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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먹어본 ‘벌레 쿠키’…곤충 식품 어디까지 왔나?

(서울=뉴스1) 조민지 인턴기자 | 2015-06-14 13:38 송고
2015.06.14/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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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로 만든 쿠키라니. 평소 새롭고 특별한 음식 먹어보는 걸 좋아하는 기자는 벌레에 대한 혐오감보다는 궁금증과 기대가 컸다. 떨리는 마음으로 곤충 식품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E업체의 카페를 찾았다. 기자를 제일 처음 반긴 건 곤충을 넣어 만든 과자들 그리고 함께 전시돼 있는 각종 곤충 모형들. 책장에는 식용 곤충 요리를 소개하는 국내외 책들도 구비돼 있다. 곤충 식품에 대해 “어으~”하며 자동으로 눈살부터 찡그리게 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친근한 곤충 이미지를 어필하려는 노력이 카페 곳곳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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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모형과 책들을 구경하는 동안 커피와 쿠키가 나왔다.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는 ‘스마일 초코 쿠키’다. 거뭇한 얼굴에 흰 두 눈을 뜬 채 빙그레 웃어 보이는 이 쿠키. 부끄러운 듯 미소를 날리고 있는 저 작은 입이 좀 수상하다. 입 부분을 다소 끔찍하게(!) 수놓고 있는 이 작고 흰 토핑은 갈색거저리 애벌레다. ‘밀웜’이라고도 부른다. 이렇게 파격적인 위치에서 등장할 줄이야. 아무튼 강렬한 첫인상이다.

한 입 먹어보았다. 달달한 초코 쿠키의 맛 외에는 다른 특별한 맛이 없다. 뭔가 거창한 ‘곤충의 맛’을 기대하고 염려까지 했던 기자로서는 다소 김이 샜다. 어쨌든 맛이 좋아 계속 먹어 들어갔고 이제 문제의 ‘입 부분’에 다다랐다. 밀웜 토핑을 절반 정도 씹어 먹어보았다. 아주 미세하게 고소한 맛이 나더니 이내 일반 초코 쿠키 맛이다. 사실 토핑 부분 뿐 아니라 쿠키 반죽을 만드는 베이스에도 밀웜 분말가루가 들어가 있지만 누가 말 해주지 않으면 전혀 모를 맛이다. 밀웜 토핑을 보지 못한 채 먹는다면 곤충 쿠키인지 그냥 쿠키인지 아예 모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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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들어간 거 맞아?’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전혀 거부감 없는 맛.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천 번이 넘는 샘플링 테스트를 거쳐 온 결과다. “맛있다... 못 먹을 이유가 없겠는데...” 기자의 혼잣말을 들은 E업체 류시두 사장은 “대부분 처음에는 입에 넣기를 꺼리시다가 먹어본 후에 ‘일반 쿠키랑 똑같다’ ‘맛있다’고들 하세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음식은 입으로 먹는 게 아니라 머리로 먹는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곤충 식품이 그래요.”


먹다가 든 생각. ‘아예 토핑을 없애면 소비자들도 덜 거부하지 않을까?’ 토핑을 없애 일반 쿠키와 똑같은 형태로 샘플링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다는 류 사장. 그러자 ‘곤충 토핑을 올려 달라’는 피드백이 이어졌다고 한다. 곤충 식품을 찾는 마니아 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확신을 갖고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었다. E업체는 풍부한 영양가와 친환경적 가치 등 ‘곤충 식품’의 강점을 살리는 한편 미래 대안적 먹거리를 가장 맛있는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는 건강식품 쪽으로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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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3년 보고서에서 식용 곤충이 미래 식량 위기를 해소할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곤충은 육류 등 기존의 주요 단백질원의 대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단백질이 풍부하며 미네랄과 비타민, 식이섬유까지 다량 함유하고 있다.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이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발생량의 1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곤충은 훨씬 적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므로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사육에 있어서도 사료 및 노동력이 절감되며 토지이용에서도 효율성이 높아 경제적이다.


전통적으로 미식(美食)의 개념에서 곤충을 먹어온 몇몇 아시아권 국가들과는 달리 미국, 유럽 등 서양에서는 곤충을 식재료로 취급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곤충의 환경적·영양적 가치에 주목하며 곤충 식품 산업에 투자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네덜란드는 와게닝엔대학을 중심으로 식용 곤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곤충 식품 도매 유통회사도 설립돼 곤충이 들어간 과자, 햄버거 등을 판매 중이다. 벨기에 정부는 2013년에 식용 곤충 10종을 발표해 시중에서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의 식품벤처기업들은 이미 단백질 바, 통조림, 시리얼, 술 등 다양한 곤충 식품을 출시해 유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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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도 곤충을 식품화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곤충은 메뚜기와 누에 번데기뿐이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해 갈색거저리와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에 대해서도 한시적 허가(식약처가 정한 테스트를 거친 업체에 대해서만 임시적으로 이용을 허가하는 것)를 내줬다. 식약처 신소재식품과 강윤숙 과장은 “앞으로 두 곤충에 대한 완전 허용 시기를 정하고 사육 및 위생 관련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장수풍뎅이와 귀뚜라미까지 허가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곤충음식 시식회, 식용곤충 애칭 공모전 등 식용곤충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호를 높이기 위한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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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다양한 곤충 식품이 개발되고 유통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곤충 식품이 안전한 먹거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식품업체들이 식용 곤충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산업을 지원하는 등 적절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킬만한 홍보와 마케팅이 요구된다.


식탁 위에 놓인 멸치와 새우를 맛있게 먹듯 장수풍뎅이 반찬과 메뚜기 바를 거리낌 없이 먹게 되는 날은 언제쯤 올까? 안전하고 맛있는 다양한 곤충 식품들 속에서 환경과 건강을 모두 챙기는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음식은 머리로 먹는 것’이라는 E업체 사장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y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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