 현재 문제가 된 일본 작품을 "본적이 없다"고 밝힌 상태여서 표절에 대한 명확한 판단에 이르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이응준 소설가에 의해 일본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신경숙 소설가는 17일 창비를 통해 "문제가 된 일본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아울러 창비 역시 같은날 "두 작품의 유사성은 전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 발표 후 비난의 목소리는 출판사 창비에 대한 비난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 됐다. 네티즌은 물론 창비의 내부 직원이라고 밝힌 이들까지 창비의 해명을 이해못하겠다고 반응했고,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져가자 창비는 당초 입장을 번복하고 일단 사과문을 발표하는데까지 이르게 됐다.

다음은 18일 창비가 보낸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전문이다.

먼저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과 관련하여 6월 17일 본사 문학출판부에서 내부조율 없이 적절치 못한 보도자료를 내보낸 점을 사과드립니다. 이로써 창비를 아껴주시는 많은 독자들께 실망을 드렸고 분노를 샀습니다.

보도자료는 ‘표절이 아니다’라는 신경숙 작가의 주장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면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이 내용과 구성에서 매우 다른 작품이라는 입장을 전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습니다.

저희는 그간 작가와 독자를 존중하고 한국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진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한국문학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출판사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지 못한 점은 어떤 사과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태를 뼈아프게 돌아보면서 표절 문제를 제기한 분들의 충정이 헛되지 않도록,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언제나 공론에 귀기울이겠습니다.

현재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는 작가와 논의를 거쳐 독자들의 걱정과 의문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내부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한국문학과 창비를 걱정하시는 많은 분들께서 저희에게 보내준 질타를 잊지 않고 마음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2015년 6월 18일

창비 대표이사 강일우 드림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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