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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수입차' 1조 세금지원…규제 안하나? 못하나?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업무용 차량 세금지원 제한하는데 우리나라는 관련법 '전무'
2007년과 2013년에 '리스비 손비처리 상한액' 관련법안 발의됐지만 상정도 못해

(서울=뉴스1) 류종은 기자 | 2015-06-19 08:15 송고
서울 강서구 한 건물 주차장의 수입차들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 강서구 한 건물 주차장의 수입차들 © News1 신웅수 기자


올해 자동차 리스를 통해 새나가는 세금이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절세'를 가장한 '탈세'를 막을 법적 방안은 전혀 없는 상태다.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자동차 리스비 손비처리 상한제를 담은 법안을 몇차례 발의했지만 번번이 상정에 실패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법인차량 등록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서고, 1조3000억원 가량의 세금이 자동차 리스를 통해 사라질 전망이다. 법인명의 수입차가 5만4588대에 달했던 2012년 리스 손비처리 비용으로 증발한 세금은 약 7000억원에 달했다. 법인명의 수입차 등록이 7만8999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에는 1조원 이상이 새나간 것으로 추산됐다.

자동차 리스 시장규모가 이처럼 커진 것은 수입차의 가파른 성장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신규등록 수입차는 총 9만5557대로 전년 동기대비 25% 늘었다. 이 가운데 법인명의로 리스하는 수입차는 3만9171대로 전년 동기대비 25.8% 가량 늘었다. 전체 수입차의 41%가 법인명의로 리스하는 차량들이다.

법인명의로 주로 구입하는 초고가 수입차 시장도 올해 유례없는 성장을 기록 중이다. 1대 8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의 경우 올들어 5월까지 28대가 등록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7% 가량 증가했다. 이 중 95% 이상이 법인명의였다. 영국왕실 차량으로 유명한 벤틀리도 올해 96대나 등록됐는데, 85% 이상이 법인명의 차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1대에 2억원이 넘는 재규어의 XJ, BMW의 7시리즈, 아우디 A8 등도 등록차량의 70~80%가 법인명의다.

이처럼 법인명의로 등록되는 수입차 비중이 커지는 까닭은 '일석이조' 효과를 노릴 수 있어서다. 즉, '리스'로 차량을 구입한 법인들은 매월 지출하는 '리스비'를 업무비 즉 영업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영업비용이 늘면 그만큼 영업이익은 줄어들어 법인세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리스는 부채로도 잡히지 않아, 법인들은 세금부담을 덜기 위한 방편으로 '리스'를 널리 활용하고 있다. 즉 '절세'를 가장한 탈세를 위한 방법으로 리스를 악용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span>민홍철 </span>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News1 김영진 기자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News1 김영진 기자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리스비용 손비처리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7년 이계안 전 의원이 관련법안을 발의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상정도 못한 채 폐기처리됐고, 2013년 민홍철 의원이 또 관련법안을 발의했지만 빛도 못보고 있는 상태다.

이계안 전 의원은 리스비용 손비처리 상한액을 '3000만원'으로 제한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차량 가격이 3000만원 이하인 경우만 전액 손비처리로 인정해주고, 그 이상의 차량에 대해서는 차등 적용하자는 게 법안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업무관련 자산 중 '승용차'만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손금산입 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고 한·미 FTA 협정문 위반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로 처리를 미뤘다. 결국 이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민홍철 의원(당시 국토교통위)이 대표발의한 '리스비용 1억원 상한선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배기량 2000㏄ 이하 차량의 경우는 리스가액 전액의 손금산입을 허용하고, 배기량 2000㏄ 이상의 차량은 △(차량 가액) 5000만원 이하는 리스가액의 50% △5000만~1억원 이하는 리스가액의 20% △1억원 초과는 0% 등으로 손금산입을 달리 허용해주자는 게 골자다.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재위, 재경위 등이 리스비용 손비처리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통상마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기재위 소속 의원들은 2013년 당시 한·미 FTA, 한·EU FTA 등을 체결하면서 수입차에 대한 불이익을 줄 수 없는 것을 법안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실제 한·EU FTA 협정문에는 '자동차에 관해 특정적인 규제를 통해 다른 쪽 당사자에게 발생하는 시장접근 이익을 무효화하거나 손상하는 것을 제자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미 FTA 협정문에도 '양국은 자국 내에서 상대국 상품의 구매 또는 서비스의 활용을 제한하기 위한 공식적·비공식적 수단을 정책으로 채택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기재위로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협정과 관련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법안을 보완하라는 지적을 받았다"며 "또 차량 리스비용 뿐만 아니라 유류비, 수리비 등 유지비용에 대한 상한선까지 보완해야 해서 아직은 내부적으로 연구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업무용 리스차에 대한 손비처리 상한액을 놓고 우리나라가 미적거리고 있는 사이, 미국과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이미 이같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리스비용의 85%만 업무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출퇴근 차량 이용은 업무용으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업무용 차량에 대한 규정이 엄격하다. 또 차값이 1만8500달러(약 2020만원)를 넘는 경우 세금 공제혜택을 실질적으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0g/km 이하의 친환경차를 제외한 리스차량에 대해 일괄적으로 리스비의 85%만 세금공제를 해준다. 세금공제 대상도 100% 업무용 차량으로만 제한을 둬, 대부분의 리스차량이 세금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는 리스차 전액 손비처리 한도를 '매월 800달러(약 70만원)'로 제한하고 있다. 또 연간 리스비 3만캐나다달러(약 2630만원)를 기준으로 세제혜택을 차등 적용한다. 일본은 300만엔(약 2710만원)까지만 법인차에 대한 리스 손비처리를 인정해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리스 시장은 7조9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23% 가량 성장했다. 국내 자동차 리스가 본격화됐던 1999년 시장규모가 276억원이었지만, 15년만에 250배 가량 확대된 것이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rje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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