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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숙선 명창 "없는 사람만이 절박한 사람의 심정을 압니다"

창작판소리 '유월소리' 7월3일 공연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5-06-09 17:59 송고
삼풍백화점 민간구조대의 실화를 담은 판소리 '유월소리' 공연을 앞둔 안숙선 명창 (사진제공 서울문화재단)
삼풍백화점 민간구조대의 실화를 담은 판소리 '유월소리' 공연을 앞둔 안숙선 명창 (사진제공 서울문화재단)


안숙선 명창의 목소리로 20년전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민간구조대의 실화를 담은 창작판소리 '유월소리'가 오는 7월 3일 저녁 7시 서울 시민청에서 펼쳐진다.
창작 판소리 '유월소리'는 서울문화재단(대표 조선희) '메모리인(人)서울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는 ‘서울의 아픔, 삼풍백화점’이라는 주제로 동화작가, 영화PD, 사진작가 등 15명의 기억수집가들이 유가족, 생존자, 구조대, 봉사자 등 100여명의 시민을 만나 삼풍백화점에 관한 기억을 수집해왔다.

실제 인터뷰를 토대로 창작한 ‘유월소리’는 참사 당시 상황을 극명히 대비되던 지하와 지상의 소리로 표현해 낸다. 무너진 백화점 지하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해 민간구조대가 내던 망치질 소리, 취재경쟁을 위해 뜬 헬리콥터 소리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사람들의 소리 등 당시의 소리들을 안숙선 명창의 목소리로 되살렸다.

안숙선 명창은 9일 국립국악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풍백화점 붕괴가 아니더라도 우리사회에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나고 아파하는 분들이 계시다. 제가 소리로 이분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 명창은 당시 민간구조대의 활동에 대해 "없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불행을 가까이 어루만질 수 있고, 이들이 절박한 사람의 심정을 잘 헤아린다"며 창작판소리 '유월소리'를 준비하면서 느낀 감정을 설명했다.
다음은 안숙선 명창의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

- 민간구조대의 이야기 중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셨는지?
▶민간구조대가 참사현장의 어둠 속에서 탕탕탕 똑똑똑 들리는 소리만을 믿고 이들을 구하러 들어가자고 의견일치를 보는 장면이 나와요. 당연히 주변에서는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고 말리죠. 그럼에도 의로운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계시는구나 싶었어요. 민간구조대원들 중에서 넉넉하게 사는 분들이 없었어요. 남의 불행을 가까이 어루만질 수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이구나. 신문배달부, 주유소 주유원, 목수 등 없는 사람만이 절박한 사람의 심정을 아는구나 싶었죠.

- 이번 삼풍백화점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는?
▶꼭 삼풍백화점 붕괴가 아니더라도 우리사회에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나고 아파하는 분들이 계시다. 제가 소리로 이분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었다.

- 작년에는 세월호의 아픔을 위로했고 이번에는 삼풍백화점이다. 특별한 이유라도?
▶잊지 말아야죠. 거창한 이유은 아니에요. 작년에 여러가지로 민감한 시기였지만 거기 가서 소리를 하겠다고 정경화, 강은일씨와 함께 찾아갔어요. 노래 한소절 듣는다고 슬픔이 사라지겠나요. 슬픔은 한도 끝도 없잖아요. 그래도 삶은 살아야 하고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하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찾아갔죠.

- 삼풍백화점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이 있으신지?
▶지금도 그렇지만 백화점에 잘 안 다녀요. 제 기억으로는 삼풍백화점은 명품백화점으로 기억해요. 당시에 제가 거기갈 처지가 아니라서 삼풍백화점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요.

- 사회의 아픔을 노래하는 것과 판소리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는지?
▶판소리는 당시 사회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춘향가'만 하더라도 춘향이의 사랑보다도 변학도를 비판하는 내용이 더 많아요. 그런 비판정신을 계승해 우리시대의 어떤 부분을 위로하고 어떤 부분을 비판해야 할 지를 늘 생각하죠.

- 작창을 하실 때 가장 많이 고려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 판소리라는 구조가 간단하지가 않아요. 하나의 사건이 덩그러니 동떨어져서는 안 돼요. 어떤 한 장면을 만들어내려면 다른 사건이 앞과 뒤가 맞아떨어져야 하죠. '내가 뭘 갖고 싶다'는 얘기를 하려면 왜? 언제부터? 등을 다 얘기해줘야 해서 그런 부분을 많이 고려했어요.

- 젊은 시절과는 소리가 어떻게 달라졌나?
▶젊을 때는 잘 보여지고 잘 들려지는 데 치충했어요. 지금은 더 오버하지 않고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내고 싶어요. 그냥 내가 가진 역량만큼 관객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욕심을 털어낼수록 소리가 잘 나오는 것 같고 그런 소리가 오히려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광대란 참 어려운 직업이죠. 일순간에 웃겼다가 일순간에 슬프게 만들어야 하잖아요.

- 창작판소리 활동을 활발하게 하시는 이유가 있으시다면?
▶우리 시대의 사람사는 모습을 담은 판소리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잘 아는 판소리 5대가(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는 옛날 얘기죠. 당연히 옛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으니까 좋은 얘기지만 내용이 전달되려면 시간이 걸리죠.

- 이 작품을 통해 관객분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게 있다면?
▶작은 일이라고 소홀히 하다가 어처구니 없는 참사가 벌어졌다고 생각해요. 집안 살림도 마찬가지에요. 원칙을 지키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호미로 막을 일을 자꾸 가래로 막네요. 그리고 제 노래자락이 조금이나마 그분들께 치유가 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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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숙선 명창은 9일 창작판소리 '유월소리' 기자간담회에서 "남의 불행을 가까이 어루만질 수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이구나. 가진 게 없는 사람만이 절박한 사람의 심정을 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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