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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포에 여행 취소?…"우리는 해외 피신"

만성 질환자 등 고위험군 가족·임신부들 "잠잠해지면 돌아오겠다"

(서울=뉴스1) 사건팀 | 2015-06-17 05:17 송고 | 2015-06-17 09:45 최종수정
/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무섭죠. 몸도 안 좋은데. 솔직히 여건만 되면 하루라도 더 해외에서 지내라고 하고 싶어요."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둔 최모(31)씨는 여름 휴가를 맞아 부모님과 함께 친척이 있는 일본에 다녀올 계획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에 대한 공포가 갈수록 커지면서 내린 결정이다.

그는 "사망자 대부분이 만성 질환을 앓는 고령자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며 "외출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부모님에게 친척 집 인근에서 한 달여 지내다 오라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름 휴가를 취소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와는 반대로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해외로 메르스 도피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만성 질환자나 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 부모를 둔 자녀, 출산을 앞둔 임신부, 집에서 유아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 도피 여행에 대한 열망이 크다. 출산·육아 커뮤니티에는 최근 이런 고민을 구체화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임신 5개월 차인 임신부 A씨는 "메르스 걱정 때문에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며 "한국 어디도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 해외에 나가 있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임신 6개월 차에 접어든 한 임신부의 남편도 "면역력이 약할 때라 솔직히 공항에 가는 것조차 겁이 난다"며 "그래도 중국이 그나마 안전하다는 주변 말을 듣고 중국 사는 친척 집에 2개월 정도 다녀오라고 할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여섯살 아들을 둔 한 여성도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다 해도 남편이 회사에 출퇴근하는 이상 소용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아이와 함께 태국이나 싱가포르처럼 가까운 나라에 가서 메르스가 잠잠해질 때까지 지내다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 사업차 미국을 찾은 박모(45)씨는 국내 메르스 확산 소식을 듣고 체류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박씨는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어 아무래도 지금 입국하기는 불안하다"고 말했다. 

메르스는 고위험군이 아닌 젊은 직장인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대부분 직장인이 메르스가 지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심산으로 휴가를 미루는 가운데 일부는 아예 휴가를 앞당겨 해외로 도피 여행을 가는 방식으로 메르스 확산에 대한 공포를 비켜갔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모(28)씨는 7월 말로 계획했던 휴가를 한 달 정도 앞당겼다. 회사 인근에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부쩍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언론에서 계속 '이번 주가 고비다', '다음 주가 고비다' 하는데 결국 우리나라가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냐"며 "기간은 길지 않아도 아직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은 유럽 국가로 가서 잠시나마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다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름 휴가와 관련해 문의해 오는 지인 중에는 메르스가 무서워 해외로 간다는 사람들도 있다"며 "다만 메르스 때문에 여행을 취소하는 이들에 비하면 아주 적은 소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메르스가 확산하기 시작한 6월 초부터 최근까지 해외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 예약률이 지난해 동월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며 "취소율은 4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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